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성공하면 그랜저 살까?"… 현대자동차, 광고로 답하다
"요즘도 성공하면 그랜저 살까?"… 현대자동차, 광고로 답하다
  • 김수경
  • 승인 2019.1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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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그랜저' 광고 제작한 홍성혁 이노션 CD·경주영 PM 인터뷰
"그랜저 = 성공? 브랜드 이미지, 현시대에 통하는 가치 전달했죠"
홍성혁 이노션 CD(Creative Director) 팀장(우)과 경주영 비즈니스솔루션부문 PM(Project Manager). ⓒ정상윤 기자
홍성혁 이노션 CD(Creative Director) 팀장(우)과 경주영 비즈니스솔루션부문 PM(Project Manager). ⓒ정상윤 기자

일명 '각 그랜저'라 불린 1세대 그랜저가 출시됐던 1986년 이후 '성공하면 그랜저 사야지'라는 말은 한때 한국 사회에 유행처럼 번졌다. 1990년대, '그랜저'는 곧 '성공'의 대명사 같은 브랜드로 평가 받았다.

그 뒤로 30여년이 흐른 지금도 그 명제는 유효할까. 현대자동차는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그랜저'를 내놓고 TV 광고로 이 물음에 답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더 뉴 그랜저' 광고 제작을 담당한 홍성혁 이노션 CD(Creative Director) 팀장과 경주영 비즈니스솔루션부문 PM(Project Manager)를 만나 광고 속에 담긴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번 '더 뉴 그랜저' 광고의 슬로건은 '2020 성공에 관하여'다. 현대차는 프리론칭 광고 1편과 본편 광고 5편을 공개했다.

프리론칭 광고는 1993년, 듀스의 '나를 돌아봐'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던 고등학생들이 지나가던 그랜저를 본 뒤 "성공하면 뭐할래?", "그랜저 사야지"라고 말하며 옛 향수를 자극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홍성혁 CD는 "프리론칭 광고는 개인적 기억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였다"며 "1993년 중학생 시절, 그 당시 힙한 음악이었던 듀스 노래를 들으며 친구들과 막연히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그랜저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랜저 하면 곧 성공이라는 이미지로 이어지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 때 중고등학생이었던 사람들이 현재 30~40대가 돼 있을 것이다. 이들이 바로 더 뉴 그랜저의 핵심 타깃이다. 프리론칭 광고에서 그들의 기억 속 그랜저를 끄집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성혁 이노션 CD. ⓒ정상윤 기자
홍성혁 이노션 CD. ⓒ정상윤 기자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랜저'에 대한 향수를 현재의 '그랜저'와 자연스럽게 결합시키는 것이 이노션의 과제였다.

홍 CD는 "과연 지금 어떤 사람들이 그랜저를 탈까, 어떤 사람들이 그랜저를 사고 싶어할까를 현실적으로 고민했다"며 "30여년 전과 지금, 사회적으로 성공에 대한 의미나 범주가 엄청나게 변화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련된 수트 차림으로 유럽의 멋진 도로를 달리는 고급 차량을 탄 모델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이미지적으론 성공일지 몰라도 현재 한국사회 내 성공의 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했다"며 "천편일률적인 성공의 모습을 벗어나 2020년, 우리가 현재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어느때보다 현실적인 '더 뉴 그랜저' 광고가 완성됐다. 5편의 광고 속에는 '성공'에 관한 새로운 가치가 담겨있다.

본편 광고엔 회사를 퇴사하는 창업가,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는 중년 남성, 성공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일과 가정 모두를 중시하는 아버지, 동창회에서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는 여성 임원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더 뉴 그랜저'를 탄다.

홍 CD는 "요즘 사람들이 인정하는 성공의 기준은 뭘까를 깊이 고민했다"며 "안정된 직장을 떠나 자신만의 길을 가는 창업가, 실제 나이는 40대지만 꾸준한 자기관리를 통해 신체 나이는 20대인 사람, 자신만의 콘텐츠로 승부하는 유튜버, 회사일 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충실한 아버지, 실력을 인정받고 빨리 임원이 된 직장인 등 달라진 성공의 현재 모습을 광고 속에 담았다"고 전했다.

이어 "유튜버 편의 경우 전북 고창에서 찍었고 그랜저와 함께 경운기가 투샷으로 잡히는 장면이 나온다"며 "여느 자동차 광고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생경한 장면이지만 어찌보면 오히려 현실적인 모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요즘 시대의 성공을 이룬 소비자들이 현실적으로 탈 수 있는 '더 뉴 그랜저'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경주영 PM은 "그랜저 광고를 통해 성공을 정의한 것이 아니라 성공의 새로운 단면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풀어 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밝혔다. 

홍성혁 이노션 CD(Creative Director) 팀장과 팀원들. ⓒ정상윤 기자
홍성혁 이노션 CD(Creative Director) 팀장과 팀원들. ⓒ정상윤 기자

최근 매체 환경이 변화하면서 그랜저는 광고를 풀어내는 형식에도 변화를 줬다. 자동차의 디자인과 성능, 기능 등을 광고 전면에 내세우는 일반적인 광고 대신 스토리를 중심에 뒀다. 

홍 CD는 "유튜브, 블로그, 각종 SNS 등 차에 대한 리뷰나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며 "다른 매체가 보여줄 수 없는 브랜딩 관점에서 광고를 풀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 PM은 "광고 준비 기간은 약 6개월이 걸렸고 현대자동차와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부분을 함께 했다"며 "광고주와 대행사의 역할을 나누기보다 파트너십을 갖고 진행한 덕에 과감한 변화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광고의 인기와 함께 '더 뉴 그랜저'는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누적 계약 대수가 4만대에 육박하며 현대차의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탈환했다.

홍 CD는 마지막으로 "정말 좋아서 찍고 싶은 아이디어를 광고로 만들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좋다"며 "이번 더 뉴 그랜저 광고도 그런 마음이 통한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도 억지로 찍는 광고가 아닌, 스스로가 정말 좋아서 찍는 광고를 선보이고 싶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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