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의 외침 "나를 보세요"… 광고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가정폭력 피해자의 외침 "나를 보세요"… 광고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 은현주
  • 승인 2020.05.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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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뉴 노멀] 수상작 리뷰: 성별 차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폭력
런던 길 한복판에서 가정 폭력 근절 메시지 전하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캠페인

[칸 뉴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2015년 칸 라이언즈 옥외부문 골드라이언즈 수상작 "Look at Me'를 지켜보고있는 한 시민의 뒷 모습. ⓒCannes Lions
2015년 칸 라이언즈 옥외부문 골드라이언즈 수상작 'Look at Me'를 지켜보고있는 한 시민의 뒷 모습. ⓒCannes Lions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전세계 보건과 위생 뿐 아니라 가정 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외부활동과 외출을 제한하고 자가격리 기간이 늘어나면서 가정폭력의 사각지대는 오히려 넓어지게 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달 발표한 'COVID19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 보건계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COVID-19 and violence against women What the health sector/system can do)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월 한 달 동안 중국 후베이성 징저우시에서는 전년 대비 가정폭력 신고건수가 3배 증가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수상한 성별 차이에 따른 범죄와 가정폭력을 다룬 캠페인 6개 작품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2. 나를 보세요 (Look at Me)
수상내용: 옥외부문(Outdoor Lions) 골드 라이언즈
출품사: WCRS 런던 (WCRS LONDON)
광고주: 여성을 위한 지원 단체 (WOMEN'S AID ORGANISATION)

누군가에게 구타를 당했는지 피 흘리며 상처입은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눈과 입 주변에는 벌겋게 멍이 들어있다. 사람들이 눈길 한 번 주지않고 무시하며 지나가면 여성의 얼굴 흉터는 그대로 깊어진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여자를 바라보기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여자의 얼굴에 있는 상처가 지워지고 깨끗한 얼굴로 돌아온다. 그 여자는 마침내 미소를 짓는다.

지난 2015년 3월 런던 거리 곳곳에는 한 여성의 사진이 대형화면에 나타났다. 대행사 WCRS 런던과 여성을 위한 지원단체 (WOMEN'S AID ORGANISATION)가 제작한 '나를 보세요'(Look at Me) 옥외광고 캠페인이다. 

폴리 네트(Polly Neate) 여성을 위한 지원단체(WOMEN'S AID ORGANISATION) CEO는 "사람들이 광고를 인식하고 화면 속 상처입은 여자를 바라보면 상처가 점차 사라지게 된다"며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를 느끼게 해 우리 모두가 어떻게하면 가정 폭력을 근절시킬 수 있는지를 사람들이 깨닫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여성 4명중 1명은 가정내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 꽤 높은 비율이지만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사건 사고에 비해 외부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성을 위한 지원단체(WOMEN'S AID ORGANISATION)는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을 외면하지 않고 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보통의 가정폭력 근절을 다룬 캠페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해자인 남편을 타깃으로 삼고 그의 행동을 멈추도록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하거나 피해자인 여성을 타깃으로 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안내하는 식이다. 

대행사 WCRS 런던은 제 3자에게 시선을 돌려 가정 폭력 문제를 외면하는 피해자 주변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가정 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의 암묵적 용인에 저항하는 한편,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도 가정 폭력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될수록 광고 화면 속 여자의 상처는 더 빨리 아물게 된다. 이때 라이브 카메라 촬영으로 광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포스터 하단에 노출되게 해 그들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정 폭력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를 함께 전달한다.

길거리에 광고판을 공개한 뒤 그 결과는 대단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광고판을 응시한 평균 시간은 전에 같은 자리에 있던 광고와 비교해 약 349% 증가했다. 20개 이상의 나라에서 각 언론을 통해 이 캠페인이 소개됐으며 이는 3억2690만명에게 전달 됐다.

런던의 길에서 디지털 광고게시판을 보지 못했더라도 뉴스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이 캠페인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트위터에서만 캠페인 관련 게시글이 약 8670만명에게 도달했다.

이 캠페인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가정 폭력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돌아보는 사람에 의해 피해자의 상처는 아물게 된다. 그러니, 외면해서도 방관해서도 안된다. 가해자와 피해자뿐 아니라 주변가족, 친구들 모두에게는 가정 폭력을 끝낼 수 있는 각자의 역할이 있음을 전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2015년 칸 라이언즈 옥외 부문(Outdoor Lions) 골드라이언즈를 그리고 현재는 사라진 사이버 부문(Cyber Lions)에서 실버 라이언즈를 각각 수상했다. 

2020년 6월 예정이었던 칸 라이언즈는 전례없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위기로 페스티벌 개최를 취소했다. 대신 6월 한 달 간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제공한다.

2021년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은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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