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낙하산 탄 ATM이?… 초현실적 디지털 광고 'FOOH'가 뜬다
인천공항에 낙하산 탄 ATM이?… 초현실적 디지털 광고 'FOOH'가 뜬다
  • 김수경
  • 승인 2024.02.0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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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마트24·한맥, 선제적으로 FOOH 캠페인 선보이며 트렌드 주도
인천공항·남산타워·광화문 광장·롯데월드타워 등 인기 랜드마크 배경으로 브랜드 주목도 높여
저비용으로 광고 효과는 '쏠쏠'… "광고 회피 낮추는 크리에이티브가 핵심"
"탄탄한 기획력과 참신한 크리에이티브, CGI 기술력 등 복합적 능력 필요"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이마트24, 한맥이 선보인 FOOH 캠페인. ©각사

인천국제공항 상공에 낙하산 탄 ATM이 등장했다!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하는 초현실적 광고 캠페인들이 소셜미디어(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상공엔 낙하산을 탄 ATM이 등장했고, 남산타워와 광화문 광장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초거대 새우볶음밥과 속초식 닭강정이 놓여져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인근엔 초대형 맥주 거품 오리가 맥주캔을 등에 업은 채 유유히 한강변을 떠다니는 흥미로운 광경이 포착되는 등 실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는 초현실적 FOOH(faux out of home, 가짜 옥외광고)가 새롭고 매력적인 '저비용 고효율' 광고 매체로서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2일 브랜드브리프 취재 결과, 최근 KB국민은행과 이마트24, 한맥 등 국내 브랜드들이 FOOH 캠페인을 선제적으로 선보이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FOOH는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한 광고 기법이지만 메이블린, 자크뮈스, 아디다스, 피자헛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실감나는 컴퓨터그래픽이미지(CGI)로 완성한 FOOH 캠페인으로 이미 확실한 광고 효과를 누렸다. 이에 국내 브랜드들도 새로운 광고 매체로서의 효과를 확인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기 위해 FOOH 활용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인천국제공항 입점 소식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FOOH 캠페인을 기획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주거래 고객의 편의를 높이고, 해외여행 수요가 높은 MZ 타깃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MZ세대가 주로 소비하는 광고 포맷인 숏폼에 주목했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KB국민은행 브랜드홍보 담당자는 "숏폼의 역할은 단순히 초수가 짧은 광고가 아닌 광고 회피를 낮추는 크리에이티브가 핵심이라고 생각해 짧고 임팩트가 강한 크리에이티브를 고민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크뮈스, 아디다스 등 해외 브랜드에서 경쟁적으로 FOOH 콘텐츠를 선보이는 현상에 주목해 국내에서도 하나의 광고 트렌드가 될 것을 예상하고 광고적 효과성을 검증하고자 실험적인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오디언스들이 영상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시청하도록 유도하면서 명확한 광고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크리에이티브에 주안점을 뒀다. 또한 FOOH는 공간적·물리적 제약이 없어 무한한 아이디어 구현이 가능한 장점이 있는 만큼, 신선한 크리에이티브에 힘을 쏟았다.

KB국민은행 측은 "촬영 당일까지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수정했고, 실제하지 않는 공항의 천장을 3D 작업으로 여는 구상이 최종 채택됐다"며 "편집 과정 중에서도 리얼리티를 강화하기 위해 음향, 무빙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수정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뷰티, 패션, 전자제품 등과 달리 물리적인 재화가 없는 금융사의 특성 상 FOOH 시도가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인천국제공항이라는 장소와 비행기, ATM이라는 물리적 요소를 조합해 신선한 크리에이티브를 창작해 냈고, 금융권 최초로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이 오리콤과 협업해 진행한 이번 FOOH 캠페인은 광고 카피를 노출하지 않고 최초 릴리즈한 바이럴용 영상이 보그코리아 등 인스타그램에서 3일만에 약 4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달성했으며, 패션매거진 채널 등 일부 인스타그램 채널에서는 유수의 셀럽이 출연한 화보 영상을 제치고 조회수 2위를 기록하는 등 MZ세대 타깃층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활발한 SNS 활동을 펼치며 약 84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yj_loves)엔 초대형 새우볶음밥과 속초식 닭강정 영상이 등장해 1만 여개가 넘는 '좋아요'를 이끌어냈다. 남산타워와 광화문 광장을 배경으로 한 해당 영상은 이마트24의 냉장용 간편조리 식품 브랜드인 '이지투쿡(EASY to cook)'의 '새우볶음밥'과 '속초식 닭강정'을 초대형 사이즈로 재현해 낸 FOOH 캠페인이다.

이마트24는 비주얼적으로 기존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며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FOOH 캠페인을 구상했다. 일반적인 옥외광고(OOH)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성이 뛰어나고, 가상이다 보니 재밌는 상상을 물리적 제한없이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지투쿡 상품을 알리면서 '뜸을 들여 더 맛있는 이지투쿡'이라는 메시지로 고객들과 소통하고자 했다"며 "그 메시지를 더욱 임팩트있게 전달하기 위해 서울 한복판에 대형 이지투쿡이 부풀어지며 '뜸'을 들이고 있는 걸 시각화해 FOOH를 제작했다. 뜸이 이루어진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제작한 결과, '맛이 궁금하다', '먹어보고 싶다'는 소비자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FOOH 캠페인은 조회수 100만뷰를 넘어서며 '재미'와 '각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은 물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는 재미'와 함께 전달하면서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광고 효과는 높였다. 또한 콘텐츠를 즐기듯 '보는 재미'를 전달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바이럴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승아 이마트24 브랜드마케팅팀 파트너는 "FOOH는 기술 자체만으로도 재미와 흥미를 높일 수 있지만, 그 기술에 우리만의 스토리가 담긴다면 보다 더 의미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마트24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FOOH를 통해 보다 재밌고 감각적이고 효율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말, '한맥'의 리뉴얼된 거품 지속력과 부드러운 풍미를 보다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잠실 롯데월드타워 인근 한강변에 초대형 오리거품과 한맥 맥주캔을 띄웠다. 한맥의 부드러운 '환상거품'이 대한민국을 뒤덮는다는 발상에서 시작해, 서울의 유명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한 FOOH를 제작한 것. 광고는 "한맥의 부드러운 거품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경험, 여기가 바로 한맥 거품도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류 제품 특성상 OOH 등 다른 광고 형태는 제약이 많고 제한적이다. 반면 FOOH는 직관적인 브랜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할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재미 요소를 추가해 브랜드 메시지를 친근하게 전달해 브랜드와 소비자 간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전했다. 현실적인 주류 광고 규제와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재미있게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맥'의 FOOH 캠페인은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제품 경험 유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기존 광고 대비 영상 시청률과 소비자 반응지수(조회수, 좋아요, 댓글, 공유)가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광고 노출빈도와 도달율 등은 기존 디지털 광고와 큰 차이가 없으나 소비자 반응률이 상당히 높았다는 설명이다.

오비맥주 측은 "제품 특성에 따른 규제와 급변하는 매체 특성, 콘텐츠의 형식에 대해 항상 공부하고 브랜드 메시지를 소비자 친화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FOOH는 국내에서 생소한 광고 방식이지만, 유행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등을 활용한 과감한 시도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광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광고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보는 사람에게 놀라움과 재미를 주고, 이를 통해 SNS 상에서 자발적 바이럴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숏폼 형태의 FOOH는 올해 디지털 광고 시장의 새로운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며 "FOOH는 탄탄한 기획력과 참신한 크리에이티비티는 물론, CGI 기술력까지 두루 필요한 분야인 만큼 마케터에게는 더욱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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