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예지] AI가 사람을 대체할까? 사람이라 다행이다!
[권예지] AI가 사람을 대체할까? 사람이라 다행이다!
  • 김수경
  • 승인 2023.08.0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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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칸 라이언즈 참관기] 권예지 코바코 미디어광고연구소 연구위원
2023 칸 라이언즈 현장. ⓒ코바코

① AI와 사람, 사람이라 다행이다

올해 키워드를 미리 꼽자면, 단연 챗GPT(ChatGPT)와 AI(인공지능)다. 2023 칸 라이언즈도 AI로 뜨거웠다. AI 주제 세션들은 시작 전부터 몇 십 미터에 이르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이동하는 곳곳에는 AI가 사람에게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AI는 창의력을 강화할까, 파괴할까(Will AI supercharge creativity or destroy it?)?"
"AI와 인간은 어떻게 서로 덜 편향되게 가르칠 수 있을까(How can AI and humans teach each other to be less biased)?"


AI는 광고산업 직업을 없앨까?

거의 모든 세션에서 등장한 질문이 있다. 바로 'AI는 인간의 직업을 없앨 것인가?'. 펼쳐졌던 논의를 종합해보면, 사람들의 염려와 예측대로 특정 영역의 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새로 생기는 직업도 있다. 더불어 직업군이 없어지지 않더라도 직무가 변화한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조직과 직업인으로서의 개인이 지금 당장 적극적으로 변해야 하는 이유다.

마틴 소렐(Martin Sorrell) S4 캐피탈(S4 Capital) 창립자 겸 의장. ⓒ코바코

S4 캐피탈(S4 Capital) 창립자이자 의장인 마틴 소렐(Martin Sorrell)은 '디지털 혁명에서 지금, 곧, 그리고 다음에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가(What’s Now, Near, and Next in the Digital Revolution)'라는 주제의 세션에서 2025년 디지털 광고비가 전체 광고비의 75%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며 카피, 비주얼라이제이션, 미디어플래닝, 미디어바잉의 필요 인력이 AI로 대체될 것이라 전망했다.

2023 칸 라이언즈 WPP와 엔비디아의 세션. ⓒ코바코

생성형 AI로 인해 장기적으로 특정 직업이 사라지기도 하겠지만 AI 연구자, AI 엔지니어, AI 운영자가 생겨났다.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로까지 확장한 엔비디아(NVIDIA)의 창립자 겸 CEO인 젠슨 황(Jenson Huang)이 'AI 혁명, 삶, 일, 크리에이티비티의 변화(AI Unleashed: How AI Is Revoluionising How We Live, Work, and Create)' 세션에서 한 말이다.

엔비디아는 다국적 광고그룹 WPP와 함께 생성형 AI 광고솔루션을 개발했다. 젠슨 황 CEO는 WPP의 마크 리드(Mark Leaad) CEO와 함께 연사로 나와 생성형 AI 광고솔루션을 이용해 광고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젠승 황은 "크리에이터는 사람이고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를 고안하는 것은 사람"이라며 "생성형 AI는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를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일 뿐"이라며 사람의 영역을 남겨뒀다.

2023 칸 라이언즈 악셀 스프링거 AG 세션. ⓒ코바코

AI로 인한 직무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포춘지(Fortune)의 편집장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알리슨 손텔(Alyson Shontell)과 신문, 잡지, 디지털 미디어에 투자하는 미디어 그룹인 악셀 스프링거 AG(Axel Springer SE)의 마시아스 도프터(Mathias Dopfner) CEO는 'AI와 미디어 지형(AI and the Media Landscape)' 세션에서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사람 및 저널리스트가 검토하면서 생산물의 질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저널리스트의 직무가 과거와는 다소 달라진 형태임을 알 수 있다. AI 등장에 따른 일의 구조와 흐름을 선제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마시아스 도프터(Mathias Dopfner) CEO는 힘주어 말했다.

이미 올해 세계경제포럼의 '미래 직업 보고서 2023'는 AI와 기술혁신으로 향후 5년 간 83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6900만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예측했다. 현재 비즈니스 업무의 34%는 기계가, 66%는 사람이 수행하지만, 2027년까지 비즈니스 업무의 42%까지 자동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추론 및 의사결정부터 정보 및 데이터 처리까지 기계가 대체하는 영역은 다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은 '사람 경쟁력'을 갖고 있다

사람이 맡고 있던 영역에 AI가 스며들지라도, 2023 칸 라이언즈 강연을 들으며 '사람'이기에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사람은 관계를 지향하고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상 수준의 슈퍼 인공지능(Artifical Super Intelligence, ASI)은 인간의 모든 능력을 능가해 합리적인 의사결정, 더 나은 예술과 정서적 관계 구축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AI는 분명 구분되는 '틈'이 있다고 본다.

틈은 사람의 '관계성'과 '감정'에서 나온다. 사람의 사전적 정의는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함,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다. 여기서 '사회'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은 구성원끼리 강하건, 약하건 연결되어 있고 규범을 만들어가는 존재다. '타인'의 존재를 알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AI가 수많은 데이터의 연결이라면 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데이터 등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

생성형 AI가 광고를 만들지언정 다른 캠페인과 달라지는 지점은 '나'와 나를 둘러싼 여러 '관계'를 얼마나 기민하게 알아냈는가이다. 이번 2023 칸 라이언즈의 '크리에이티브 생각 속도에 대한 요구사항(Feed the Need for Creative Thinking Speed)' 워크숍에서 발견한 지점이다. 마인드스케이프의 트레이너이자 파트너인 라비드 쿠퍼버그(Ravid Kuperberg)는 워크숍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생각 점화는 패턴과 구조를 기반으로 한 훈련으로 자동화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가장 첫 번째는 새로운 것을 넣지 말고, 보유자원과 자원이 속한 주변 시스템을 면밀히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2023 칸 라이언즈 워크숍. ⓒ코바코

우수 사례 중 하나가 2022년 은사자상을 수상한 매일유업의 'Greeting Milk(우유안부)'(이노레드 대행)였다. 매일유업은 혼자 사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을 광고로 만들었다. '우유'는 배달되고, 우유를 마셨는지 유무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에 있는 독거노인 안부를 우유가 가진 특성과 연결시켰다. 우유 자체의 특징과 이를 둘러싼 여러 환경을 고려했을 때 나오는 고리다.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어떤 이웃이 사는지, 어떤 사람들이 세상에 살고 있는지, 자연환경은 어떻게 연결됐는지, 연결성 감각이 있을 때 만들어진다. 기술로 연결되는 연결(connectivity)이 아닌, 연결감(connectiveness)을 느낄 때 크리에이티비티와 차별성이 빛을 낸다.

칸 라이언즈 한국 참관단 회의에서 이런 의견을 나누자, 뉴데일리 브랜드브리프 김수경 기자는 AI와 사람과의 차이 예시로 엄마의 생일 선물을 얘기했다. 60대 엄마가 좋아하는 걸 AI가 말해줄 수 있지만,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선물, 그리고 '지금' 좋아하는 선물은 딸인 나만이 알 수 있다고. 바로 이 지점이다. AI가 가닿지 않는 부분. 바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다.

AI가 더욱 성장할수록,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갈수록,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람끼리만 알 수 있는 영역이 더욱 고귀해진다. 내가 사람이라 얼마나 다행인가.

② 독립광고회사는 사회 다양성을 이끌 수 있을까?

"광고는 크리에이티브하지만, 광고 에이전시는 변하지 않습니다."
"와아! 와아! 워와아아아!"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Don’t Quietly Quit. Loudly Start' 연사의 친구들은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격한 공감을 이끌다니 도대체 무슨 일일까. 뒤이어 연사들은 모든 에이전시들이 35-40% 이직률을 안고 운영된다고 말했다. 연사 둘은 같은 해 글로벌 광고회사를 퇴사하고 광고 에이전시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며, Talented.Agency를 공동 창립했다. 이들은 독립에이전시 문화를 만들어가는 여러 전략을 소개했다.

2023 칸 라이언즈 Talented.Agency 세션. ⓒ코바코

이들은 수행하는 것의 모든 업무에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할 것, 직원에게 스톡옵션 주기, 본인의 원칙과 일치하는 재무 및 회사 구조 만들기, 의사결정 탈중앙화, 뱉은 자가 책임지고 실행하기 문화 없앨 것, 좋은 창작물에는 높은 가격을 매길 것, 훌륭한 일을 하고, 숙면을 취할 것 등 깨알 같은 전략까지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독립에이전시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독립에이전시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

한국의 광고산업 상황은 어떠한가? 2022년 광고산업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광고 취급액의 49%는 50인 이상이 차지한다. 사업체 구성비는 1~4인이 53.9%로 과반임에도 불구하고, 취급액은 50인 이상으로 쏠림현상이 극명하다. 중소광고주와의 만남, 인력확보 및 정보획득, 건전한 거래 및 계약, 지불문화 등 여전히 개선돼야 할 문제가 있다.

2022년 광고산업조사 30쪽 발췌. ⓒ문화체육관광부

독립에이전시가 건재할 수 있다는 건 산업생태계가 건전하고 지속가능성, 다양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연 생태계 역시 다양한 종이 여러 가치사슬과 얽혀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독립에이전시와 크리에이티브의 사회적 영향력

독립에이전시의 활동은 사회적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칸 라이언즈 수상작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사회문제 의식을 갖고 사회에 선한 영향과 변화를 끼치는데 영향을 줬다. 인종, 젠더, 환경, 다문화 등 다양성을 포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비치에서 열린 'Minority-Owned Media and Diverse Audiences'의 강연에서도 다문화 조직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얘기했다. 해당 세션 연사는 다양성을 담기 위해 조직 구성원을 다양한 인종과 문화을 가진 사람으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2023 칸 라이언즈 마이크로소프트 비치 세션. ⓒ코바코

한국의 독립에이전시들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들은 지역, 마을 등을 탐구하며 다양성에 기여한다. 서울을 탐구하는 서울라이터, 서촌 마을을 지켜나가며 각종 마을 캠페인을 이끄는 오픈루트(서촌라이프) 등의 독립에이전시들은 각 지역에서 다양성을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로 펼치는 중이다.

광고산업 범위의 확장과 건전한 생태계를 위하여

어쩌면 이들은 기존의 광고회사에 포함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익숙한 과거 방식의 광고 마케팅이 아닌 범주에 벗어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방식은 진화하고 매체, 이용자도 진화하니 새로워질 수 밖에 없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인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 역시 과거의 광고라는 용어로 오늘날 크리에이티브를 모두 담기는 어렵다고 세션에서 말했다. 필자 또한 지난해 진행한 연구에서 광고 정의 범위의 확장 논리를 펼쳤다. 오늘날의 광고는 과거의 광고가 아니다. 훨씬 광대해졌다.

정책에서 말하는 광고산업 범위를 확장해 독립에이전시들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한다면 한국은 지금보다 더 다양성과 다채로움에 한 발자국 다가갈 것이다. 독립에이전시들이 지속하기 위해 어떤 안전망이 필요하고 지지책이 필요할지에 대한 논의와 실행이 필요하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의 독립에이전시 대표가 머지않아 칸 라이언즈에서 각종 운영전략과 글로벌·로컬, 글로컬에서 활약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을 것이다. 다양성은 개체의 다양성에서도 나온다. 다양한 유형과 크기의 사업체가 운영될 수 있는 장을 그려본다.

③ 일단 가자! 보고! 듣고! 느끼고! 실행하자!

칸 라이언즈에 가볼까? 혹은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감각의 확장
일상의 장소가 아닌 낯선 곳으로 가니 오감이 살아난다. 프랑스 남부의 칸으로 향하는 길, 그리고 칸에서의 생경한 모습은 청각, 시각, 후각, 촉각, 미각의 5가지 감각을 모두 깨운다. 다양한 언어와 새, 바람 소리, 쨍하게 내리쬐는 햇볕, 여러 색감이 한데 어우러진 행사장, 한국과는 다른 바다 냄새, 강연장 의자 냄새, 음식명은 같으나 맛은 다른 여러 요리들. 온몸을 감도는 자극은 낯섦을 발견하게 하고, 내가 있던 익숙한 환경을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게 해준다.

2023 칸 라이언즈 '릴스(Reels)' 부스. ⓒ코바코

생각의 확장
감각이 살아나니 새로운 것들이 익숙함에 균열을 낸다. 기존의 사고를 깨는 과정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 짓게 해보기도 한다. 칸 라이언즈 무대에서 틱톡 관계자가 "틱톡은 소셜미디어가 아니다. 틱톡은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당황하기도 했다. 연구자의 조작적 정의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틱톡은 소셜미디어의 대표 사례로 소개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커뮤니티와 여기서 나오는 신뢰를 언급했다. 익숙한 방식의 연결고리를 해체시키는 순간이었다.

2023 칸 라이언즈 '틱톡(TikTok)' 세션. ⓒ코바코

곳곳에 붙은 AI 관련 질문, 기후문제 메시지, 예상 할 수 없는 크리에이티브의 향연은 지금 내가 속한 조직, 내가 했던 연구, 내가 했던 업무를 떠올려보고 어디에 위치하는지, 앞으로 방향성은 어떠할지 예상해보는 기회가 됐다. 굳었던 생각을 쪼개어 생각을 확장해나가는 짜릿함을 맛봤다.

행동의 확장
생각을 바꾸는 건 어느 정도할 수 있지만, 행동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행한 후배는 출장을 다녀온 후, 칸에서 얻은 시사점을 본인 업무에 적용시켰다. 칸 라이언즈 행사 중반부터 "와, 우리도 이렇게 수정해야겠어요"라고 말하더니 업무 복귀 후 정말 바꿔나갔다. 소속감을 느끼고, 번거롭지만 더 나은 결과를 이끌고자 하는 행동을 실천했다. 동행한 선배 역시 업무에 출장에서 얻은 업무에 녹여냈다. 필자 또한 수고스러움이 그려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볼게요!"를 외치게 됐다. 그리고 칸 라이언즈에 연사로 참가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하나의 움직임은 또 다른 움직임을 낳고, 움직임은 변화를 이끈다.

광고산업 트렌드를 파악하러 간 2023 칸 라이언즈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얻어왔다. 2023 칸 라이언즈 참석을 못해 아쉬웠다면, 오는 9월에 서울에서 열리는 칸 라이언즈 서울 페스티벌부터 참석해보면 어떨까? 이것 아니더라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잡고 만들어 감각의 확장, 생각의 확장, 행동의 확장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나, 그리고 조직에도 분명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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