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두근두근"… 어딘가 이상한 사랑 노래, 가정폭력의 그늘을 폭로하다
"심장이 두근두근"… 어딘가 이상한 사랑 노래, 가정폭력의 그늘을 폭로하다
  • 은현주
  • 승인 2020.06.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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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뉴 노멀] 수상작 리뷰: 성별 차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폭력
브라질 정부,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잘못된 사랑을 노래하다

[칸 뉴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전세계 보건 및 위생 뿐 아니라 가정 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외부활동과 외출을 제한하고 자가격리 기간이 늘어나면서 가정폭력의 사각지대는 오히려 넓어지게 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4월 발표한 'COVID19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 보건계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COVID-19 and violence against women What the health sector/system can do)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최고조에 달했던 올 2월 한 달 동안 중국 후베이성 징저우시에서는 전년 대비 가정폭력 신고건수가 3배 증가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수상한 성별 차이에 따른 범죄와 가정폭력을 다룬 6개 캠페인을 통해 코로나19 시대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2019 칸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뮤직' 부문 골드라이언 수상작품. 잘못된 사랑노래.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뮤직' 부문 골드라이언 수상작품. 잘못된 사랑노래. ⓒCannes Lions

6. 잘못된 사랑 노래 (Mistaken Love Song)
수상내용: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뮤직(Entertainment Lions for Music) 골드 라이언(Gold Lion) 
출품사: 아트플랜 브라질리아 (Artplan Brasilia)
광고주: 브라질 연방 정부 (Federal Government of Brazil)

 

지난 2018년 브라질에서는 달콤한 사랑 노래로 유명한 가수 나이아라 아제브도(Naiara Azevedo)의 '잘못된 사랑 노래'(Mistaken Love Song)가 큰 인기를 얻었다.

"하루종일 매일같이 함께하는 그런 사랑"(A love like that was 24/7 side by side)
"피부로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 심장은 빠르게 뛰고"(A skin radar, an insane feeling, the heart pounding fast)

'잘못된 사랑 노래'의 가사를 들어보면 사랑하는 사이에서 생기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듯 보인다. 이 노래는 발표된 후 라디오 방송에서 3000번 이상 소개됐고 디지털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유튜브에서 100만번 이상 재생되며 널리 알려졌다. 

사랑을 노래하는줄만 알았던 이 노래는 음원순위 10위 안에 진입하고 나서야 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진실은 이후 발표된 뮤직비디오를 통해 밝혀졌다. 

11월 25일 국제 여성 폭력 추방의 날(the 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에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그동안 노래를 즐겨들었던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반전을 전했다. 

'24시간 매일같이 함께한다던 사랑'은 여성을 구속하고, 윽박지르며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의 이야기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는 고백은 사랑의 설렘이 아닌 남성의 폭력에 두려워 떠는 여성의 심리를 묘사한 것이었다. 

ⓒCannes Lions
ⓒCannes Lions

지난 2019년 발표된 브라질 공공안전 보고서(FBSP)에 따르면 브라질은 폭력으로 인한 여성 사망자수가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나라다. 브라질 정부는 이 불명예스런 수치가 보여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에서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 전문가들의 오래된 연구결과, 여성 대표자들과의 토론을 토대로 해결안을 찾고자 했다.

폭력에 대한 사례연구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결과, 많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학대받고 폭력적인 관계에 있음에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생명에 위협이 되는 치명적인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일어나는 작은 폭력들에 대해 거의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끼지만 어쩔 수 없이 실수 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정부와 대행사 아트플랜 브라질리아(Artplan Brasilia)팀은 더 늦기전에 여성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가까운 관계에서의 작은 폭력이 크게 자라기 전에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폭력을 근절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잘못된 사랑 노래'는 여성들이 흔히 사랑하는 관계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노래 속에 담았다.

제작팀은 "처음 들었을 때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처럼 들리지만, 뮤직비디오를 통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피해자들의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며 잘못된 사랑의 실체를 깨닫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와 브라질 정부 계정에서 160만뷰, 가수 나이아라 아제브의 채널에서 400만뷰를 기록했다. 그 밖에 타 플랫폼에서 재생된 것을 모두 합쳐 1000만뷰를 넘기며 널리 공유됐는데 이는 브라질 연방정부가 주도한 어떤 캠페인보다도 높은 수치다. 

캠페인 발표 이후 브라질 대통령은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계획에 서명했다. ⓒCannes Lions
캠페인 발표 이후 브라질 대통령은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계획에 서명했다. ⓒCannes Lions

2018년 12월 정부가 지원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콜센터의 신고비율은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때 약 101% 증가했고 브라질 대통령이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계획에 서명하며 이 캠페인은 인기있는 노래에서 거대한 사회움직임으로 변모했다.

이번 달 열릴 예정이었던 칸 라이언즈는 전례없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로 오프라인 페스티벌 개최를 취소하고 6월 한 달 간 라이언즈 라이브(Lions Live)를 통해 온라인으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제공한다. '라이언즈 라이브' 기간 동안 칸 라이언즈 아카이브인 더 워크(The Work)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잘못된 사랑 노래' 캠페인과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도 더 워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2021년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은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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