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美 뉴욕타임스, 영화 같은 취재 과정을 공개하다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美 뉴욕타임스, 영화 같은 취재 과정을 공개하다
  • 은현주
  • 승인 2020.06.08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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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뉴 노멀] 칸 라이언즈의 선택, 수상작으로 보는 트렌드
2019년 필름 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 작품과 심사위원이 전하는 주요 트렌드

[칸, 뉴 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 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는 매년 3만여개의 작품이 출품되고 있다. 그 중 라이언즈 수상의 영광은 전체 출품작 대비 평균 3% 내외의 작품에게만 돌아간다.

모든 카테고리에 그랑프리, 골드, 실버 그리고 브론즈가 하나씩 주어지는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격이 있는 작품에 대해서만 수상을 하겠다는 것이 칸 라이언즈의 엄격한 기준이다. 칸 라이언즈는 어떤 작품을 주목하고 있는지,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는 어떤 방향을 향해 흐르고 있는지 '칸 라이언즈의 선택'시리즈를 통해 소개한다.

여섯번째로 살펴볼 부문은 '필름 크래프트'. 

필름 크래프트 부문은 영상에 있어서 주로 예술적 기교를 심사하므로 출품하는 작품들은 탁월한 영상미를 보여줘야 한다.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훌륭하게 구현하는 제작능력이 요구된다.   

2019 칸 라이언즈 필름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뉴욕타임즈의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필름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뉴욕타임즈의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Cannes Lions

제목: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The truth is worth it) 
수상: 2019 칸 라이언즈 필름 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 캠페인 (Film Craft Lions, Grand Prix Campaign)
출품사: 드로가 파이브 뉴욕 (Droga5 New York)
광고주: 뉴욕 타임스 (The New York Times)

매일 수 천 수 만 건의 기사가 온라인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요즘,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정보량은 더욱 많아졌고 특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누구나 손 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다. 독자들이 한눈에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된 기사 속 밝혀진 진실들은 독자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희생과 노력, 때로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대가를 치뤄야만 얻을 수 있다.

먼저, 뉴욕타임스가 선보인 5개의 필름을 소개한다. 

1. 트럼프의 탈세 혐의 (제목: 엄격함)

현 미국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자수성가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탈세 혐의가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엄격해야 합니다.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2. 이민자 가정 분리 정책 (제목: 인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에서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는 정책에 대한 루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 미국 국토안전부 모두 이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부모와 분리된 수백명 아이들의 명단을 확보해 미국 정부의 거짓 부인을 밝혀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인내해야 합니다.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3. 미얀마 인종 학살 (제목: 결의)

동남아시아 미얀마 정부는 인종청소에 대해 거듭 부인했지만, 뉴욕타임스 기자의 잠입 취재로 마을 주민을 만나게 되고 미얀마 내 이슬람교 계열의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정부의 탄압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불에탄 집, 실종, 사라진 친구들이 바로 그 증거였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결의가 필요합니다.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4. 멕시코정부 기자 해킹사건 (제목: 용기)

멕시코 학생 실종, 멕시코 군대, 멕시코 횡령, 부정부패 등 정부에 대한 보도는 멕시코 정부의 견제를 받게되고 담당 기자와 인권 변호사의 전화기에는 해킹과 감청이 의심되는 불법 스파이웨어가 발견됐습니다. 범인은 멕시코 정부. 뉴욕타임스는 기자와 기자들의 가족까지 위협해오는 멕시코 정부의 진실을 밝혔습니다. 진실을 밝히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5. ISIS 탈주자의 제보 (제목: 대담함)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에서 탈출한 제보자는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ISIS의 잔혹한 현실, 테러방법, 시기등을 털어놨습니다. 기자는 제보에 따라 하나씩 흔적을 쫓아갔으나 별다른 성과없이 이라크 현지로 취재를 나간지 6개월이 지나고난 뒤 ISIS의 공격 소식을 접하고 전쟁터가 된 모술지역에서 ISIS의 서류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서류가방에는 ISIS단체에 대한 잔혹함을 밝히는 증거서류가 들어있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대담함이 필요합니다.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Cannes Lions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Cannes Lions

진실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뉴욕타임스는 독자들이 진실을 위해 투자하고 또 동시에 그들의 저널리즘에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진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캠페인을 기획한 토비 트레이어 에반스(Toby Treyer-Evans) 대행사 드로가 파이브(Droga5)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하나의 기사를 위해 이렇게나 많은 노력이 수반되는지 몰랐다"며 "지금까지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안전이 보장되는 뉴욕의 고층 빌딩 안에서 기사를 작성하는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독자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기자들은 그들의 목숨을 걸고 현장에서 뛰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가 원하는 캠페인의 목표는 기자들의 진실을 향한 모든 과정을 TV광고로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왜 구독신청이 비용을 지불 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설명하기 위해 뉴욕타임스와 드로가5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영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뉴욕타임스의 TV광고는 모두 다섯편이다. 각각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화면 중앙에는 완전한 문장이 아닌 단어들이 하나 둘씩 나열된다. 각 단어들은 기자의 취재 흐름에 따라 조금씩 수정되거나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는데 이는 기사의 제목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광고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진실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기자가 된듯한 몰입감을 준다. 

이 캠페인 영상에는 실제 사건 취재를 맡았던 기자의 이야기를 담았고 기자들의 취재환경에 따라 편집을 다르게 했다. 예를 들면 쉼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할 때와 잠잠히 기다려야만 하는 순간들을 영상과 사운드의 길이로 표현했다. 

로리 하우웰(Laurie Howell) 드로가5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각 단어들은 어떤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런다음 화면으로 보이는 비주얼은 그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줘 현장감을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캠페인 제작팀이 가장 공들인 것은 사운드 효과다. 로리 하우웰 CD는 "사운드 디자인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했다"며 "사운드는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가져야하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무서운 순간에는 두렵고 떨리는 느낌을 주는 사운드를 넣고 숨어있어야하는 상황에는 소리를 전혀 넣지 않았다. 마치 취재를 하는 기자와 함께 있는 느낌을 주도록 말이다"라며 생생한 현장감은 사운드효과에 있음을 밝혔다. 

이 캠페인을 통해 뉴욕타임스는 핵심성과지표(KPI) 초과달성을 기록했고,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진실을 쫓는 언론사',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언론사' 그리고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것'으로 평가 받으며 향후 뉴욕타임스 구독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영상 공개 후 뉴욕타임스 랜딩페이지는 약 100만뷰에 달하는 방문자수를 기록하며 뉴욕타임스 단일 캠페인으로는 최대 규모의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2019 칸 라이언즈에서는 필름 크래프트 그랑프리 외에도 필름부문 그랑프리 캠페인, 골드 라이언 캠페인, 필름 크래프트 부문 골드라이언 캠페인, 실버라이언 캠페인, 엔터테인먼트 부문 브론즈 라이언을 수상하며 그야말로 라이언즈를 휩쓸었다. 

△ 주목해야 할 아이디어
눈으로 읽을 수 있는 기사 이면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기자들의 시간, 즉 진실을 향한 시간들이 있었음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 그랑프리 작품이 주는 인사이트
1. 정확한 메시지 전달을 가능케한 '사운드', '비주얼', '타이포그라피'의 훌륭한 조합 
2. '사운드'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3. 작품성과 제작비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영상효과를 위해 많은 제작비를 들여야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취재화면과 대화를 사용) 

△ 별첨
칸 라이언즈와 WARC 가 분석한 '필름 크래프트 부문'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다양성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다수 
심사위원 존 맥켈비(John McKelvey) 존X하네스(JohnXHannes Newyork)설립자 겸 ECD는 "올해 수상작품에는 인종 다양성에서 그치지 않고 더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다루려고 한 것이 인상 깊었다"며 2019년 필름 크래프트 부문의 트렌드로 '다양성'을 꼽았다. 

미국 백화점 브랜드 노드스트롬(NORDSTROM)의 '가장 멋진 모습은 오픈마인드'(An open mind is the best look) 캠페인에서는 다양한 연령, 인종, 스타일, 성향의 사람들을 등장시켜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연결돼 있으며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그렸다. '오픈마인드를 갖고 모두가 어우러질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며 자칫 백화점이라는 브랜드가 어느 특정 유형의 소비자층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고가의 브랜드와 저렴한 브랜드가 한곳에 합쳐지고 사람들이 모일때 보다 더 즐거운일이 생긴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브랜드 광고라기 보다는 한편의 연극이나 드라마와 같은 연출을 보여준 작품이다. 

2. 짧거나 혹은 길거나, 자유로운 러닝타임
이제 더 이상 광고를 30초의 미학이라고 부르기는 힘들것 같다. 존 맥켈비 심사위원은 "요즘은 아주 짧은 영상이거나 아예 길이가 긴 영상, 이렇게 둘 중 하나인 것 같다"며 "콘텐츠 정주행 문화가 영상광고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전했다.

필름 크래프트 부문 골드라이언을 수상한 미국 제약회사 존슨&존슨(Johnson & Johnson)의 '5B' 캠페인은 60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이 작품은 198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 워드 5B병동(Ward 5B)를 지어 에이즈 환자를 위로하고 보호했던 의료진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는 브랜드가 제작한 영상광고 중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됐다. 

3. 반복재생이 가능한가. 
칸 라이언즈 심사위원들은 2019년 필름 크래프트 최고의 작품을 가려내기 위해 8일 내내 후보 작품들을 놓고 논의했다. 어떤 작품은 처음에는 '우와'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으나 여러번 보고나면 그 감흥이 떨어질때가 있는데 2019년 심사위원들은 반복재생을 통해 변하지 않는 예술성과 메시지 전달력을 가지고있는 우수한 작품을 가려내려 했다. 심사위원단은 그랑프리 캠페인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캠페인의 사운드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존 맥켈비 심사위원은 "필름 크래프트 부문에서는 오디오 선택이 아주 중요하다"며 "영상 속에 흐르는 음악과 목소리가 완벽에 가까울 때 사람들은 반복해서 영상을 보고 브랜드의 메시지에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고 사운드 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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