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8760kg의 플라스틱을 아낍니다"… 대형마트 최초의 '리필 스테이션'에 가다
"1년에 8760kg의 플라스틱을 아낍니다"… 대형마트 최초의 '리필 스테이션'에 가다
  • 김수경
  • 승인 2020.11.1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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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SDGs] 이마트·트레이더스 '에코 리필 스테이션'
세탁 세제·섬유유연제 리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선봬
플라스틱 개당 150g 저감, 본품보다 리필 제품이 35% 저렴
"지속 가능한 리필 시스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기를"

요즘 TV와 신문, 광고에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속가능성'이란 인간과 지구 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는 제반 환경의 가능성을 뜻합니다. 국제연합(UN)은 2015년 정상회의에서 17가지 아젠다를 담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발표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SDGs를 알게 됐고 저도 그 노력에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한 때 텀블러를 열심히 들고 다녔는데 쓰레기통 마다 가득 쌓인 일회용품을 마주할 때 답답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우리는 새로운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선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발자취를 좇으며 함께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세제와 섬유유연제의 내용물만 덜어서 살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이 국내 대형마트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생활 속 쓰레기를 최소화한다는 의미를 가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이제 대형마트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안성점에 설치된 대형마트 최초의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찾았다.

국내 소규모 제로웨이스트샵 몇 곳에서도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품의 규격화와 안전성을 제대로 갖춘 곳은 '에코 리필 스테이션'이 유일하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안성점 '에코 리필 스테이션'. ⓒ박성원 기자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안성점 내 '에코 리필 스테이션'은 다양한 세제 제품이 진열 돼 있는 코너 모퉁이에 2대가 나란히 설치 돼 있다. 안내 화면에 나오는 매뉴얼과 음성에 따라 '슈가버블'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리필할 수 있다. '슈가버블'은 친환경을 모토로 삼아 운영하는 회사로, 친환경 상품 개발에 대한 열정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 세탁 세제와 섬유유연제 모두 환경부 공식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상품이다.

'에코 리필 스테이션' 기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리필 용기는 3L 들이로 규격화 돼 있어 최초 사용시에는 플라스틱 통(500원)을 구매해야 한다. 이후에는 통을 재사용할 수 있어 플라스틱도 절감하고 구매 비용도 아낄 수 있다.

'Save the Earth(지구를 구하자)'라는 글귀가 씌여진 세제 한 통을 리필하는 데는 약 1분 30초에서 2분 가량이 소요된다. 사람에 따라 리필 시간이 다소 지루하고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2분 마다 플라스틱 한 통의 무게인 150g을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에코 리필 스테이션'. ⓒ박성원 기자

가격은 세탁 세제가 4500원(용기 함께 구매시 5000원), 섬유유연제가 3600원(용기 함께 구매시 4100원)으로, 본품에 비해 약 35%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리필이 끝나면 인쇄된 '리필 구매 내역서'를 용기에 부착해 계산대로 가져가면 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정해진 용기만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최초 이용시에는 플라스틱 통을 구매해야만 하고 용기 규격이 3L로 정해져 있으며 재사용시 마다 빈 통을 들고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브랜드도 '슈가버블' 한 종류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추천하는 이유는 지속가능성 때문이다. 

환경부 추정치에 따르면 '에코 리필 스테이션' 1개점 기준 연간 1095kg, 8개점으로 확대 운영시 연간 8760kg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다. '에코 리필 스테이션'이 확대될수록 플라스틱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리필 용기는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60% 이상 사용해 제작했으며, PE용기와 PE라벨을 동일한 재질로 사용해 분리배출도 용이하다.

김인철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장. ⓒ박성원 기자

김인철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장은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도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 "5년 뒤, 10년 뒤를 상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용기를 두고 안에 원물만 리필하는 시스템이었다"며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결국에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 생각했다. 그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트레이더스와 이마트가 좀 더 일찍 행동에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마트가 지난 4월 이마트앱을 통해 고객 약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제품 구매 경험이 있는 고객의 86%가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할만큼 큰 기대를 가진 고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마트는 이마트 성수점과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안성점에 시범적으로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고 향후 이마트 왕십리‧은평‧영등포‧죽전점과 트레이더스 월계‧하남점 등 8개점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김인철 부장은 "젊은 30대 주부가 아이와 함께 매장에 찾아 리필을 직접 하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정말 뿌듯했다"며 "에코 리필 스테이션 시범 사업이 성공해 다른 상품으로 이어지고, 이마트뿐만 아니라 많은 유통사에서 같이 참여한다면 플라스틱 사용 저감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플라스틱 절감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면 더 많은 준비를 거쳐 샴푸나 주방 세제와 같은 제품도 에코 리필 스테이션에서 선보이고 싶다"며 "언젠가는 리필 시스템이 상품의 종류와 상관없이 우리의 생활 깊이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마트의 '에코 리필 스테이션' 시범사업은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 협업해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현행 관련 규정의 표시사항, 용기 안전기준 및 어린이보호포장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안전한 시스템 구현을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안전기준 준수 확보방안(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제품 안전성 준수확인, 플라스틱 용기 재사용 확산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김인철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장. ⓒ박성원 기자

김 부장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현재 진행중인 플라스틱 회수 캠페인의 테마 '가져와요 플라스틱 지켜가요 우리바다'에 맞게 해양환경공단, P&G, 테라사이클과 함께 고객들이 가져 온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해 재활용 집게를 제작할 것"이라며 "자원순환사회연대와 같은 환경단체 및 임직원, 고객들과 함께 연안정화활동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단순히 상품의 판매처를 뛰어 넘어 고객과 함께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마트가 시작한 친환경 캠페인들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이마트는 꾸준히 고객들이 일상에서 쉽게 실천 가능한 생활 속 친환경 실천 캠페인들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지난 2009년 업계 최초로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를 시작한 데 이어 2017년 업계 최초로 '모바일영수증'을 도입해 업계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2018년에는 업계 최초 '플라스틱 회수 캠페인'을 시작해 서울, 경기, 인천 지역 80개점에서 플라스틱 회수함을 운영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연 2회 S/S(봄·여름), F/W(가을·겨울) 친환경을 테마로 장바구니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장바구니를 사용해 1회용 비닐쇼핑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이번 올해 F/W에는 "자원을 아끼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Recycle)하자"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 문구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이마트의 의류 자체브랜드(PB) 데이즈는 세계자연기금(WWF) 한국 본부와 손 잡고 폐기물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원사로 제작된 친환경 의류 판매에 앞장서고 있다. 협업 의류 중 4개 품목은 폐페트병, 버려지는 원사 등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어 호응을 얻었다.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이마트의 새로운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안성점 '에코 리필 스테이션'.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