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으로 인한 슬픔의 침묵을 깨야할 때"… 금기에 도전한 'unbirth' 캠페인
"유산으로 인한 슬픔의 침묵을 깨야할 때"… 금기에 도전한 'unbirth' 캠페인
  • 김수경
  • 승인 2021.07.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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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임신의 25%가 유산으로 끝나… 유산에 대한 열린 대화 필요"
유산 겪은 사람들에게 아기 관련 광고 차단할 수 있는 웹 브라우저 플러그인 제공
노 픽스드 어드레스(No Fixed Address) 대행

전세계적으로 많은 임산부들이 유산으로 인한 슬픔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위로하고 지원할 수 있는 특별한 광고 캠페인이 공개됐다.

20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age)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의 병원 '써니브룩(Sunnybrook)'은 최근 '#UnscilenceTheConversation(그 대화에 관한 침묵을 깨자)' 캠페인을 통해 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써니브룩' 병원이 운영하는 'PAIL(Pregnancy and Infant Loss, 임신과 유산) 네트워크'에 따르면 전체 임산부의 25%가 유산 등의 이유로 아이를 잃으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써니브룩' 병원은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unbirth'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광고는 여러 이유로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의 'unbirth'를 담담하게 발표한다.

#UnscilenceTheConversation 캠페인. ⓒSunnybrook

화면은 텅 빈 아기 침대와 텅 빈 액자를 비춘 뒤 "이것은 내 아이를 위한 unbirth 발표입니다. 한 번도 본 적 없고, 만져본 적도 없고, 안아본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이어 "아기가 웃고 있는 사진이나, 작은 손가락이 나의 손가락을 쥐고 있는 사진도 없습니다. 제가 우울해보이고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고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마음 속 깊은 곳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작별 인사를 해야만 하겠죠. 아가야, 결코 살아보지 못했던 소중한 너의 삶과 너를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UnscilenceTheConversation 캠페인. ⓒSunnybrook

광고는 이어 "모든 임신의 25%는 실패로 끝납니다. 저 또한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대화에 관한 침묵을 깨야 할 때 입니다"라고 강조하며 'PAIL 네트워크'를 소개한다.

이 캠페인은 광고대행사 노 픽스드 어드레스(No Fixed Address)가 대행했다.

도미니크 라소(Domenique Raso) 노 픽스드 어드레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는 "임신 초기 또는, 유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금기시 돼 있다"며 "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슬픔에 대한 대화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 가족들만이 그 슬픔을 홀로 감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 속 내레이션은 유산으로 인해 아이를 잃은 뒤 외로움과 무기력감을 겪은 사람들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며 "우리는 그 슬픔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UnscilenceTheConversation' 캠페인은 광고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넘어, 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웹 브라우저 플러그인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웹사이트와 SNS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과거 검색 내용을 토대로 맞춤형 광고를 보여준다. 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그간 검색했던 아이와 관련된 광고나 사이트를 보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PAIL 네트워크'는 유산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광고 알고리즘을 차단할 수 있는 웹 브라우저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이다.

미셸 라 폰테인(Michelle La Fontaine) PAIL 네트워크 프로그램 매니저는 "친구나 가족과 유산의 슬픔에 관한 대화를 할 수 없는 경우, 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사람들의 41%는 유산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유산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열린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고, 그 대화가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캠페인 집행 후, 랜딩 페이지 접속자의 25%가 해당 광고를 다른 사람에게 공유했으며 PAIL 네트워크의 웹사이트 접속자 수는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소셜미디어 상에서 유산과 관련한 대화는 7200% 증가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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