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시(詩)가 들어왔다"… 영역 확장 나선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
"손 끝으로 시(詩)가 들어왔다"… 영역 확장 나선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
  • 김수경
  • 승인 2020.08.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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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광고인 겸 경영자로 활동하는 이승재 대표
"다양한 형태의 크리에이티브 활동, 본질은 문제 해결"
이승재 대표 단독 체제로 변화, 글로벌 비즈니스·다양한 분야로 확장 도전
지하철 역사 내 손잡이에 부착된 시(詩) 점자촉진판. ⓒ브랜드브리프

"빛을 잃어가는 등대를 바라보는 소년의 뒷모습이 멀어져 가는 내 두 별은 감겨온다 잠겨온다"
이승재 시인 作 '소년이여'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리창에 새겨진 시(詩)를 보고 한 시인은 문득 그 공간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남녀노소, 노약자 구분없이 이용하는 대중 공간에서도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시각장애인에게도 시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던 그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촉진판에 시를 새기기로 결심했다.

시인이자 광고회사 대표, 광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의 손에서 점자 촉진판 스티커가 탄생했다. 그가 지은 시가 새겨진 점자 촉진판 스티커는 인천교통공사와 협업해 경인교대역 내 난간에 부착됐다. 지금 이 시간에도 시각장애인들의 손 끝으로 그의 시가 전해지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를 서울 마포 아이디엇 본사에서 만나 이번 캠페인의 크리에이티브를 공유했다.

이승재 대표는 "광고인으로서 수많은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시인으로서 시를 꾸준히 써오고 있는 가운데 나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인으로서의 바람인, 일상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접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광고인의 관점에서 접근해 점자 촉진판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점자판에는 정보 전달형 메시지만 들어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시각장애인도 느낄 수 있는 공감과 위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고안한 점자 촉진판 스티커는 특허를 받아 향후 다양하게 확장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 ⓒ브랜드브리프

점자 촉진판 캠페인은 이승재 대표 개인의 재능기부로 진행 돼 매출이나 이익을 발생시키는 캠페인은 아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광고회사 특성상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한 이 대표의 노력에는 크리에이티비티에 대한 그만의 철학이 녹아있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크리에이티브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서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나올 수 있다"며 "크리에이티브한 환경 속에 계속 자신을 던지고, 그 시간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 일과 삶의 구분을 두기 보다 될 수 있으면 크리에이티브한 환경에 계속 있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슬로건이 '아이디어로 모든 걸 해결합니다'인 만큼 영역의 구분 없이 모든 걸 해결하고자 한다"며 "창작자로서 광고와 시는 형태만 다를 뿐 결국 크리에이티브 활동이다. 이번 점자 촉진판 캠페인도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크리에이티브"라고 역설했다.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 ⓒ브랜드브리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광고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서도 아이디엇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400% 성장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승재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며 "비대면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한편으론 그 만큼 오프라인의 경험이 더 소중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온라인이 성장했지만 사람들의 욕구 자체는 오프라인을 갈망하지 않을까, 그 수요를 채워주면 새로운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생각을 밝혔다. 

아이디엇은 이승재 단독 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이 대표는 "아이디엇을 창업할 때부터 재밌게 일하며 함께 풍요롭자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잘 지켜온 것 같다"며 "점점 인원이 늘고 조직이 커지면서 요즘은 넥스트 레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종합광고대행사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ve Director, CD)들을 경력직으로 충원하면서 더 다양하고 새로운 캠페인에 도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아이디엇의 본질은 유지하되 인력 충원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융합한다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아이디엇을 창립할 때 목표로 세웠던 대부분의 것들이 현실화 됐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를 만들어 국내외 광고제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 우리가 원하는 광고주와 일을 하게 됐고, 아이디엇의 광고를 좋아하는 팬덤이 생겼고 그들이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광고제를 경험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며 "기회가 된다면 글로벌 캠페인에 도전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광고 캠페인을 펼쳐보고 싶다. 언제든 준비는 돼 있다"고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시인, 광고인, 경영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영화도 만들고 싶고 패션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아이디엇 외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그룹도 만들고 싶다"며 "어떤 것을 하든 본질은 크리에이티브와 아이디어다. 회사 사명처럼 아이디어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꾸준히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