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세계 최초의 듣는 기계, 씨 사운드(See Sound)
"소리를 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세계 최초의 듣는 기계, 씨 사운드(See Sound)
  • 은현주
  • 승인 2020.04.27 0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칸, 뉴 노멀] 칸 라이언즈의 선택, 수상작으로 보는 트렌드
설립자, 기업 인큐베이터, 벤처캐피털... 광고대행사는 진화한다

[칸, 뉴 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 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는 매년 3만여개의 작품이 출품되고 있다. 그 중 라이언즈 수상의 영광은 전체 출품작 대비 평균 3% 내외의 작품에게만 돌아간다.

모든 카테고리에 그랑프리, 골드, 실버 그리고 브론즈가 하나씩 주어지는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격이 있는 작품에 대해서만 수상을 하겠다는 것이 칸 라이언즈의 엄격한 기준이다. 칸 라이언즈는 어떤 작품을 주목하고 있는지,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는 어떤 방향을 향해 흐르고 있는지 '칸 라이언즈의 선택'시리즈를 통해 소개한다.

두번째로 살펴볼 부문은 '이노베이션 라이언즈'.

제목: 소리를 보다 '씨 사운드' (See Sound)
수상: 2019 칸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부문, 그랑프리 (Innovation, Grand Prix)
출품사: AREA 23, AN FCB COMPANY NEWYORK
광고주: 와비오 (WAVIO)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 때 집 계단에서 제 친구의 딸이 넘어져서 울고 있었던 거예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어요."

이는 한 청각장애인의 실제 경험담 이다.

청각장애인들은 사람의 입모양을 보거나 상황과 표정, 문자를 통해 눈으로 소리를 읽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소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만약에...소리를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노베이션, 세계최초의 가정용 소리 인식 기기 '씨 사운드'(See Sound)를 소개한다.

'씨 사운드'는 집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소리를 눈에 보이는 문자로 변환해 알려준다. 예를 들면, 집안 곳곳에 설치된 '씨 사운드'기기가 소리를 인식하면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능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사용자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스마트 워치 또는 스마트 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주방에서 물이 새는 소리가 나는거 같아요", "복도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거 같아요"와 같이 듣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용자들이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2019 칸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씨 사운드'.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씨 사운드'. ⓒCannes Lions

기존에 있던 제품중에도 화재 경보기가 울리거나 집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를 알려주는 알림기능은 있었다. 하지만 아주 제한적인 상황의 소리만 알려주는 정도일 뿐 다급한 아이의 울음, 강아지가 짖는소리,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는 소리등은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씨 사운드 인공지능이 더 많은 소리를 정확하게 구분하게 하려면 수백만개의 소리 샘플이 필요한데, 정말 고된 작업이죠"라며 헬스케어 전문 대행사 Area23의 CCO 호킨스는 작업 당시 겪었던 어려움을 전했다.

데이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씨 사운드 팀이 찾아간 곳은 구글(Google)이다. 유튜브(Youtube)에 도움을 요청해 200만여개의 비디오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해결하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3919개의 고함소리, 1600개의 알림소리, 1만461개의 사이렌 소리등을 수집해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75개의 소리로 분류했다. 제품으로 구현하기까지 많은 기술이 복잡하게 활용된 반면 사용자경험은 단순하게 설정했다. 집안 곳곳 플러그가 있는 곳에 씨 사운드를 꽂아 놓기만 하면 된다. 

2019 칸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씨 사운드'.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씨 사운드'. ⓒCannes Lions

 칸 라이언즈에서 발표한 2019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칸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빌 염(Bill Yom) 제일기획 GCD는 "크리에이티비티의 미래는 협업, 대행사와 브랜드의 사업변화에 있다"며 "심사위원들은 대행사와 광고주 사이의 관계를 깊이 살펴 보는데 이는 서로 다른 크리에이티브가 협력하며 생기는 시너지가 작품에 반영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심사평을 전했다.

이노베이션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수상한 씨 사운드는 빌 염 GCD가 언급한 미래의 크리에이티비티의 정수를 보여준다. 씨 사운드의 중심에는 대행사 Area23과 광고주인 와비오의 빈틈없는 파트너쉽이 존재했다.

Area23에는 'What if'(만약에...)문화가 있는데 전직원이 주기적으로 'What if'에서 출발해 아이디어를 낸 다음 이사진들의 좋은 평가를 얻게 되면 사내에 작은 팀이 만들어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8년 크리스틴(Kristen Bell)은 팀원과 함께 청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문제로 삼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의 남편은 청각장애인이다.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라고 그녀의 팀은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얼마 후 Area23에는 제품디자이너, 기술분야 전문가, 프로젝트 매니저등을 포함한 팀이 꾸려졌고 소리를 문자로 변환해주는 가정용 기기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Area23팀은 이미 그들보다 훨씬 먼저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던 와비오(WAVIO)를 발견하게 된다. 와비오(WAVIO)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세사람이 함께 설립한 회사다. Area23은 주저없이 와비오에 연락해 What If를 제안했다.

"우리가 같이 일한다면...?"
"와비오의 소프트웨어와 Area23의 하드웨어 디자인을 합친다면...?"

'씨 사운드'팀은 이렇게 만나게 됐다.

칸 라이언즈는 이 팀의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그들의 아이디어를 칸 라이언즈를 통해 세상에 보여줌으로써 미래의 투자자를 만나거나 제품의 시장성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그랑프리를 가져간 Area23과 와비오의 협력은 칸 라이언즈 수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후 더 긴밀한 관계가 됐다. 칸 라이언즈 이후 와비오와 Area23은 백만달러 투자 계약을 맺었고 Area23은 와비오의 공식 파트너사로써 씨 사운드의 생산, 개발, 판매 까지 모든 과정에서 합력하고 있다.

Area23과 와비오의 공동작업은 크리에이티비티 산업에 새로운 수익구조 모델을 제시했다고 본다. 앞으로 대행사의 무한한 변신을 기대한다.

△ 주목해야 할 아이디어 
청각장애인도 인지할 수 있도록 소리를 문자로 변환해 소리를 눈으로 보게하다.


△ 그랑프리 작품이 주는 인사이트
1. 머신러닝 작업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당신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 (멀리서 찾지 말자)
2. 협력자들과 긴밀한 파트너쉽을 형성하는것이 중요하다.
3. 장애인을 돕기 위한 이노베이션은 포용정책 그 이상이 되어야한다.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이끌 수도 있다.

△ 별첨
칸 라이언즈와 WARC 가 분석한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공동 작업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다.
2. 브랜드의 문제가 아닌 사람들의 실제 문제 상황을 해결했다. 
3. 끈기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라.

첫째, 크리에이티비티의 미래는 공동작업과 역할의 변신에 있다. 지금껏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전에 없던 아이디어를 개발 할 수도 있다. 그랑프리 수상작 '씨 사운드'와 브론즈 라이언을 수상한 이산화 탄소 과소비를 제한하는 신용카드 '두코노미'는 대행사와 스타트업간의 훌륭한 파트너쉽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두번째는 허상만 있는 아이디어가 아닌 누군가 겪고 있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크리에이티비티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2013년 이노베이션 부문이 처음 생겼을때 주요 출품작품은 로봇이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계와 같은 기술 그 자체에 중점을 둔 작품이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기술의 영향력을 고민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눈에 띄는점은 공익, 공공의 선을 고려한 이노베이션이 최근 2년사이 대폭 늘었다. 맥칸USA는 포장지박스부터 게임 컨트롤러까지 누구나 차별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고민했고 이스라엘의 맥칸 텔아비브는 간단한 보조장치를 통해 장애인들이 값비싼 특수가구가 아닌 일반가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시간을 두고 끈기있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사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랑프리를 수상한 '씨 사운드'와 실버라이언즈를 수상한 TBWA 상파울로의 '점자 블럭'(Braille Bricks)은 최대 5년의 시간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이노베이션 부문은 칸 라이언즈의 다른 부문과 비교했을때 꽤 오랜기간동안 개발한 아이디어들을 볼 수 있는데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끈기있는 데이터 수집과 진정한 공감이 있어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