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대로 가면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률 절반 그칠 것"
"한국, 이대로 가면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률 절반 그칠 것"
  • 김수경
  • 승인 2022.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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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열린 SDGs 포럼 열려… 국내 이행 현황 점검 및 미래 트렌드 조망
"코로나19, 러시아 전쟁 등 악재 겹치면서 전세계적으로 SDGs 달성 차질 빚어"
"코로나·전쟁·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 대응에 다자주의 분위기 확산"
제 5회 열린 SDGs 포럼 현장. ⓒ외교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 달성률이 UN의 목표 기한인 2030년까지 절반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2020년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SDGs 달성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린 '제5회 열린 SDGs(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포럼'에서는 국내 SDGs 이행현황을 점검하는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 날 좌장을 맡은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원장은 "국내 SDGs 이행 현황을 살펴보고 글로벌 상황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현재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발제는 김현주 외교부 개발의제정책과 사무관과 전준우 통계개발원 정책통계연구팀장,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차례로 맡았다.

김현주 사무관은 "컨트롤하기 어려운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 전쟁까지 겹치면서 SDGs 달성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인적·물적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대응 능력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0년까지 SDGs 달성을 위한 개발 재원 부족분은 4조2000억 달러(한화 약 5259조4000억원)로, 코로나 전에 비해 1조7000억 달러가 늘어났다"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영국과 노르웨이를 포함한 몇몇 국가들이 ODA(공적개발원조)를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관은 "때문에 코로나19와 전쟁, 기후위기 등의 글로벌 이슈를 각국이 각개전투로 대응하지 말고, 모두 함께 협력해보자는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분위기"라며 "그 과정에서 SDGs는 전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5월에 나온 지속가능발전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까지 전세계 SDGs 인덱스는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2020년 들어 정체가 시작됐다"며 "올해 한국의 SDGs 인덱스는 중간 수준인 27위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SDGs 달성 예상 기간은 최근 들어 2063년까지 늘어났다"며 "올해 7월 열리는 UN의 고위급정치포럼(High-level Political Forum on Sustainable Development, HLPF)에서는 코로나19로부터 지속가능한 회복을 위한 다자주의와 국제협력, 미래 트렌드를 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준우 통계개발원 정책통계연구팀장은 SDGs 이행을 위한 데이터와 통계의 중요성과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전준우 팀장은 "개별국가의 양질의 데이터 제공이 SDGs 달성의 성공요인이다. 통계가 없으면 제대로 이행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통계개발원은 고품질의 데이터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내 상황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OECD내 다른 회원국들과 비교하고 있다. 현재 국내 28개 정부부처, 40여개 통계 작성기관과 협업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개발원은 한국의 SDGs 이행현황 점검 보고서 작성과 오픈 소스 플랫폼 기반 대국민 데이터베이스 구축, SDGs 데이터 가용성 확보를 위한 지표 표준화 및 개선 개발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SDGs 지표를 각 목표별 17개 영역으로 세분해 구성하고, 17개 분야는 사람, 지구, 번영, 평화, 협력 등 5P로 구분해 총 231개 지표로 SDGs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전 팀장은 "2021년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사회, 환경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취약성 이슈에 집중했다"며 "올해 보고서에서는 취약 지점 및 취약 집단 포착에 더해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조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SDGs 이행수준 목표별 주요 결과. ⓒ김수경 기자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SDGs 중 4번 목표인 양질의 교육 보장 부문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과 지역 규모에 따른 학업 성취도 격차가 가시화 됐고, 5번 목표인 성평등 달성 부문은 정치 및 경제 영역에서 여성 대표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14번 목표인 해양생태계 보존 부문은 해양쓰레기 중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해수수질도 2018년부터 상대적으로 나빠졌다. 15번 목표인 육상생태계 보호 부문은 산림면적의 감소로 생물다양성 악화가 우려되고 산불 피해 대형화로 1건당 피해면적이 대폭 증가했으며, 17번 목표인 글로벌 파트너십 부문은 코로나19로 인한 GDP(국내총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2020 전세계의 ODA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한국은 OECD 국가 중 GNI(국민총소득) 대비 ODA 비율이 0.14%로 낮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준우 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책적 개입과 시장 대응, 전국민적 협조와 참여 등이 이뤄지며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상황이 됐다"며 "SDGs가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불평등과 빈곤, 차별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SDGs 이행을 위해 통계개발원은 한국사회의 이행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적합한 통계를 확보하고 국내외 SDGs 데이터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와 함께 데이터 생산자와 사용자 간 논의 및 협력의 장을 확대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데이터 접근방법을 연구·개발해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UN의 SDGs를 국내 상황에 맞게 변경한 K-SDGs의 이행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조현수 과장은 "K-SDGs는 글로벌 SDGs를 평가하는 236개 지표 중 국가승인통계를 활용할 수 있는 154개 지표를 대상으로 정량 평가를 시행했다"며 "지난 2020년 K-SDGs 수립 이후 첫번째 국가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으며 이달 두번째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과장에 따르면 K-SDGs는 최근 5년 간 연평균 성장률을 분석해 2030 목표 달성가능성(목표순항도)을 맑음, 맑거나 흐림, 흐림, 뇌우 등 4단계 날씨표현으로 평가했다.

분야는 크게 사회(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포용사회), 경제(혁신적 성장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 환경(미래세대가 누리는 깨끗한 환경), 평화·협력(지구촌 평화와 협력 강화)로 나뉜다. 사회 부문은 맑음 63%, 맑거나 흐림 13%, 흐림 13%, 뇌우 11%, 경제 부문은 맑음 39%, 맑거나 흐림 6%, 흐림 9%, 뇌우 46%, 환경 부문은 맑음 44%, 맑거나 흐림 15%, 흐림 19%, 뇌우 22%, 평화·협력 부문은 맑음 44%, 맑거나 흐림 15%, 흐림 19%, 뇌우 22%로 평가됐다.

조현수 과장은 "맑음 평가를 받은 지표 비율은 2020년 45%에서 2022년 51%로 증가했지만, 2020년 K-SDGs를 수정, 보완하면서 평가 대상 지표가 변경됐고 모니터링 지표수도 증가해 2020년 보고서 평가 결과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다만, 현 시점에서의 추세 분석을 통해 순항도를 평가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DGs는 국제적으로 2030년까지 달성하자는 목표를 갖고 출발했다. 현재 지표 비율대로 가면 한국의 SDGs 달성률은 51%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이번 포럼을 포함해 지속적 논의를 해 나가고, 지표를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SDGs를 100%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심의 및 부처의견을 수렴하고 대통령 보고와 국회 보고를 거친 뒤 지속가능발전포털(ncsd.go.kr)에 2022년 국가지속가능성보고서를 게시할 예정이다.

제 5회 열린 SDGs 포럼은 외교부, 한국시민사회 SDGs네트워크(SDGs시민넷),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국회의원실, 국민의힘 윤창현 국회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한편 SDGs란 UN이 지난 2015년 열린 70회 정상회의에서 주창한 아젠다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각국 공통의 경제·사회·환경 분야 17가지 목표를 의미한다.

UN이 지정한 SDGs 17개 목표. ⓒ지속가능발전포털
UN이 지정한 SDGs 17개 목표. ⓒ지속가능발전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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