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호텔로 초대합니다"… 치킨 브랜드가 침대시트·쿠션·콘돔까지 만든 사연은?
"KFC 호텔로 초대합니다"… 치킨 브랜드가 침대시트·쿠션·콘돔까지 만든 사연은?
  • 김수경
  • 승인 2020.03.1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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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와 젊은층에 스며들기 위한 KFC 고도의 전략
광고대행사 PS21 제작 대행
KFC Palace. ⓒKFC
KFC Palace. ⓒKFC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KFC가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젊은 고객들을 초대했다. 치킨은 물론 침대시트·쿠션·콘돔까지 KFC 디자인으로 완성한 KFC 팰리스 스위트(Plalace Suite)가 그 특별한 정체를 공개했다.

10일 글로벌 광고 사이트 애즈오브더월드(adsoftheworld)에 따르면 KFC는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의 유명 호텔 내 최고급 스위트룸인 KFC 팰리스를 열었다.

KFC 팰리스는 KFC의 대표 색상인 빨강과 흰색을 중심으로 꾸며졌으며 KFC의 창업주이자 마스코트인 커널 샌더스(Colonel Sanders)의 사진들이 벽에 걸려있다.

KFC 팰리스를 방문하는 커플들은 침대시트와 목욕 가운은 물론 슬리퍼, 쿠션, 비누, 콘돔까지 모두 KFC 디자인으로 완성된 어메니티(Amenity)를 만날 수 있다. KFC는 호텔에서의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프라이드 치킨을 포함한 2개의 KFC 메뉴를 룸 서비스로 무료 제공한다.

KFC가 치킨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고급 호텔 마케팅을 펼친데는 지역 문화와 영 제너레이션(Young generation)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치맥(치킨+맥주)', '치콜(치킨+콜라)' 등 치킨을 먹는 문화가 대중화 된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스페인 사람들은 치킨을 즐겨먹지 않는다. 프라이드 치킨이 하나의 음식 문화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KFC 입장에서는 자사의 대표 제품인 프라이드 치킨을 즐겨먹지 않는 스페인 고객들에 대한 고민이 컸다. 이에 KFC는 광고대행사 PS21과 함께 스페인 내 젊은 고객층과의 접점을 만들어 그들이 즐기는 문화의 일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 'KFC 팰리스' 캠페인을 기획했다.

KFC의 접근 방식은 매우 조심스럽고 차분했다. 젊은 고객들에게 무작정 다가가는 대신 그들의 방식대로 'KFC'와의 관련성을 구축하는 방법을 택했다.

KFC는 먼저, 젊은 고객들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SNS 플랫폼인 트위터(Twitter)에서 이들이 'KFC'라는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를 관찰하고 분석했다.

스페인의 젊은 소비자들은 트위터에서 "당신을 KFC에 초대합니다(I invite you to KFC)"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 고객들이 쓰는 'KFC'는 브랜드명인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이 아닌, 연인을 집에 초대할 때 쓰는 은밀한 약어로 사용된다.

스페인의 젊은층이 쓰는 'KFC'는 'Know each other, F**k each other, C** togeter' 또는 'Know my door, F**k me in my bed, Ciao'처럼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 브랜드가 성(性)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광고나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KFC는 스페인 젊은 고객층의 'KFC'에 대한 니즈를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연인을 집으로 초대할 때 'KFC'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처럼, KFC는 고객들을 KFC 팰리스로 초대하기로 한 것이다. 

버킷 로맨티코(Bucket Romantico). ⓒKFC
버킷 로맨티코(Bucket Romantico). ⓒKFC

KFC는 먼저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KFC 팰리스'를 꾸민 뒤, 영향력이 큰 트윗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캠페인 영상의 일부를 공개하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번 캠페인의 해시태그(#)는 '#teinvitoakfc'로 '당신을 KFC로 초대합니다'라는 의미의 스페인어다.

스페인의 인플루언서인 @TheGrefg(322만 팔로워), @PostureEspanol(23만3000 팔로워), @Cabronazi(650만 팔로워) 등이 'KFC 팰리스' 캠페인을 트윗하면서 이에 대한 사람들의 참여도와 자발적 확산량이 빠르게 증가했다.

KFC는 "고객의 대화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와 고객이 함께 하나의 문화적 현상을 만들고 즐겼다"며 "스페인 고객들이 KFC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더라도 브랜드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실생활에서 KFC 브랜드를 경험케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고객층에게 다가가 KFC의 브랜드 문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KFC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멋진 브랜드'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브랜드는 목적과 목표가 뚜렷한 캠페인을 기획한 뒤 TV나 SNS, 홈페이지를 통해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홍보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해왔다. 최근에는 이같은 브랜드 중심의 일방적 소통에서 벗어나, 'KFC 팰리스'처럼 고객으로부터 비롯된 고객 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KFC 측은 "젊은 세대는 전통적인 광고를 거부하고, 섣불리 그들의 문화에 접근하려는 브랜드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패스트푸드의 주요 고객은 젊은층이기 때문에 이번 캠페인은 KFC뿐만 아니라 다른 패스트푸드 브랜드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KFC 팰리스'는 SNS 상에서 530만 회 언급되며 역대 KFC 소셜미디어 캠페인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 캠페인의 트윗 당 '좋아요'와 리트윗 건수를 총 팔로워 수로 나눈 수치인 '상호 작용 비율(interaction rate)'은 326%, 트위터 내 KFC 브랜드 평균 언급량은 211% 증가했다. 이 캠페인으로 KFC는 약 48만 유로(한화 약 6억5815만원)의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