월드컵 시즌에 급증하는 가정폭력, 英 여성의 얼굴에 국기를 그려 넣다
월드컵 시즌에 급증하는 가정폭력, 英 여성의 얼굴에 국기를 그려 넣다
  • 은현주
  • 승인 2020.05.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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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뉴 노멀] 수상작 리뷰: 성별 차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폭력
알려지지 않은 월드컵 경기의 어두운 면, 가정폭력 문제 해결에 나선 영국 여성지원 단체

[칸 뉴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2019 칸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포 스포츠 부문 골드라이언 수상 '아름답지 않은 경기'.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포 스포츠 부문 골드라이언 수상 '아름답지 않은 경기'. ⓒCannes Lions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전세계 보건 및 위생 뿐 아니라 가정 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외부활동과 외출을 제한하고 자가격리 기간이 늘어나면서 가정폭력의 사각지대는 오히려 넓어지게 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달 발표한 'COVID19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 보건계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COVID-19 and violence against women What the health sector/system can do)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월 한 달 동안 중국 후베이성 징저우시에서는 전년 대비 가정폭력 신고건수가 3배 증가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수상한 성별 차이에 따른 범죄와 가정폭력을 다룬 캠페인 6개 작품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2. 아름답지 않은 경기 (The Not So Beautiful Game)
수상내용: 엔터테인먼트 포 스포츠 부문(Entertainment Lions for Sport) 골드라이언(Gold Lion) 
출품사: 원더맨 톰슨, 런던 (WUNDERMAN THOMPSON LONDON)
광고주: 여성을 위한 지원 단체 (WOMEN'S AID ORGANISATION)

4년에 한 번 씩 월드컵이 개최될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축구를 향한 열정이 가득해진다. 그러나 반면에 아름답지 않은 면도 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월드컵 기간동안 가정내 폭력 사건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영국 내 가정폭력 사건이 26% 증가하며 경기에서 영국팀이 지는 경우 증가율은 38%까지 올라갔다. 이는 다른나라들에서도 유사한 결과로 나타났다.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폭력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의 권위적 성향과 피해자를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케이티 고즈(Katie Ghose) 여성 지원 단체 (WOMEN'S AID ORGANISATION) 대표는 "가정 폭력은 외부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축구의 남성중심적 문화, 구호, 응원가등이 여성을 비하하고 폄하하도록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축구경기와 가정폭력 증가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가정폭력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월드컵 경기기간 동안 급증하는 가정폭력은 더욱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자 열기로 가득찬 축구경기와는 전혀 다른 어두운 면이다. 

영국 가정폭력 국가지원센터(NCDV; National Centre for Domestic Violence)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긴급명령과 같은 무료 법률 도움을 제공한다. NCDV는 피해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임이 인지될 때 피해자 구제 서비스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NCDV는 지난 2018년 6월 월드컵 기간에 맞춰 디지털, 옥외광고, 인쇄광고로 '아름답지 않은 경기' 캠페인을 선보였다. 대행사 원더맨 톰슨은 축구 팀 팬문화 중 하나로 피부에 국기를 그려 응원하는 문화를 아이디어로 이용하기로 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신체에 남겨지는 상처와 흉터를 각 국기 이미지의 일부로 재구성해 사람들에게 월드컵이 가정 폭력 피해자들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캠페인 제작팀은 특정 경기 결과를 추적해 경기 직전 소셜미디어상에 해당 국기 이미지를 배포했다. 배포된 이미지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과 경기가 종료된 이후에 빠르게 퍼져나가도록 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일본 국기를 활용해 모두 5가지 깃발 이미지를 제작했다. 

가정폭력 근절 메시지를 담아 페이스북에 공유된 프랑스 국기를 재구성한 이미지. ⓒCannes Lions
가정폭력 근절 메시지를 담아 페이스북에 공유된 프랑스 국기를 재구성한 이미지. ⓒCannes Lions

이 캠페인은 전세계 13개 이상의 국가에서 약 100여개 이상 뉴스 플랫폼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으며 페이스북 에서는 모두 470만명을 통해 공유됐다.  

영국에서의 NCDV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캠페인 시작 이전과 비교했을 때 1250% 증가했고 캠페인 진행 기간동안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NCDV를 향한 도움 요청은 19.6% 증가했다. 

이 캠페인은 가정폭력 근절 메시지를 가장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전달 하기 위한 방법으로 축구 팬 문화를 활용하는 기발한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며 2019년 칸 라이언즈에서 엔터테인먼트 포 스포츠 부문 골드라이언을 수상했다. 

2020년 6월 예정이었던 칸 라이언즈는 전례없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로 오프라인 페스티벌 개최를 취소했다. 그 대신 6월 한 달 간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2021년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은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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