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의 공통점을 찾아보세요"… 공동체에 물음표 던진 덴마크 공영방송의 브랜드 전략
"타인과의 공통점을 찾아보세요"… 공동체에 물음표 던진 덴마크 공영방송의 브랜드 전략
  • 은현주
  • 승인 2020.11.25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칸, 뉴 노멀] 수상작 리뷰: 공동체 집결을 위한 크리에이티비티
덴마크 공영방송 TV2 브랜드 광고, 앤코펜하겐 대행
덴마크에서 시작해 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되며 호평

[칸 뉴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인 위주의 생활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공동체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개인방역 기본수칙 제 5수칙인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기간 동안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공동체성이 필요해졌다.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 간 공동체를 주제로 한 수상작을 소개한다. 

6. 우리가 공유하는 것들(All That We Share)
수상내용: 2017 사이버 라이언즈, 골드 라이언 (Cyber Lions, Gold Lion)
출품사: 앤코펜하겐 (&CO COPENHAGEN) 
광고주: TV2 덴마크 (TV2 Denmark)

"생각보다 우리를 묶는 공통점은 많을지도 모릅니다." 

아래 위로 양복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입장하고 뒤 이어 비교적 허름해 보이는 편한 옷 차림의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과 검은색 모자를 쓰고 팔에 문신을 한 사람들이 각각 하나의 무리를 이뤄 무대에 들어오고 그들은 각자를 구분하는 기준에 따라 흰색 테두리 안에 모여든다. 

테두리를 기준으로 나뉜 사람들 사이에 등장한 사회자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새로운 그룹으로 모이도록 했다.

사회자는 "학교에서 장난꾸러기 학생이었나요?", "UFO를 본 적이 있나요?",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이 있나요?"와 같은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 

하는일, 소득, 사는곳에 따라 구분된 사람들 모습. ⓒCannes Lions
하는 일, 소득, 사는 곳에 따라 구분된 사람들의 모습. ⓒCannes Lions

테두리를 벗어나 서로 섞이지 않을 것 처럼 보였던 사람들은 사회자의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서서히 그 구분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각자 하는 일과, 소득, 사는 곳이 달라도 얼마든지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서로 달라 보였던 무리도 공통점을 갖고 새로운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전하는 이 영상은 덴마크 공영방송국 채널 TV2의 브랜드 전략을 소개하는 광고다. 

지난 2017년 도날드 트럼프(Trump)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몇 달 되지 않아 무슬림 문화가 지배적인 7개 국가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90일 동안 금지하고, 시리아 난민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덴마크의 채널 TV2는 수용과 다양성을 주제로 한 채널 브랜드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분열과 구분이 만연한 시대에 모두를 위한 콘텐츠를 지향하는 TV2의 브랜드 전략을 담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국과 덴마크에서는 서로 상반된 뉴스가 나온 셈이다. 한 곳에서는 선을 그어 구분지으려 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얼마나 일시적이고 덧 없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공유하는 것들'(All That We Share) 캠페인은 덴마크를 시작으로 전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 돼 온라인 소셜 플랫폼으로 공유됐고 약 2억84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는 연합과 통합의 개념이 비단 덴마크라는 한 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감하는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TV2 채널은 '우리가 공유하는 것들' 캠페인 영상을 그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각각 공유했고, TV2 프로그램의 중간광고 전후에도 노출했다. 이외에 해외 미디어를 통해 언급되며 모두 1억 달러(한화 약 1110억원)에 달하는 브랜드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받았다. 

덴마크 공영방송 채널 TV2의 유튜브 채널. ⓒTV 2 Danmark
덴마크 공영방송 채널 TV2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른 버전의 캠페인 영상을 볼 수 있다.  ⓒTV 2 Danmark

해당 캠페인을 발표하고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덴마크 국민의 68%가 TV2 채널이 전하는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의미있는 것은 사람들에게 "우리를 갈라서게 하는 것 보다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메시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지난 2017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시상식. ⓒCannes Lions
지난 2017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시상식. ⓒCannes Lions

대행사 앤코펜하겐(&CO COPENHAGEN)이 제작한 이 캠페인은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지난 2017년 사이버 라이언즈(Cyber Lions) 골드 라이언,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Entertainment Lions) 실버 라이언, 필름 라이언즈(Film Lions)에서 2개의 브론즈 라이언, 프로모&액티베이션 라이언즈(Promo & Activation Lions) 브론즈 라이언 등 총 5개의 라이언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