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진짜 해 낼지도!"… 다운증후군 환자, 마법의 주문을 외치다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진짜 해 낼지도!"… 다운증후군 환자, 마법의 주문을 외치다
  • 김수경
  • 승인 2024.03.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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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rDown, '가정'이 '현실'로 이뤄지는 '자기실현적 예언'서 영감받은 'Assume I Can' 캠페인 선봬
3월 21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맞아 다운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없애고 잠재력 끌어내자는 메시지 전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스몰(Small), 인디애나 프로덕션 대행
쿠어다운(CoorDown)의 'Assume I Can(내가 할 수 있다고 가정해봐)' 캠페인. ©CoorDown

"내가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진짜 해 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다운증후군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마법의 주문이 공개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다운증후군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기관 쿠어다운(CoorDown)은 오는 3월 21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을 기념해 'Assume I Can(내가 할 수 있다고 가정해봐)'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진짜로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콘셉트로, 다운증후군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노래로 세상을 놀라게 한 캐나다 배우 매디슨 테블린(Madison Tevlin)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약 9년 전, 당시 12세였던 매디슨 테블린은 존 레전드(John Legend)의 인기곡 'All of me'를 커버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다운증후군 환자들 중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운증후군 환자는 음역대가 낮아 고음을 낼 수 없다"와 같은 사회적 편견에 맞서, 한 음 한 음 진심을 담아 부른 테블린의 노래는 조회수 800만 회를 넘어서며 다운증후군 환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줬다.

쿠어다운은 다시 한 번 매디슨 테블린의 목소리를 통해 다운증후군 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점을 바꾸고자 했다. 

매디슨 테블린은 다운증후군 환자인 자신에게는 술을 주지 않는 술집의 바텐더와, 자신의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 과격한 운동은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운동 코치, 셰익스피어를 배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교 선생님에게 '가정'해 볼 것을 부탁한다.

그는 "모든 가정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요? 내가 마가리타를 마실 수 있다고 가정하면, 바텐더는 나에게 마가리타를 줄 것이고 저는 마가리타를 마시겠죠. 내가 혼자서도 살 수 있다고 가정하면, 전 혼자 살 수 있을 거예요. 내가 (펀치를) 더 세게 날릴 수 있다고 가정하면, 전 더 세게 칠 거예요. 내가 셰익스피어를 배울 수 있다고 가정하면, 난 셰익스피어를 배우겠죠"라고 강한 어조로 얘기한다. 

그 외에도 "직업을 갖고, 파티에 가고, 섹스를 하고, (공연자로서) 무대에 서는 것 까지 모두 가정할 수 있다면, 나는 그 모든 것을 아마도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외친다. 

이 캠페인은 '다운증후군 환자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가정'만으로도 다운증후군 환자의 현실 세계를 넓혀주고, 예상치 못한 목표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 속 메시지의 토대가 된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K. 머튼(Robert K. Merton)의 '자기 실현적 예언'은 사람들의 '가정'이 '실현'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UN(국제연합)이 주최한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한 다운증후군 여성 마르타 소다노(Marta Sodano)는 "예를 들어, 학생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가정해 선생님이 그 학생을 가르치지 않으면 실제로 학생은 절대 배울 수 없게 된다"며 "어려운 개념이나 쉬운 개념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항상 있을 것이다. 내게 설명되지 않거나 제대로 가르쳐지지 않은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쿠어다운 측은 '자기 실현적 예언'과 마르타 소다노의 연설 내용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캠페인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스몰(Small)과 함께 'Assume I Can' 캠페인을 대행한 인디애나 프로덕션(Indiana Production)의 카림 바톨레티(Karim Bartoletti) 총괄 프로듀서는 "쿠어다운은 매년 다운증후군뿐만 아니라, 지적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그들의 삶에 새로운 빛을 비출 수 있는 강력한 인사이트를 담은 캠페인을 통해 장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자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캠페인에 담긴 강력한 인사이트를 광고 제작의 모든 측면에 반영했다"며 "우리가 만드는 작품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고 경계를 허물고 싶다면 우리 스스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물과 인디애나 프로덕션은 '장애를 다루는 다른 일반적인 광고처럼 광고를 찍을 것이라는 가정', '전체 광고를 모두 책임질 수 있는 (다운증후군) 배우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가정'을 깨고, '할 수 있다'는 자기 실현적 예언을 이뤘다고 말했다.

카림 바톨레티는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캠페인이 가진 독창성과 힘, 강력한 크리에이티브가 보여주듯 우리도 할 수 있다고 가정했고, 실제로 우리는 해냈다"고 역설했다.

'Assume I Can' 캠페인은 쿠어다운의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캐나다 다운증후군 협회(Canadian Down Syndrome Society),국제 다운증후군 협회(National Down Syndrome Society), 글로벌 다운증후군 재단(Global Down Syndrome Foundation), 영국 다운증후군 협회(Down's Syndrome Association UK), 호주 다운증후군 협회(Down Syndrome Australia), 뉴질랜드 다운증후군 협회(New Zealand Down Syndrome Association) 등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에서 집행될 예정이다. 올해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테마는 '고정관념을 끝내라(End the stereotype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