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 가면 와퍼가 단돈 1센트… 버거킹, 크리에이티비티로 판을 뒤집다
맥도날드에 가면 와퍼가 단돈 1센트… 버거킹, 크리에이티비티로 판을 뒤집다
  • 은현주
  • 승인 2020.05.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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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뉴 노멀] 칸 라이언즈의 선택, 수상작으로 보는 트렌드
2019년 티타늄 부문 그랑프리 작품과 심사위원이 전하는 주요 트렌드 3가지

[칸, 뉴 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 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는 매년 3만여개의 작품이 출품되고 있다. 그 중 라이언즈 수상의 영광은 전체 출품작 대비 평균 3% 내외의 작품에게만 돌아간다.

모든 카테고리에 그랑프리, 골드, 실버 그리고 브론즈가 하나씩 주어지는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격이 있는 작품에 대해서만 수상을 하겠다는 것이 칸 라이언즈의 엄격한 기준이다. 칸 라이언즈는 어떤 작품을 주목하고 있는지,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는 어떤 방향을 향해 흐르고 있는지 '칸 라이언즈의 선택'시리즈를 통해 소개한다.

네번째로 살펴볼 부문은 '티타늄(Titanium)' 부문.

티타늄은 특정 매체를 구분하지 않고 기존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에게 수상하는 부문이다. 도전적이며 경계를 허물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작품 즉 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게하는 크리에이티비티를 중심으로 심사한다. 

2019 칸 라이언즈 티타늄 부문 그랑프리 '와퍼 디투어' 캠페인.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티타늄 부문 그랑프리 '와퍼 디투어' 캠페인. ⓒCannes Lions

제목: 와퍼 디투어 THE WHOPPER DETOUR
수상: 2019 칸 라이언즈 티타늄 부문, 그랑프리 (Titanium, Grand Prix)
출품사: FCB USA
광고주: 버거킹 (Burger King)

단돈 1센트(한화 약 12원)에 버거킹 와퍼를 살 수 있다?!

'와퍼 디투어'는 지난 2018년 12월 버거킹이 모바일로 버거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BK앱을 출시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진행한 이벤트다. BK앱을 통해 주문하면 1센트에 와퍼를 살 수 있도록 했다.

 

BK앱 다운로드 후 와퍼를 1센트에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사용하려면 사용자들은 버거킹의 최대 경쟁업체인 맥도날드 매장으로 가야만 한다. 맥도날드 매장을 기준으로 200m 반경안에 들어가야만 와퍼 1센트 쿠폰이 실행되도록 한 것이다.

맥도날드 근처에서 BK앱으로 와퍼를 주문하면, 앱은 사용자가 있는 지점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버거킹 매장으로 안내해준다. 이를 위해 대행사 FCB 미국 팀은 미국 전역에 있는 1만4000여개의 맥도날드 매장을 버거킹 매장과 연결시키는 새로운 브랜드 지도를 제작해야 했다.

알렉스 스프라우스(Alex Sprouse) ACD(Associate Creative Director)는 "지리적 위치 기반의 기술(Geo-fencing Technology)을 사용해 BK앱을 제작하는 과정이 와퍼 디투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작업"이라고 밝혔다.

버거킹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인 맥도날드의 매장은 미국을 기준으로 버거킹에 비해 2배 더 많다. 하지만 이런 규모에 움츠러들 버거킹이 아니다. 버거킹은 맥도날드의 압도적인 매장 수를 오히려 자신들의 BK 모바일 앱 프로모션 캠페인의 핵심요소로 활용하는 슬기로운 대처방법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왜 굳이 맥도날드를 가도록 했을까. 어디서나 와퍼 1센트 쿠폰을 사용하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가브리엘 슈미트(Gabriel Schmitt) FCB 미국 ECD는 "와퍼 디투어 캠페인의 목적은 와퍼를 많이 판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며 "BK 앱을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 받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5년 11%를 차지했던 패스트푸드 모바일 앱 주문 사용자는 2018년에는 40%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에 비춰봤을 때 2020년에는 모바일 앱을 활용해 패스트푸드를 구매하는 소비자 규모가 약 47조원(약 3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버거킹은 확대되는 모바일 앱 기반의 구매 흐름을 기회로 삼기 위해 기존의 모바일 앱 점검을 진행했고, 사용자가 매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제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들의 핸드폰에는 모바일 주문 또는 배달 앱이 적어도 하나 둘을 설치돼 있을 터. 버거킹은 모바일 주문 앱 서비스의 선구자 위치는 아니었다. 늦게 합류한 만큼 확실한 한 방이 필요했다. 

소비자들에게 '업데이트된 BK 앱을 다운로드 하세요'라고 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 BK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미있는 경험으로 사람들을 초대했다. 경쟁사인 맥도날드를 자극하면서 장난치는 작전을 택한 것. 버거킹은 끊임없이 경쟁사를 자극하고 또 자신들의 마케팅의 요소로 활용해 왔다.

버거킹은 맥도날드의 상징이었던 삐에로 복장을 하고 핼러윈 시즌에 버거킹 매장을 찾으면 무료로 와퍼를 제공했고, 버거킹 모바일 앱을 통해 거리에 있는 맥도날드 광고판을 버거킹의 그릴불판으로 바꾸어 놓는식으로 말이다. 이번에는 맥도날드 근처에 있는 소비자를 버거킹 매장으로 초대했다.

반응은 대단했다. BK앱 출시 48시간만에 앱 다운로드 순위 686위에서 1위로 상승했으며 9일만에 150만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프로모션 기간에 모바일 판매량은 전과 비교했을때 약 3배 증가했다. 와퍼를 단돈 1센트에 판매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진행된 버거킹 디지털 프로모션 신기록보다 무려 40배나 더 증가한 수익을 만들어냈다.

2019년 티타늄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데이비드 루바(David Lubars) BBDO CCO는 이 캠페인에 대해 "라이벌 매장에서 자신들의 매장으로 발을 돌리게 만든 아주 기발한 기술의 적용사례"라며 "전에 없던 캠페인 아이디어이며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작업이었을텐데 소비자들에게는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재밌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크리에이티브"라고 그랑프리 선정 이유를 밝혔다.

△ 주목해야 할 아이디어
엄청난 할인과 재미로 버거킹 모바일 앱 다운로드를 활성화하다.

△ 그랑프리 작품이 주는 인사이트
1. 프로모션 할인과 재미있는 경험을 결합함으로써 참여율을 극대화했다.
2. 소비자를 당신의 아이디어에 참여하도록 초대하라. 그들로 하여금 당신 브랜드 메시지의 일부가 되게 하라. 
3. 아직 손대지 않은(미개발의, 미개척의) 지리적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크리에이티브엔 기회가 있다. 
 

△ 별첨
칸 라이언즈와 WARC 가 분석한 '티타늄 부문'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선(Good)을 위한 크리에이티비티 
그랑프리 수상작품을 제외하면 다른 모든 티타늄 수상작품들은 공공 사회의 선(Good)을 추구하고 있다. 세계의 흐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여주며 각 브랜드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보여주는 캠페인들이 티타늄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을 바꿔요' 캠페인은 신체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제한 없이 누구나 게임 콘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디자인을 바꿨다. 게임기가 포장된 박스부터 각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까지 사용자 맞춤으로 얼마든지 활용도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성 차별 문제, 신체에 대한 편견, 인종차별, 언론의 자유까지 공공선의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들이 다수를 이뤘다.

  
2. 틀을 깨는 아이디어 
티타늄 수상작들의 공통 키워드는 '해킹'이라고 할 수 있다. 버거킹은 맥도날드 매장을 침입했고, 폴란드의 신문사 가제타 피엘(Gazeta.PL)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로 편견을 조장하는 포르노 잡지 '트웨드 위켄드'에 침투(인수)해 여성 인권과 여성에 대한 건강한 메시지를 담은 잡지 폐간호를 발행했다. 

3.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혁신
잡지 마지막호를 발행함으로써 포르노 제작물을 근절했던 '마지막 폐간호' 캠페인은 오래전부터 여권 신장에 관심을 보였던 폴란드 신문사 가제타 피엘(Gazeta.PL)과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 마스터카드가 함께 제작했다.

티타늄 부문 심사위원은 "대행사와 광고주, 때로는 아이디어 그 자체를 고립되도록 하지 말라"며 "더 많은 브랜드끼리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탁월한 캠페인을 위해 단결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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