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용기에 풍선 넣어서 쓰레기 문제 해결… 이너보틀 "재활용 100%에 도전"
플라스틱 용기에 풍선 넣어서 쓰레기 문제 해결… 이너보틀 "재활용 100%에 도전"
  • 김수경
  • 승인 2021.04.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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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SDGs]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 인터뷰
LG화학과의 협업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100% 재활용 가능한 생태계 구축
"소비자가 친환경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순환경제 플랫폼 선보일 것"

 

이너보틀 친환경 패키징 용기 솔루션. ⓒ이너보틀

요즘 TV와 신문, 광고에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속가능성'이란 인간과 지구 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는 제반 환경의 가능성을 뜻합니다. 국제연합(UN)은 2015년 정상회의에서 17가지 아젠다를 담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발표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SDGs를 알게 됐고 저도 그 노력에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한 때 텀블러를 열심히 들고 다녔는데 쓰레기통 마다 가득 쌓인 일회용품을 마주할 때 답답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우리는 새로운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선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발자취를 좇으며 함께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샴푸, 세제, 화장품, 생수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다양한 플라스틱 용기들의 재활용률은 얼마나 될까. 국내는 30%, 전세계적으로는 10%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플라스틱에 붙어있는 스티커나 용기 내에 남아있는 제품 잔여물 때문에 이를 완벽히 세척해 재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낮은 재활용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친환경 패키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 '이너보틀'은 플라스틱 용기 안에 풍선처럼 생긴 실리콘 파우치 '이너셀'을 넣어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이너셀'에만 내용물이 담기기 때문에 외부 플라스틱 용기를 별도의 세척 과정 없이 바로 재활용할 수 있다. 실리콘 파우치의 탄성으로 인해 내용물 또한 잔량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너보틀은 최근 LG화학과 손잡고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완벽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에코 플랫폼'(PlasticEco-Platform)을 구축하고 있다. 양사의 협업은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 후 수거, 리사이클까지 망라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비즈니스 모델로, 플라스틱 재활용 100%에 도전한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최근 이너보틀 본사를 방문해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이사를 만났다.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 ⓒ정상윤 기자

지난 2018년 이너보틀을 창업한 오세일 대표는 변리사 출신으로, 고객들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특허와 발명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오세일 대표는 "변리사로 활동하면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기술과 특허,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발명품 등을 많이 접하게 됐다"며 "언젠가는 나도 그런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있던 중, 플라스틱 용기에 쓰고 남은 화장품이나 세제 등의 잔여물이 많이 묻어있는 것을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정도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혼자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다가 마흔이 되던 해 창업을 결심했다"며 "사실 이너보틀의 아이디어는 특출난 게 아니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던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다. 다만 그걸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 달랐던 점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 대표는 이전까지 환경 문제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너보틀을 창업한 뒤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환경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 보니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경영 등은 기업이 취사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하는 방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최근 라벨 없는 생수병이 나오고 과대포장을 없앤 제품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대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기업이 제품을 만든 뒤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기업의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친환경에 기여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 비즈니스도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너보틀은 LG화학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너보틀이 만든 친환경 용기 솔루션을 토대로 순환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재활용 순환 플랫폼 구축에 나선 것.

오세일 대표는 "순환경제를 구현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모든 과정을 작은 기업인 이너보틀이 전부 책임지기는 쉽지 않다"며 "국내 최대 화학기업인 LG화학이 힘을 합치게 되면서 굉장한 우군을 얻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회사들과의 협업은 단순히 이너보틀의 친환경 용기를 널리 확산시키는 것에 집중됐다면, LG화학과의 협업은 사용 후 버려지는 플라스틱 용기를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이너보틀에 소재를 공급하고, 이너보틀은 LG화학 소재로 '이너셀'과 같은 다양한 친환경 패키징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이후 유통·물류 업체를 통해 수거된 플라스틱은 LG화학과 이너보틀이 100%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용기를 단순 쓰레기가 아닌, 순환자원이라는 마음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X 이너보틀 '플라스틱 에코 플랫폼'. ⓒLG화학

오 대표는 "이너보틀이 지금까지는 친환경 용기와 이너셀에 내용물을 충전하는 장비 등을 만드는 제조회사였다면,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사용한 용기의 이력을 추적하고 회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플랫폼 개발 등 IT 영역으로까지 사업이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품의 완전성을 높이기 위한 R&D 또한 지속하고 있다"며 "다음달에는 내부에 코팅이나 추가 플라스틱 등의 처리가 전혀 되지 않은 친환경 종이 용기를 선보일 계획이며 향후 화장품뿐만 아니라 식료품, 의약품, 점섬이 있는 공업도료 등을 담는 친환경 패키지 용기로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실 포장재의 기본적 기능은 제품을 보호해주는 것인데 포장이 상품 경쟁력이나 상품성을 부각시키는 도구로 변질되면서 과대포장, 과대디자인이 넘쳐나게 됐다"며 "이너보틀은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친환경 활동에 기여하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포장재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친환경 디자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정부나 공공기관에 의해 쓰레기들이 처리되고 재활용됐지만 앞으로는 시장이 적극 개입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자발적이면서도 경제성을 갖춘 순환 생태계가 마련돼야 진정한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지구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변함없이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이너보틀이 이를 구현해나가고 싶다"고 역설했다.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 ⓒ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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