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정부에 일침 날린 신문사, 광고도 기사도 없는 '블랭크 에디션'의 저력
일하지 않는 정부에 일침 날린 신문사, 광고도 기사도 없는 '블랭크 에디션'의 저력
  • 은현주
  • 승인 2020.05.18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칸, 뉴 노멀] 칸 라이언즈의 선택, 수상작으로 보는 트렌드
2019년 인쇄 & 출판 부문 그랑프리 작품과 심사위원이 전하는 주요 트렌드 3가지

[칸, 뉴 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 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는 매년 3만여개의 작품이 출품되고 있다. 그 중 라이언즈 수상의 영광은 전체 출품작 대비 평균 3% 내외의 작품에게만 돌아간다.

모든 카테고리에 그랑프리, 골드, 실버 그리고 브론즈가 하나씩 주어지는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격이 있는 작품에 대해서만 수상을 하겠다는 것이 칸 라이언즈의 엄격한 기준이다. 칸 라이언즈는 어떤 작품을 주목하고 있는지,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는 어떤 방향을 향해 흐르고 있는지 '칸 라이언즈의 선택'시리즈를 통해 소개한다.

세번째로 살펴볼 부문은 '인쇄 및 출판 부문'

2019 칸 라이언즈 인쇄 및 출판 부분 그랑프리 수상작 'The Blank Edition'.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인쇄 및 출판 부분 그랑프리 수상작 'The Blank Edition'. ⓒCannes Lions

제목: 블랭크 에디션(The Blank Edition
수상: 2019 칸 라이언즈 인쇄 및 출판 부문, 그랑프리 (Print & Publishing, Grand Prix)
출품사: BBDO 두바이(BBDO DUBAI)
광고주: 안나하르(AN-NAHAR)

지난 2018년 10월 레바논 주요 일간지인 안나하르(AN-NAHAR) 신문사는 기사와 광고가 일절 없는 빈칸으로 가득한 특별판을 인쇄해 배포했다. 

레바논은 그해 5월에 선거를 치렀지만 정당들은 정부 부처에 대한 불만으로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데 합의하지 못한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치인들은 그들이 해야하는 민생업무를 돌보지 않았고 정당 소유의 신문사에서는 정부가 없는 상황을 두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각자의 변명을 신문 기사로 다뤘다. 레바논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게 되고 국민들은 일하지 않는 정부에 화가 난 상태로 지쳐가고 있었다. 

게다가 언론은 정치인들의 책임회피의 도구로 사용되자 이에 지긋지긋해진 국민들은 더이상 신문을 구독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일간지 안나하르(AN-NAHAR)는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그들이 생각하는대로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레바논 최초로 안나하르(AN-NAHAR)신문의 제호 아래 어떠한 내용도 싣지 않고 백지로 인쇄했고, 소셜미디어 계정, 신문사 웹사이트, 옥외광고까지 모두 공백으로 비워뒀다. 

나일라 투에니(Nayla Tueni) 안나하르(AN-NAHAR)신문 편집장은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신문의 빈칸에 국민들이 각자 정치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 그들의 바람을 표출할 수있도록 독려하며 '블랭크 에디션'의 사용법을 안내했다.

콜라시온(Tres Colacion) BBDO 두바이(BBDO DUB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정치인들이 일하지 않고 있으니 언론사도 더 이상 기사를 쓰지 않고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서 '블랭크 에디션'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초기 기획 의도를 밝혔다. 

BBDO 두바이 팀은 광고주인 안나하르(AN-NAHAR) 신문사에 그들의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적절한 시기와 방법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블랭크 에디션'이 발행되기 바로 얼마 전, 레바논에서 두개의 신문사는 경영위기로 문을 닫았고 한 사우디 신문기자는 암살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뉴스의 특성상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했고 안나하르와 BBDO 두바이 팀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전면을 비워둔 채 신문을 인쇄하기로 결정했다.   

레바논 국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블랭크 에디션은 역대 최고의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 셀러 특집판이 됐으며 약 5억뷰 이상의 미디어 노출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무정부 상태 8개월을 마무리하고 레바논에는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도록 도왔다. 

신문지면을 비우는것으로 레바논 국민들의 이목을 끌고 정부가 세워지도록 큰 역할을 해낸 블랭크 에디션 캠페인은 그 전략이 단순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전에 미리 비용이 지불된 광고를 지면에 싣지 않고 신문을 발행하는 것은 신문사로서 큰 모험이었다. 기사는 싣지 않되 광고만 싣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안나하르 신문사는 고심끝에 신문사 스스로도 위험을 감수하고 사회에 맞서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알리는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2019년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의 미디어 결합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인쇄 매체로 시작했지만 구독자들이 직접 디지털 매체에서 공유하고 전파될 수 있도록 독려함으로 그 영향력은 이전의 인쇄 매체와 비교해 엄청난 파급력을 지닐 수 있게 된것이다.

△ 주목해야 할 아이디어 
백지 신문을 인쇄하는 것으로 사회 문제에 참여해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냈다.


△ 그랑프리 작품이 주는 인사이트
1. 타이밍이 전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뿐 아니라 상황의 맥락을 파악해 미디어 플랜을 고려하라.
2. 백지가 오히려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사람들은 자신만의 것을 만들기 원한다.)
3.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결합함으로 더욱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 별첨
칸 라이언즈와 WARC 가 분석한 '인쇄 및 출판 부문'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브랜드가 외치는 메시지대로 행동하라
2. 인쇄와 새로운 플랫폼의 결합 = 멀티 플랫폼
3. 인쇄매체의 전통을 살리는 작품

첫번째는 한 입 갖고 두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브랜드가 외치는 브랜드 가치가 있는 곳에 실제로 참여해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9년 칸 라이언즈 수상작에서는 이 특징이 더욱 두드러졌다. 지구 온난화, 총기 규제관련,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경고와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캠페인들이 많이 등장했다. 

대행사 FCB 미국의 '총기 사건을 다룬 역사책'(The Gun Violence History Book)은 상징적인 인쇄물인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사회운동에 연결된 캠페인이다. 미국에서의 총기관련 사건사고의 역사를 정리한 이 한 권의 책은 총알이 뚫지 못할 만큼 두껍다. 이 책은 법안을 제정하는 의원들에게 전달됐고 다수의 학교에서도 교육자료로 사용됐다.

두번째로는 멀티 플랫폼을 활용한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그랑프리 작품으로 소개한 '블랭크 에디션' 외에도 글로벌주류회사인 AB인베브의 '스포츠 이면의 맥주'(The Beer Behind Sports)가 있다. 대행사 아프리카 상파울로(AFRICA SAO PAULO)는 버드와이저 맥주의 지면 포스터에 특정 검색어를 소개했고 이 광고를 접한 사람들은 구글 검색을 통해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버드와이저 맥주를 즐기는 사진들을 찾아 볼 수 있도록 했다. 

2019 칸 라이언즈 인쇄 및 출판 부문 실버라이언즈 수상작 'The Beer Behind Sports'.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인쇄 및 출판 부문 실버라이언즈 수상작 'The Beer Behind Sports'. ⓒCannes Lions

마지막 세번째는 전통적인 광고 매체 중 하나인 인쇄광고만의 특징을 잘 살려낸 작품들을 소개한다. 코카콜라와 맥도날드의 인쇄 포스터는 단 하나의 이미지로 고전적이면서도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브랜드 콘셉트를 전달했다. 사진 한 장으로도 코카콜라 캔 따는 소리가 생생하게 전달 된다. 비오는 창 밖 사진 한 장으로 점심엔 맥딜리버리를 주문하도록 맥도날드는 소리없이 강하게 말하고 있다. 

2019 칸 라이언즈 인쇄 및 출판 부문 골드라이언즈 수상작 'The Coke Hear Campaign'.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인쇄 및 출판 부문 골드라이언즈 수상작 'The Coke Hear Campaign'.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인쇄 및 출판 부문 브론즈라이언즈 수상작 'McDelivery'. ⓒCannes Lions
2019 칸 라이언즈 인쇄 및 출판 부문 브론즈라이언즈 수상작 'McDelivery'. ⓒCannes Lion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