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소비자 행동 바꿨다… 2020년 상반기 광고 시장 ‘비상’
코로나19, 소비자 행동 바꿨다… 2020년 상반기 광고 시장 ‘비상’
  • 김수경
  • 승인 2020.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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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C 글로벌 광고 트렌드 보고서 발표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의 경제 위기
"위기 상황서 변한 소비 습관, 영구적 행동 변화 유발할 수 있어"
글로벌 광고 트렌드 보고서 'FMCG&Covid-19'. ⓒWARC
글로벌 광고 트렌드 보고서 'FMCG&Covid-19'. ⓒWARC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소비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경기 침체와 맞물려 광고 시장이 깊은 불황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글로벌 광고 평가 기관인 WARC는 최근 '글로벌 광고 트렌드 보고서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일용소비재)&Covid-19'를 통해 광고 시장 전망을 발표했다.

WACR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단기적인 깊은 불황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곧 광고 시장 불황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WARC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의 특징에 대해 "지난 2008년 경제 위기 당시 광고비가 유료 검색 시장으로 이동했다"며 "구글은 이같은 침체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바이두(Baidu)와 같은 다른 디지털 채널들도 이같은 변화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음료 부문은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했을때 현재 더 적은 비율로 지출을 줄였다"며 "여행, 관광,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비해 식음료 부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WARC는 FMCG 광고주들이 금융위기 당시 광고비를 줄였지만 매출 대비 광고비 비율은 비슷하게 유지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현재 FMCG 광고비는 온라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고, 소비자 대면이 줄어든 대신 인터넷 등을 통한 간접 판매가 늘고 있지만 브랜드 구축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마존과 T몰(Tmall) 등을 통한 FMCG 제품 판매가 급증함에 따라 온라인 사업자들이 FMCG 쇼핑의 문지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 직접판매(Direct To Consumer: DTC)와 구독경제 모델의 중요성을 높일 수 있다고 WARC는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WARC는 "최근 소비자들이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에 적응해가고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변화한 소비 습관은 영구적인 행동 변화를 유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WARC
2020년 G20의 GDP 성장률. ⓒWARC

WARC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최근 무디스(Moody’s),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JP모건(JPMorgan), 도이치뱅크(Deutsche Bank)와 같은 금융 기관은 일제히 경제 성장 전망을 수정하고 급격한 경기 침체를 전망했다.

다만 상반기 심한 경기 침체를 겪은 뒤 올 하반기에는 다시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WARC는 "서비스 부문의 PMI(구매관리자지수) 데이터를 보면 예상치보다 더욱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일반적인 경기 침체와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어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IHS 마켓이 발표한 PMI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 된 올해 1월부터 중국과 미국, 일본, 유럽, 영국 등 주요국가의 서비스 PMI가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서비스업이 경제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대, 밑돌면 경기 축소를 의미한다.

OECD가 발표한 주요20개국(G20)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지난해 11월에 비해 올 3월에는 모두 감소했다.

ⓒWARC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요 FMCG 기업의 광고비 지출. ⓒWARC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광고 산업도 불황이 예상된다.

유럽 최대의 방송사인 RTL은 코로나19로 인해 광고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밝혔고 미국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유니버설은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됨에 따라 12억5000만 달러(한화 약 1조5375억원)에 달하는 광고 판매비를 벌어들일 수 없게 됐다.

영국 방송사 ITV는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여행 부문을 비롯해 전체 성장률이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광고회사 제이씨데코(JCDecaux)도 매출이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Baidu)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약 18% 감소하는 등 페이스북(Facebook), 구글(Google)과 같은 디지털 채널들도 광고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레버(unilever), P&G, 네슬레(Nestle), 코카콜라(Coca-Cola), 로레알(L'oreal)과 같은 주요 FMCG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매출이 모두 감소했지만 P&G와 코카콜라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광고비를 줄이지 않았다. 당시 5개 기업 모두 매출 대비 광고비 비율은 비슷하게 유지했다.

WARC는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많은 소비자들이 식음료를 비축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FMCG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며 "그러나 금융위기 당시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브랜드 활동이 줄면서 브랜드 건강지수와 시장 점유율이 축소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8년 경제위기 때와 달리 코로나19 시대에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디지털 마케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FMCG 기업의 광고비는 온라인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WARC는 이 같은 상황에서 FMCG 중 식음료 부문의 브랜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ARC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들의 대외 활동 중단은 브랜드가 소비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긍정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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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쇼핑 습관 변화. ⓒWARC

WARC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4명 중 1명은 이전보다 온라인 쇼핑을 더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보면 밀레니얼 세대(39%)와 X세대(25%)가, 소득 수준으로 보면 소득이 높은 사람(48%)이 소득이 낮은 사람(15%)에 비해 이전보다 온라인 쇼핑을 더 즐기는 것으로 집계됐다.

WARC는 "최근의 경기 침체는 다른 부문에 비해 FMCG 영역에는 큰 타격을 입히지 않을수도 있지만 소비자 구매 행동의 변화 측면에서는 중요하다"며 "위기 상황에서 변화한 소비 습관은 영구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침체됐던 광고 산업이 회복되기까지는 8년이 걸렸다. 금융위기 기간 동안 전체 글로벌 광고 시장 규모의 약 12.7%에 해당하는 605억 달러(약74조4150억원)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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