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폰이 사치품?… 캐비어보다 높은 세금 부과율, PR캠페인이 법을 바꿨다
탐폰이 사치품?… 캐비어보다 높은 세금 부과율, PR캠페인이 법을 바꿨다
  • 은현주
  • 승인 2020.07.0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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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뉴 노멀] 칸 라이언즈의 선택, 수상작으로 보는 트렌드
2019년 PR 부문 그랑프리 작품과 심사위원이 전하는 주요 트렌드

[칸, 뉴 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 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는 매년 3만여개의 작품이 출품되고 있다. 그 중 라이언즈 수상의 영광은 전체 출품작 대비 평균 3% 내외의 작품에게만 돌아간다.

모든 카테고리에 그랑프리, 골드, 실버 그리고 브론즈가 하나씩 주어지는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격이 있는 작품에 대해서만 수상을 하겠다는 것이 칸 라이언즈의 엄격한 기준이다. 칸 라이언즈는 어떤 작품을 주목하고 있는지,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는 어떤 방향을 향해 흐르고 있는지 '칸 라이언즈의 선택'시리즈를 통해 소개한다.

일곱번째로 살펴볼 부문은 'PR'부문.

PR 부문은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평가하는 부문이다. 브랜드 또는 조직의 비즈니스와 평판을 확립, 보호 및 강화하는 스토리텔링이 핵심 요소다. 출품하는 작품은 독창적인 생각, 변화시키는 통찰력 그리고 전략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는지, 어떻게 비즈니스와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가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2019 칸 라이언즈 PR 부문 그랑프리 수상 '탐폰 북'.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PR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품 '탐폰 북'. ⓒCannes Lions

제목: 탐폰 북 (The Tampon Book: A Book Against Tax Discrimination)
수상: 2019 칸 라이언즈 PR부문, 그랑프리 (PR Lions, Grand Prix)
출품사: 숄츠&프렌즈 베를린 (Scholz&Friends Berlin)
광고주: 더 피메일 컴퍼니 (The Female Company)

 

독일 여성들이 탐폰을 구매하며 지불하게 되는 세금은 평생 약 1650유로(한화 224만원).
이 비용은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인데, 독일에서는 탐폰이나 생리대와 같은 여성 위생용품이 럭셔리 상품과 같이 분류돼 상품 가격의 19%를 세금으로 낸다. 반면 고급 식재료인 캐비어, 트러러플, 유화작품에 매겨지는 세금은 7%다.

여성 위생용품은 기호에 따라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대다수의 여성에게는 매달 정기적으로 필요한 생필품이다. 그런데 여기에 붙는 세금이 캐비어나 트러플보다 높다는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한 인터뷰에서 오바마(Obama) 미국 前대통령은 터무니 없는 '탐폰 세금'에 대해 "아마 남성 정치인들이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답변해 화제가 됐다. 실제로 1963년 남성 중심의 독일의회에서 탐폰과 같은 여성용품을 사치품으로 분류하고 여기에 부가세중에서도 높은 비율인 19%로 세금제도를 제정한 이후 이 제도는 50년넘게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1963년 독일 분데스탁 의회에서 결정된 19%의 탐폰 세금. ⓒCannes Lions
1963년 독일 분데스탁 의회에서 결정된 19%의 탐폰 세금. ⓒCannes Lions

소위 '탐폰 세금'이라 불리는 이 불공정한 세금제도는 최근 독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기 시작했고 이미 캐나다, 케냐, 미국, 호주에서는 탐폰 세금이 폐지됐다. 

독일에서도 '탐폰 세금' 폐지를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있었지만, 독일 정치인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유기농 여성 위생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더 피메일 컴퍼니'(The Female Company)는 '탐폰 세금'을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하기로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더 피메일 컴퍼니'가 법까지 바꿀 목적을 가지고 캠페인을 시작한것은 아니었다.

세바스티안 셀처(Sebastian Stelzer) 숄츠&프랜즈 베를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스타트업이었던 '더 피메일 컴퍼니'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유명해지길 원했고, PR을 대행했던 우리는 브랜드의 주력 상품이었던 탐폰에 대해서 조사를 하던 중 탐폰에 꽤나 높은 비율의 세금이 부과 된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탐폰세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서 브랜드 PR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 피메일 컴퍼니'는 크리에이티브 대행사 '숄츠&프렌즈 베를린' 팀과 함께 고민했고 그들은 재밌는 상상력을 실행에 옮겼다.

여성용품 소비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만들어진 '탐폰 세금'을 내세워 여성들이 법적으로 차별받고 있는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법으로 꼬집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 19%의 비율이 아닌 다른 일상 소비재에 부과되는 7% 세금을 적용받는 상품 중에서 탐폰을 포장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았다. '숄츠&프렌즈 베를린'팀은 책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책을 통해 탐폰 세금의 문제에 대해서도 알리고 여전히 만연한 성별에 따른 불평등에 대한 콘텐츠를 추가하는 아이디어를 더했고 가장 중요한 탐폰은 책 뒤에 부록처럼 넣어 '더 피메일 컴퍼니'만의 특별한 책을 만들었다.

탐폰 15개를 넣은 탐폰북, 탐폰 뿐 아니라 탐폰 세금에 대한 문제제기와 성별차이로 인한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45페이지에 걸쳐 다루었다. ⓒCannes Lions
탐폰 15개를 넣은 탐폰북, 탐폰 뿐 아니라 탐폰 세금에 대한 문제제기와 성별차이로 인한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45페이지에 걸쳐 다루었다. ⓒCannes Lions

지난 2019년 4월 16일 독일에서는 45페이지 분량의 책에 유기농 탐폰 15개를 넣은 특별한 책 '탐폰 북'(Tampon Book)이 출시됐고 1만권의 탐폰북은 하루만에 모두 판매됐다. 

독일 주요 TV방송, 신문, 인터넷 블로그에서 탐폰 북을 다뤘고 탐폰 북 출시한지 2주만에 미디어에서 독일의회까지 화제가 이어졌다. 독일 RTL방송은 법이 바뀌어야 한다며 의회로 시선을 돌리도록 했다. 

더이상 '탐폰 북'은 브랜드만을 위한 상품이 아니었다.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가 되면서 페이스북 게시글은 한동안 노출금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캠페인 제작팀에게 탐폰 북을 건네받은 몇몇 여성 정치인들과 인플루언서들이 각자 개인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탐폰 세금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계속됐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더 피메일 컴퍼니'는 국민청원을 주도했고 15만7223명의 서명을 받아 독일의회에 탐폰 세금 폐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19년 칸 라이언즈에서 PR부문 그랑프리를 받을 당시에도 '탐폰 북'은 현재 진행형이었는데, '탐폰 북'으로 시작된 사회적 움직임은 '월경은 럭셔리가 아니다'(Periods are not a luxury)라는 이름의 또 다른 온라인 캠페인으로 이어졌고 법을 바꾸기 위한 청원은 18만여명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여성 위생용품 쇼핑몰이 용기있게 내놓은 '탐폰 북'은 드디어 2020년 1월부터 50년이 넘게 19% 비율을 유지했던 탐폰 세금을 일반 소비재와 같은 7%로 낮추는 결과를 이뤄냈다.

△ 주목해야 할 아이디어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로 소비자가 현실사회에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 그랑프리 작품이 주는 인사이트

1. 공공의 문제를 다룬 캠페인
지난 2017년과 비교했을때 공적인 문제를 주제로한 캠페인은 2019년에 53% 증가했다. 브랜드가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어떤 사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작품의 비율은 2017년에는 PR부문 전체 수상작 중 17%에서 지난해 26%로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칸 라이언즈 PR부문 수상작 중 공공사회의 문제를 다룬 캠페인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것을 보여준다. ⓒCannes Lions
지난 2017년 대비 칸 라이언즈 PR부문 수상작 중 공공사회의 문제를 다룬 캠페인은 2019년 53%증가했다. ⓒCannes Lions

2.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
사람들은 무언가 하려고 하는 보여주기 식 '제스쳐'보다 행동을 기대한다.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브랜드만의 입장을 밝히고 행동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 별첨
칸 라이언즈와 WARC 가 분석한 'PR 부문'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보여주기식인 '제스처'를 넘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 형식적인 태도는 충분하지 않다. 브랜드는 행동해야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지지하거나 사람들의 대화를 한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

수지 워커(Susie Walker) 칸 라이언즈 출품담당자는 "최근 3년간의 PR 부문 그랑프리 작품을 살펴보면 PR의 흐름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2017년 '용감한 소녀'(Fearless Girl)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화제가 됐었는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8년 '쓰레기 섬'(Trash Isles)은 브랜드가 조금 더 직접적으로 공적인 문제를 다루며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2019년 '탐폰 북'은 그러한 PR 트렌드의 연장선이라 본다"고 PR의 글로벌 트렌드를 설명했다. 

2017년 PR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용감한 소녀'는 미국의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가 집행하고 맥칸 뉴욕(McCann New York)이 대행했다. 이 작품은 3월 국제여성의 날을 맞아 미국 월스트리트에 주식가치 상승을 의미하는 유명한 황소상 앞에 용감하게 맞서는 어린 소녀의 청동상을 설치한 것으로, 황소가 상징하는 기존의 남성중심 자본주의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젊은 여성들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집행됐다. 

2018년 동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쓰레기 섬'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경고하는 글로벌 비영리기구 '플라스틱 오션'(Plastic Oceans International)과 영국의 LAD Bible 미디어사가 집행하고 대행사 AMVBBDO 런던이 대행했다. 북태평양 부근에 프랑스 영토만한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곳이 있는데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자 환경단체는 웬만한 나라만큼 거대한 이 쓰레기 더미를 공식 국가로 인정하는 신청서를 UN에 제출했고 국가의 자격을 얻기위해 쓰레기 섬의 시민을 모집하고 다른 국가들도 이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음을 알렸다.   

2. 브랜드 제품이 소비자의 삶에서 차지했던 기존 역할의 틀을 벗어나라. 경계를 허물어도 좋다.
유기농 여성 위생용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이 법을 바꿀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3. 뻔한 아이디어는 뻔한 결과를 얻는법. 특이한 현상을 그냥 넘기지 말고, 당신의 캠페인 플래너와 상의하라.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페루에서는 페루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보러가기위해 일을 그만두고, 은행 대출을 받거나 재산을 처분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는 36년 동안 월드컵에서 페루 축구팀의 경기를 볼 기회가 없었던 6만여명의 축구팬들이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페루 최대의 슈퍼마켓인 플라자 비아(Plaza vea)는 페루에 비해 물가가 3배나 비싼 러시아로 떠난 축구응원단을위한 '페루시안 가격'(Perussian Prices) 캠페인을 계획했다. DDB Lima 가 대행을 맡은 이 캠페인은 페루 축구팀 경기가 열리는 도시의 주요 슈퍼마켓 3곳을 찾아가 페루 국민임을 여권으로 증명하면 페루 물가에 맞춘 저렴한 금액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독특한 협정을 맺었다.

러시아에서도 페루에 있는 것처럼 가격을 낮춰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Cannes lions
러시아에서도 페루에 있는 것처럼 가격을 낮춰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Cannes lions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플라자 비아'가 감수해야 해야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페루시안 가격' 캠페인으로 페루 국민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게된 '플라자 비아'는 전년대비 매출과 거래량이 각각 7.5%, 3.1% 증가했다. 

페루 국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물한 '페루시안 가격' 캠페인은 2019 칸 라이언즈에서 지역적 특색을 잘 살려낸 캠페인으로 PR 부문 하위 카테고리인 '사회적 행동 및 문화적 통찰력'(Social Behavior & Cultural Insight)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페루 역사상 첫 골드 라이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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