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상 세계에서도 '진짜 나'를 원한다… 도브, 흑인 헤어스타일을 코딩하다
사람들은 가상 세계에서도 '진짜 나'를 원한다… 도브, 흑인 헤어스타일을 코딩하다
  • 김수경
  • 승인 2023.11.20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브, '오픈소스 아프로 헤어 라이브러리'와 협업해 흑인 헤어스타일 코딩 가이드 완성
"흑인 게이머 91%, 자신의 경험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 원해"
'헤어스타일 존중 법안'으로 불리는 '크라운 법안' 지지 일환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에 맞서 자존감과 자신감 형성에 기여
도브의 'Code My Crown' 캠페인. ⓒ도브

기술의 발달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게임 속 아바타에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투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가상 세계에서도 '진짜 나'를 보여주길 원하기 때문.

20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레버(Unilever) 산하 글로벌 뷰티 브랜드 도브(Dove)가 자신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게임 속에서도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특별한 캠페인 '코드 마이 크라운(Code My Crown)'을 선보였다.

도브는 최근 오픈 소스 아프로 헤어 라이브러리(Open Source Afro Hair Library)와 협업해 게임 속에서도 실제처럼 자연스러운 흑인 헤어 스타일을 코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했다.

에델만(Edelman)이 도브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 속 헤어 스타일은 대부분 직모이거나 흑인 특유의 머라카락 질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유명한 비디오 게임 중 약 7%만이 머리카락의 질감이나 스타일을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흑인 게이머 중 85%는 비디오 게임이 흑인 특유의 머리카락 질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91%는 게임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할 선택지가 없는 흑인 게이머들은 "소외된 느낌을 받는다", "나와 닮은 캐릭터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도브는 '코드 마이 크라운' 캠페인을 통해 비디오 게임 속 부족한 현실성과 진정성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도브는 먼저, '트위스트 아웃(Twist Outs)'과 '아프로 페이즈(Afro Fades)' 등의 흑인 특유의 헤어 스타일이 게임 속에서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흑인으로 구성된 3D 아티스트와 애니메이터, 프로그래머, 교수 등과 함께 100여개의 가상 헤어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15개의 모발 형태를 개발해 '코드 마이 크라운' 웹사이트에 무료로 배포했다.

오픈 소스 아프로 헤어 라이브러리의 창립자인 A.M. 다르크(A.M. Darke)는 "현실 세계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흑인 헤어 스타일이 존재하지만, 게임 세계에는 이 같은 현실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게임 속 아바타에 흑인들의 헤어스타일이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는 것은 흑인들과 흑인의 문화를 신경쓰지 않고, 흑인들의 이야기는 말 할 가치가 없다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고 전했다. 

도브의 레안드로 바레토(Leandro Barreto) 수석 부사장은 "도브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 안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가상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흑인 게이머들이 자신이 즐기는 게임 속에서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게임 개발자들과 업계 리더들이 '코드 마이 크라운' 캠페인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도브의 '코드 마이 크라운' 캠페인은 '헤어스타일 존중 법안'으로 불리는 'CROWN(Create a Respectful and Open Workplace for Natural Hair Act, 이하 크라운)' 법안을 지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진행됐다.

도브가 오랜 시간 지지해 온 '크라운 법안'은 땋은 머리(braids), 레게 머리, 반투 올림머리(bantu knots) 등을 포함해 특유의 머리카락 질감을 정돈하거나 보호하기 위해 주로 흑인들이 하는 헤어 스타일을 기업이나 학교에서 제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종 특성에 따른 헤어스타일을 차별하지 말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크라운 법안'의 주요 골자다. 현재 미국 내 24개 주와 수많은 지방 자치 단체에서 '크라운 법안'이 통과된 상태다.

도브는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에 맞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지하며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오고 있다. 최근에는 현실 세계를 넘어 가상 세계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리얼 버추얼 뷰티(Real Virtual Beauty)' 캠페인에서는 성적인 측면만 부각된 게임 속 여성 캐릭터에 반기를 들고, 가상 현실 속에서도 진짜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게임 캐릭터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캠페인 영상에 등장한 여성들은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은 너무 성적 대상화 돼 있고,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2가지 밖에 없다"며 "나뿐만 아니라 우리 누구도 게임 속 캐릭터처럼 생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신의 실제 모습과 똑 닮은 게임 아바타를 본 뒤 "우리는 매우 독특하고 아름답고 용감하다"고 밝혔다. 

도브는 이 밖에도 게임 업체인 토야(Toya)와 파트너십을 맺고 로블록스 내에 'SuperU Story' 게임을 선보였다. 이 게임은 젊은 여성 게이머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의 신체에 대해 자신감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SuperU Story'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직접 현실적인 모습으로 꾸밀 수 있으며, 친구들과 팀을 이뤄 게임 속 학교를 탐험하고 다양한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자존감 프로젝트(Self-Esteem Project)'를 펼쳐오고 있는 도브는 젊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외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외모와 관련된 불안감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