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의 주범은 술과 축구 경기?… AB인베브, 여성을 지키기 위해 노래하다
가정폭력의 주범은 술과 축구 경기?… AB인베브, 여성을 지키기 위해 노래하다
  • 은현주
  • 승인 2020.05.1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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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뉴 노멀] 수상작 리뷰: 성별 차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폭력
남아공, 축구경기 후 가정폭력 비율 높아지는 사회적 문제점 '#노 익스큐즈' 캠페인으로 해결 나서
2018년 칸 라이언즈 라디오&오디오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변화를 위한 축구 웅원가(Soccer Song for Change). ⓒCannes Lions
2018년 칸 라이언즈 라디오&오디오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변화를 위한 축구 웅원가(Soccer Song for Change). ⓒCannes Lions

[칸 뉴노멀]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와 문화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공개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뉴노멀 시대를 위한 다양한 영감(inspiration)을 제안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전세계 보건 및 위생 뿐 아니라 가정 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외부활동과 외출을 제한하고 자가격리 기간이 늘어나면서 가정폭력의 사각지대는 오히려 넓어지게 된 것이다.

폭력적인 관계를 연구하는 브리스톨 대학 사회학자 마리안 헤스터(Marianne Hester)는 "가정폭력은 주로 가족이 함께 모여 많은 시간을 보내는 때, 크리스마스와 여름 휴가기간에 증가한다"고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중에 발생할 수있는 가정폭력 증가를 우려한 것.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달 발표한 'COVID19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 보건계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COVID-19 and violence against women What the health sector/system can do)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월 한 달 동안 중국 후베이성 징저우시에서는 전년 대비 가정폭력 신고건수가 3배 증가했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수상한 성별 차이에 따른 범죄와 가정폭력을 다룬 캠페인 6개 작품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1. 변화를 위한 축구 응원가(Soccer Song for Change)
수상내용: 라디오&오디오 부문(Radio & Audio Lions) 그랑프리
출품사: 오길비 케이프타운(OGILVY CAPE TOWN)
광고주: AB인베브(AB INBEV)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학대로 인한 피해 건수는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5배 높다. 2017년 남아공 의료연구기관(Medical Research Council)에 따르면 남아공 남성의 40%가 매일 그들의 배우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것으로 조사됐다. 끔찍하게도 이 비율은 축구 경기가 끝난 이후 더 높은 비율로 발생하고 있고 응원하던 팀이 경기에서 지게되는 경우 상황은 더 위험해질 수 있다.

남아공 최대 인기 축구팀의 후원사였던 글로벌 주류 브랜드 AB인베브(AB INBEV)는 이 문제의 주요 원인이 알코올에 있음을 인지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큰 결심을 했다. 여성폭력에 대한 주범으로 꼽히는 알코올 회사가 이에 대항하는 챔피언이 되기로 한 것이다.

남아공 인기 축구팀인 '올랜도 파이리츠FC'(Orlando Pirates)와 '카이저 치프스FC'(Kaizer Chiefs)팀의 소웨토 경기(Soweto derbies)는 축구팬들에게 인기있는 경기다. 축구 경기가 끝난 이후 폭력이 더 빈번히 발생한다는것에 착안해 남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사람과 관심이 집중되는 축구경기를 타깃으로 삼고 국내 양대 산맥인 두 축구팀에 대한 후원을 통해 모두가 들을 수 밖에 없는 노래를 부르게 했다.

국가(國歌)를 부르는 순서에 등장한 합창단은 국가의 1절을 부른 뒤 중간부터는 '#노 익스큐즈(#NoExcuse)'를 구호로 가사를 바꿔 노래를 이어간다. 다음은 가사의 일부 내용을 옮긴 것이다.

'그가 말 할 때 나는 듣고 있어야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다른 교육을 받게 되지. 그의 팀이 경기에서 지고, 그는 계속해서 술을 마시네. 이게 싸움으로 끝난다면 어떤 핑계를 댈 것인가. 다시는 이런일을 당하지 않으리'

노래 가사가 바뀌자 이를 듣고 있던 경기장 내 관중의 표정이 달라진다.

여성 학대의 내용음 담은 가사로 노래를 부른 이 합창단은 누군가의 아내와 딸이다. 이 장면은 TV로 생중계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해당 장면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개막식과 경기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경기장에는 8만여명의 관중이 자리를 지켰고 경기 방영 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면서 4500만명에게 공유돼 많은 사람들에게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이 메시지는 노래에서 끝나지 않았다.

AB인베브는 '#노 익스큐즈' 메시지를 남아공 전역에 있는 남성들의 손에 들리도록 했다. 브랜드의 상징인 맥주 제품의 패키지를 기존의 로고가 들어간 디자인에서 '#노 익스큐즈' 패키지로 변경했다.

'#노 익스큐즈' 캠페인은 총 5개국에 울려퍼졌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아프리카에서는 특별 의회가 구성돼 성별 차이에 기초한 폭력을 다루는 법안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

2018년 칸 라이언즈 라디오&오디오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 캠페인은 2020년 코로나19 위기속에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집에서 격리돼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가 소리내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왓츠앱(WhatsApp) 'BRAVE to 0800 150 150'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들을 도와 줄 전문가 및 기관을 연결해준다. '#노 익스큐즈' 캠페인은 가정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폭력에 따른 남성 및 여성 모든 피해자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 가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여성긴급전화 ☎1366, 청소년 피해자의 상담은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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