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학벌·경력 안 봅니다. 오로지 디자인만"… 10만 디자이너 모은 라우드소싱
"스펙·학벌·경력 안 봅니다. 오로지 디자인만"… 10만 디자이너 모은 라우드소싱
  • 김수경
  • 승인 2019.1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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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플랫폼 '라우드소싱', 국내 디자이너 3분의 1 참여해 매일 새로운 도전
"한국 디자인의 저력 충분, 해외 시장이 다음 목표"
KBS 2TV '씨름의희열' 로고. ⓒKBS
KBS 2TV '씨름의희열' 로고. ⓒKBS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씨름 예능 '씨름의 희열' 로고엔 특별한 비밀이 하나 숨어있다. '로고'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승한 작품이 채택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로고도 이 공모전에서 선정됐다.

디자이너의 스펙이나 학력, 경력을 떠나 오로지 디자인으로만 승부를 보는 플랫폼 라우드소싱이 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최근 서울 라우드소싱 본사에서 김승환 대표를 만났다.

김승환 대표는 창업 전부터 플랫폼 사업과 크라우드 소싱에 관심이 많았다. 디자인에 관해선 잘 몰랐지만 한국 디자이너들의 실력이 유독 국내에서 저평가받는 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디자인을 매개체로 한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 사업을 구상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 세계적인 디자인 강국이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폐쇄적이고 닫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펙과 학력, 경력 등을 불문하고 오직 디자인만 평가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더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로고부터 전단지, 간판 등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기업과 브랜드에 꼭 맞는 디자이너를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라우드소싱을 창업했다"고 밝혔다.

김승환 라우드소싱 대표. ⓒ박성원 기자
김승환 라우드소싱 대표. ⓒ박성원 기자

디자이너의 배경이 아닌 오로지 디자인만을 평가하는 라우드소싱의 방식은 업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라우드소싱은 기업이나 브랜드가 공모전을 열어 디자인을 의뢰하고 여기서 우승하는 디자이너가 상금을 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라우드소싱 로고도 공모전에서 탄생했다. 

최근 '씨름의 희열' 로고 콘테스트엔 약 1주일 동안 130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로고를 의뢰한 KBS 측이 직접 심사를 맡았고 김주한 디자이너의 작품이 최종 선정됐다. 

김 대표는 "많은 기업과 창업가들이 브랜드 로고나 디자인을 만들 때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크고 작은 디자인 회사들마다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인데다 믿고 맡기기엔 레퍼런스 체크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자이너들도 프리랜서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감을 직접 찾아야한다는 어려움과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거나 아예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디자이너와 기업들의 이같은 어려움을 공모전 형식을 통해 해결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라우드소싱 콘테스트는 창업 첫 해인 2012년 약 300개 수준이었던 콘테스트 의뢰 건수는 올해 3500여개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롯데건설 60주년 마크와 백미당 패키지, 올댓뮤직, 이삭토스트, 신라명과 핼러윈 패키지 등은 라우드소싱 공모전에서 탄생했다. 최근에는 로고뿐만 아니라 회사 네이밍과 소품 디자인 등으로 공모전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김승환 라우드소싱 대표. ⓒ박성원 기자
김승환 라우드소싱 대표. ⓒ박성원 기자

라우드소싱은 지난 24일 제 1회 라우드 디자인 어워드 시상식을 열었다. 브랜딩, 패키지, 프로덕트, UX/UI, 일반 등 총 5개 부문의 작품을 라우드소싱의 10만명 디자이너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직접 수상작을 선정했다. 총 5개 작품이 선정됐고 디자이너들에겐 상패와 상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김 대표는 "대부분의 디자인 어워드는 특정 심사위원들이 우승자를 선정하는 방식이지만 라우드 디자인 어워드는 동료 디자인들이 뽑는 방식을 택했다"며 "라우드소싱엔 국내 디자이너의 3분의 1 이상이 가입돼 활동하는 만큼 디자이너 중심의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에서 기획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종 라우드소싱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분들이 회사로 선물과 함께 편지를 보내주곤 한다"며 "자신의 배경이 아닌 실력만으로 많은 기회를 만들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을때가 가장 뿌듯하고 벅차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8년차를 맞은 라우드소싱은 앞으로 디자이너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동아시아와 중국, 일본 쪽에서 한국 디자인을 높게 평가하고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 활로를 개척하고나 영어와 중국어 사이트를 만들고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얼마 전 중국 5대 볼펜 제조사인 페이다펜(Feida Pen)이 디자인을 의뢰해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만족도가 높아 다음 프로젝트도 진행하기로 했다"며 "해외 기업과 연결해줄 수 있는 통로만 확보된다면 한국 디자이너들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는 꼭 공모전에서 우승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며 "디자이너 한 명 한 명이 모두 실력을 인정받고 충분한 보상을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승환 라우드소싱 대표. ⓒ박성원 기자
김승환 라우드소싱 대표.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