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가 코카콜라를 배신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명과 암
"호날두가 코카콜라를 배신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명과 암
  • 김수경
  • 승인 2021.07.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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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월드컵 당시 코카콜라 모델로 활동했던 호날두, 콜라 대신 물 마시라는 발언으로 논란
"유명 스타에 의존하는 마케팅은 지속성 갖기 어려워, 브랜드 가치 스스로 구축해야"

한때 코카콜라(Coca-cola)의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가 기자회견장에서 코카콜라 대신 물을 마시라고 권유하면서 크게 주목 받았다. 그 여파로 코카콜라의 시장 가치가 하루 만에 40억 달러(한화 약 4조5500억원) 증발했다.

8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age) 보도에 따르면 호날두의 돌발행동은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 광고 모델의 파급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동시에, 모델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호날두는 지난달 15일 열린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앞두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책상에 놓인 코카콜라 2병을 치운 뒤 물병을 들고 "물을 마시세요"라고 말했다.

호날두의 이같은 발언에 코카콜라는 크게 당황했다. 코카콜라가 유로 2020의 공식 스폰서 업체인데다, 2006년 월드컵 당시 호날두가 코카콜라의 모델로 활동하며 TV 광고에도 출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광고 시장 조사기관인 애드버타이저 퍼셉션즈(Advertiser Perception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광고주 중 25%가 평균 22%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동선수를 비롯해 연예인, SNS 스타 등 인플루언서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결과, 소수의 브랜드만이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게 된 것이다.

2006년 월드컵 당시 코카콜라 모델로 활동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Coca-cola

브랜드 전략 전문가인 존 트라하(John Trahar)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은 그들의 유명세를 잠시 빌려오는 것에 불과하다. 인플루언서를 통해 큰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지만 광고 계약이 끝나면 이는 곧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라며 "반면 브랜드가 유명 광고 모델에 의존하는 대신 브랜드의 캐릭터와 가치를 직접 만들어 낼 때 그 영향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브랜드의 진짜 가치를 뒷받침하는 것은 실제 제품이 가진 차별성이다. 커넬 샌더스(Colonel Sanders, KFC 창업주)는 미국 남부 최고의 프라이드 치킨을 제공했고, 제품을 통해 차별성 있는 브랜드의 근거를 마련했다"며 "만약 유명 스타를 내세운 캠페인만을 추구한다면 이같은 브랜드 가치를 창조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존 트라하는 인플루언서 광고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브랜드 가치를 구축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브랜드를 믿어라

많은 마케터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브랜드가 그리 특별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마케팅은 마치 유일한 전략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럴때는 해당 브랜드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자. 소비자들의 특별한 경험은, 브랜드가 가진 진짜 힘과 진정성을 보여줄 것이다.

브랜드를 소유하라
브랜드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마케팅 담당자, 브랜드 콘텐츠 담당자,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 이사회 중 누가 과연 브랜드의 진짜 주인일까? 스타트업들은 창업자 스스로가 그들의 사업과 브랜드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더욱 명확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 그들은 남과 다르지 않으면 결코 특별해질 수 없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더 큰 브랜드일수록 소유주가 분명한 책임을 져야한다.

실시간 미디어가 아닌, 실시간 메시지에 집중하라
잠시라도 시간을 내 제품, 가격, 서비스 등 자사의 비즈니스가 갖는 진정한 이점이 무엇인지를 구분해보라. 긴 프로세스 과정을 거치기 전에 소규모 팀에 메시지 관리를 맡겨라. 그리고 그 팀에 의해 데이터의 흐름이 항상 최신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라.

존 트라하는 "오늘날 브랜드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진정성있는 목소리의 부재"라며 "최근 개인정보 보호법의 영향으로 자동화된 타기팅(targeting) 마케팅이 어려워진만큼, 마케터들은 진짜 메시지에 집중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만약 브랜드 메시지가 제품이나 유명 광고 모델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업 리더들과 이사회는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올바른 메시지 없이 단순히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이 단순하면서도 영원한 광고의 진리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한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한우 홍보대사' 겸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광고 모델로 활약했던 가수 이효리 씨가 모델 계약 종료 후 채식주의자 선언을 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 광고 계약이 끝난 상황이어서 책임 소재를 묻기는 어렵지만, 수억원의 광고비를 받고 활동하다 계약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채식주의를 선언한 것은 모델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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