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의 '사회적 거리두기' 로고 캠페인이 비판받는 까닭… "진정성 없는 마케팅은 독"
맥도날드의 '사회적 거리두기' 로고 캠페인이 비판받는 까닭… "진정성 없는 마케팅은 독"
  • 김수경
  • 승인 2020.04.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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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코카콜라, 아우디, 벤츠 등 '사회적 거리두기' 로고 공개
소비자, 마케팅 활동의 진정성 판단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요구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 로고를 공개한 맥도날드(좌)와 아우디. ⓒ각사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 로고를 공개한 맥도날드(좌)와 아우디. ⓒ각사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McDonald’s)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는 취지로 브랜드의 상징인 '골든아치(Golden Arches)'를 분리시킨 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브랜드 로고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정작 매장 직원들을 위한 배려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 마케팅 활동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적극 요구하고 있다.

3일 디자인·광고·소셜미디어 전문 매체인 디자인택시(DesignTaxi) 보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맥도날드를 비롯해 코카콜라(Coca-cola)와 아우디(Audi), 벤츠(Mercedes-Benz)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자사의 로고를 분리한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기업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다시 한 번 브랜드를 상기시키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를 담은 마케팅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맥도날드가 '골든아치'를 분리시킨 데 이어 코카콜라는 브랜드 로고의 간격을 멀리 떨어뜨린 브랜드 로고를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광고판에 공개했다.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와 벤츠도 브랜드 로고를 분리시킨 캠페인을 선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 로고를 공개한 벤츠. ⓒMercedes-Benz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 로고를 공개한 벤츠. ⓒMercedes-Benz

로고 분리 캠페인은 브랜드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를 전하며 동참한다는 측면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이 캠페인이 단순한 일회성 마케팅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기업들이 브랜드 로고를 약간 변경했을 뿐, 직원들을 보호하거나 위생 관행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셜·디지털 전략가 매튜 스타소프(Matthew Stasoff)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는 그 아이디어를 생각했고, 누군가는 그것을 승인했으며, 또 누군가는 그 광고를 구매했다"고 말하며 브랜드 로고 분리 캠페인을 비판했다.

광고대행사 GUT의 설립자인 안셀모 라모스(Anselmo Ramos)는 "많은 브랜드들이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시의적절함과 기회주의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브랜드들이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낼 필요는 없다. 말보다 행동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지금은 팬데믹이다. 그리 간단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맥도날드 브라질이 공개한 브랜드 로고 '골든아치'. ⓒMcdonald's
맥도날드 브라질이 공개한 브랜드 로고 '골든아치'. ⓒMcdonald's

로고를 분리시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은 맥도날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전했지만 맥도날드 직원들에 대한 실질적 배려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매년 최대 5일 간의 유급 병가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북미 지역 맥도날드의 약 95%를 차지하는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약 51만7000명의 맥도날드 직원들은 무급 병가만을 쓸 수 있다.

50~500명의 직원을 둔 프랜차이즈 기업의 유급 병가가 의무화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가족우선 코로나19 대응 긴급법안(FFCRA, Families First Coronavirus Response Act)'이 미국 연방의회를 통과하자 맥도날드도 새로운 병가 정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의 모든 직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의심증상으로 격리조치 명령을 받은 경우, 감염자와 접촉했을 시에도 2주 간의 유급 병가를 쓸 수 있게 됐다.

'골든아치' 분리 캠페인을 펼친 맥도날드 브라질은 로고 분리 캠페인에 대한 사과글과 함께 "120여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브랜드로써, 우리 지역사회에 필요한 부분을 도울 수 있는 공동의 책임감을 갖겠다"고 밝혔다. 해당 캠페인은 광고대행사 DPZ&T 제작 대행을 맡았다.

광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강력하게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과 관련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은 어느때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진정성 없는 마케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 로고를 공개한 코카콜라. ⓒ코카콜라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 로고를 공개한 코카콜라. ⓒ코카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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