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에 공감하지 않는 청소년에 나이키가 건넨 말 'LDNR'
'Just Do It'에 공감하지 않는 청소년에 나이키가 건넨 말 'LDNR'
  • 은현주
  • 승인 2020.07.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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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뉴 노멀] 수상작 리뷰: 공동체 집결을 위한 크리에이티비티
런던 청소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들의 실제 이야기 담은 英 나이키 캠페인
'누구도 런더너를 막을 수 없다.'

[칸 뉴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염성으로 공동체나 집단보다는 개인위주의 생활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공동체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개인방역 기본수칙 제 5수칙인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기간 동안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공동체성이 필요해졌다.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 간 공동체를 주제로 한 수상작을 소개한다. 

2018 칸 라이언즈 소셜&인플루언서 라이언즈 그랑프리 작품. 나이키 '누구도 런더너를 막을 수 없다'. ⓒCannes Lions
2018 칸 라이언즈 소셜&인플루언서 라이언즈 그랑프리 작품. 나이키 '누구도 런더너를 막을 수 없다'. ⓒCannes Lions

1. 누구도 런더너(Londoner; 런던사람)를 막을 수 없다. (Nothing Beats a Londoner)
수상내용: 소셜&인플루언서 부문(Social & Influencer Lions) 그랑프리(Grand Prix) 
출품사: 와이든+케네디 런던(WIEDEN+KENNEDY LONDON)
광고주: 나이키(NIKE)

영국의 변덕스런 날씨와 만국공통인 부모님의 잔소리, 그리고 성별에 따른 사회적 편견까지. 이 모든것에 맞서느라 런던의 청소년들은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이키는 그동안 내로라하는 굵직한 글로벌 캠페인을 선보여왔다. 나이키의 광고대행사 와이든+케네디 런던은 과연 요즘 아이들 즉, 광고를 접하는 런던 청소년들도 나이키의 'Just Do It' 슬로건에 공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난 2018년 미국 비즈니스 매거진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와이든+케네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패디 트리시(Paddy Treacy)와 마크 션리(Mark Shanley)는 "나이키는 요즘 런던 청소년들과 맞지 않는것 같았다"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요즘 청소년들의 세계는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포착하고 런던 청소년과 소통하기 위해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캠페인을 기획했다.

나이키는 이 캠페인 초기에 'LDNR' 슬로건을 등장시켰다. '런더너(Londoner)'를 뜻하는 'LDNR'은 공개 당시 나이키 티셔츠에도 사용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LDNR 로고가 새겨진 나이키 티셔츠를 입고있는 스켑타ⓒCannes Lions
LDNR 로고가 새겨진 나이키 티셔츠를 입고있는 스켑타ⓒCannes Lions

그러나 런던 기반의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LNDR'이 나이키가 사용한 'LDNR'은 그들의 브랜드 로고와 유사하다고 판단, 1994년부터 유럽내 상표권을 먼저 취득한 'LNDR'이 나이키에게 상표사용 금지를 요구했다. 재판결과 스포스웨어 브랜드 LNDR이 승소한 후 나이키는 아쉽게도 'LDNR'을 나이키 로고와 함께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나이키는 '누구도 런더너를 막을 수 없다' 캠페인을 펼치며 공식 인스타그램에 영국 청소년들의 아이돌인 그라임(Gime) 장르 스타 래퍼 스켑타(Skepta)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서 그는 평소 보여지는 무대 위 멋진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자전거 타기 힘들다"며 불평을 한다.

그때 뒤에서 한 소년이 등장해 "그게 뭐가 힘드냐"며 스켑타에게 다가와 자신은 "축구 훈련을 위해 2마일이나 뛰어야한다"며 우쭐해 한다.

영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다양한 운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등장하면서 "내가 더 힘든걸 하고 있다"며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고난을 토로한다.

나이키는 소셜 미디어에 258명의 런던 청소년들을 출연시켜 그들의 우수함이 아닌, 그들이 겪는 고난에 대해 소개했다. 이는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나면 이전보다 더 단단해 질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청소년때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세상은 청소년들의 열정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나이키와 대행사 와이든+케네디 팀은 런던 청소년들의 열정을 응원하되 그들만의 방식으로 눈높이를 맞추는데 중점을 뒀다.

소셜네트워크에서 우월감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젊은세대를 고려해 주로 그동안 멋있는 역할을 맡았던 스포츠스타 또는 유명 가수들을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위치 시키고 청소년들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광고 영상 속 역할을 설정했다.

청소년의 시각으로 영상을 촬영한 나이 캠페인. ⓒCannes Lions
청소년의 시각으로 영상을 촬영한 나이 캠페인. ⓒCannes Lions

영상이 공개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청소년들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자신의 계정에 공유하며 동시에 그들만의 어려움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나이키 브랜드가 진정성 있게 런던 청소년들의 현실적 고난을 조명하자 청소년들은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 사디크 칸(Sadiq Aman Khan) 런던시장을 포함해 래퍼 드레이크(Drake) 등 여러 유명인사들이 그들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공유했다. 유튜브에서 총 900만 번 조회되며 조회수 1위 콘텐트에 올랐고 1만8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또한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나 콘텐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gif 애니메이션 파일 공유사이트인 GIPHY에서는 3200만 번 조회됐고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이 여러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재생산·재확산됐다.

이 캠페인은 칸 라이언즈에서 지난 2018년 신설된 '소셜&인플루언서 라이언즈'부문 최초의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소셜&인플루언서 라이언즈'는 소셜 플랫폼과 인플루언서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마케팅을 심사하는 부문이다.

나이키는 인플루언서들을 무엇이든 거뜬히 해내는 슈퍼스타로 내세우지 않고 역경을 가진 여러사람 중 한 명으로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런던의 청소년들은 그들이 존경하는 스타도 '나와 다르지 않다'라고 여기며 나이키의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나이키의 '누구도 런더너를 막을 수 없다'는 진정성 있는 인플루언서의 활용으로 청소년들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집결시킨 훌륭한 사례로 평가 받는다.

이 캠페인은 그 해 칸 라이언즈의 모든 출품 부문을 통틀어 뛰어난 크리에이티비티를 활용해 브랜디드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에게 수여하는 티타늄 라이언(Titanium Lion) 등 모두 7개의 라이언 트로피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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