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크리에이티브보다 가짜 과학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로리 서덜랜드 오길비UK 부회장
"사람은 크리에이티브보다 가짜 과학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로리 서덜랜드 오길비UK 부회장
  • 이나리
  • 승인 2023.09.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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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라이언즈 서울 2023 스크린 세미나
로리 서덜랜드 오길비 부회장
"거대한 경찰 공권력 크리에이티브 막아"
로리 서덜랜드(Rory Sutherland) 오길비 UK 부회장. ⓒCannes Lions

"사람들은 자신이 복잡하고 감정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크리에이티브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이성적인 척하며 가짜 과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끔찍한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오길비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대행사 오길비 UK의 로리 서덜랜드(Rory Sutherland) 부회장이 21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 2023에서 '언크리에이티비티의 기적과 같은 힘에 대하여(Precisely Wrong or Vaguely Right? The Miraculous Power of Uncreativity)'를 주제로 한 스크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로리 서덜랜드 부회장은 인간의 이성은 의사결정을 위한 게 아니라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성이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이성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다"며 "때문에 광고주가 관심 있는건 캠페인이 좋은지 혹은 효과가 있을지가 아니라 '이걸 동료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압력은 한 집단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일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사례로 애빌린의 역설을 들었다. 애빌린의 역설은 한 집단 내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이 사실은 어떤 구성원도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다. 

그는 크리에이티브를 막는 예시로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렙이 쓴 '행운에 속지마라' 책에서 언급된 일상에 숨겨진 비대칭을 언급했다. 

그는 "거대한 경찰의 공권력은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 크리에이티브해지는 것을 막는다"며 "그게 바로 경찰의 공권력이 가진 엄청난 힘이며, 그것이 꼭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크리에이티비티를 발휘해야할 때 논리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경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단점도 언급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대행사들은 일반 사람들이 크리에이티비티가 엄청 희귀해서 아무나 쉽게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사람들이 그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아이디어라는게 한 번 공유되면 상대방도 나 만큼이나 그 아이디어를 소유하게 된다"면서 "때문에 아이디어에서 가치(돈)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약 70%의 경우 누군가 무작위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사후에 이를 합리화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길비에서는 90년대 후반 'IBM의 작은 행성을 위한 솔루션'이라는 문구가 훌륭한 광고 슬로건으로 꼽혔다. 

이 슬로건은 시장조사 그룹의 의견에서 나온 것으로 광고 문구가 아니라 비판하는 의견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에서 이들 편에 서고 동조하는 사람은 과학자와 수학자라고 강조했다. 

누군가 이상한걸 발견하고 난 이후 그 이상현상을 설명하려는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걸 발견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 발전 대부분이 거꾸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25년 간 마케터로 근무한 로리 부회장은 마케터로서 원하는건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적인 호기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케터들은 가장 이상한 것을 찾아내길 바라지 안전한 일반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크리에이티비티는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과학적 방법처럼 보인다고해서 그 결과가 과학적인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인슈타인과 닐스보어가 했던 "좋은 아이디어의 반대는 또 다른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올바른 최적의 아이디어가 하나뿐이라고 믿는다"며 "그들은 그 올바른 최적의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크리에이티비티는 핵심 아이디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혁신에서 마케팅의 중요한 역할을 돌아보며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혁신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적용되고 나면 아무도 마케팅은 기억 못한채 훌륭한 제품이라는 것만 기억할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행동과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않으므로 맥락을 바꾸면 지각이 바뀌고 감정이 바뀌고 행동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칸 라이언즈는 지난 1953년부터 매년 6월에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크리에어티비티 축제다. 칸 라이언즈 코리아는 매년 가을 칸 라이언즈 서울 페스티벌을 열고 국내 크리에이티브 전문가 세션과 칸 라이언즈의 주요 하이라이트와 세미나, 수상작 필름 등을 상영하고 있다. 칸 라이언즈 서울 2023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칸 라이언즈 서울 2023 현장. ⓒ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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