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마케팅'으로 진화한 PPL… 솔로지옥3 '천국도' 호텔의 성공 전략은?
'콘텐츠 마케팅'으로 진화한 PPL… 솔로지옥3 '천국도' 호텔의 성공 전략은?
  • 김수경
  • 승인 2024.0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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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진 제주 드림타워&그랜드 하얏트 제주 마케팅 이사 서면 인터뷰
"화면 노출보다 최고의 천국도 만드는 데 집중한 전략 적중, 콘텐츠의 특성 파악이 핵심"
'솔로지옥 시즌3' 콘텐츠 마케팅으로 역대급 홍보 효과… "광고비 환산시 334억원 이상 가치"
넷플릭스 '솔로지옥 시즌3'.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리얼리티 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PPL(간접광고)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개연성 없는 노출이나, 과도한 연출과 설정은 몰입도를 깨는 방해 요소로 지적 받으며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스토리를 방해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PPL이 자리잡아가는 가운데, 콘텐츠에 완전히 몰입해 스토리의 일부로 기능하는 '콘텐츠 마케팅'이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브리프는 최근 방영한 넷플릭스의 연애 리얼리티 쇼 '솔로지옥 시즌3'에서 제주 신생 호텔을 전 세계 커플들을 위한 '천국도'로 탈바꿈시킨 허영진 제주 드림타워&그랜드 하얏트 제주 마케팅 이사를 서면으로 만나 콘텐츠 마케팅과 관련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인 '솔로지옥'은 참가자들이 '천국도'와 '지옥도'를 오가며 극과극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애 프로그램으로, '천국도'는 러브라인이 펼쳐지는 지상 낙원으로 그려진다. 제주 드림타워&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솔로지옥3'의 '천국도'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알렸다. 

허영진 제주 드림타워&그랜드 하얏트 제주 마케팅 이사. ©브랜드브리프

허영진 이사는 "솔로지옥3를 통한 마케팅 액션은 심플하고 명확했다. 호텔을 화면에 단순 노출시키기보다, 천국도를 더욱 천국도답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었다"며 "지옥도에서 치열하게 사랑을 쟁취한 솔로들이 커플이 되어야만 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천국도행에 대한 성취가 확실한 보상으로 이어져야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히 호텔을 홍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의 특성을 파악해 완전히 몰입하는 것이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룸 컨디션부터 레스토랑의 공간감, 제한없는 음식 메뉴는 물론, 전광판 색과 주변 소음, 온도까지 천국도를 더욱 천국도답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했다"며 "방영본을 보니 천국도에 집중한 마케팅이 적중했다고 느꼈다. 기존 PPL에서 하는 방식의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연진들이 자연스럽게 객실이나 레스토랑, 수영장 등 호텔 곳곳의 세일즈 포인트들을 극찬하는 대사를 쏟아냈다"고 말했다.

특히 통창으로 제주 시내 전경과 바다, 하늘이 한눈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가장 로맨틱한 무드가 조성됐던 침실에서 한 남성 출연자(관희)가 여성 출연자(혜선)에게 "같이 잘래?"라며 도발적인 플러팅을 하는 장면은 '쇼츠'에서 무한 생성되며 엄청난 양의 버즈를 불러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솔로지옥 시즌3'. ©넷플릭스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공개된 '솔로지옥 시즌3'는 방영 직후 7개국에서 비영어권 1위를 기록했으며, 방영 한 달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에서 시청수가 1000만 회에 육박하고 시청 시간은 총 7000만 시간을 넘어섰다.

허 이사는 "스튜디오 촬영분을 제외하면, 솔로지옥3 방영 분량의 35% 이상이 천국도에서 촬영됐다. 노출량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솔로지옥3의 흥행이 곧 마케팅 성과와 같다고 볼 수 있다"며 "넷플릭스에서 유사한 수준의 시청 시간과 뷰어십을 기록했던 PPL 사례를 기준으로 광고비를 환산하면 334억원 이상이다. 사실 그보다 더욱 큰 가치는 코로나 시기에 오픈한 한국의 제주라는 섬에 생긴 리조트가, 전 세계 잠재 고객들에게 '천국도'로 불리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PPL 사례처럼 제작사에 제작 지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역으로 제작비의 일부를 지원 받아 회사의 매출을 일으킨 것도 괄목할만한 성과다.

그는 이번 '천국도' 마케팅을 진행하며 브랜드 마케터가 아닌, '솔로지옥3' 제작진처럼 일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홍보 보다 '콘텐츠'에 집중한 것이 이번 마케팅의 성공에 주효했다. 

허영진 이사는 "콘텐츠 마케팅은 스토리, 플롯을 지켜야하는 감독과 이를 표현해야하는 출연자, 브랜드의 노출 니즈가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서로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PPL이 스토리나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지 않게 노출돼 역효과를 보는 경우도 많고, 효과의 지속성이 없는 경우도 많다. 천국도를 호텔이 아닌 드라마 세트장이자 스튜디오라고 생각하니, 어떤 자세로 마케팅을 해야할지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텔 룸과 리조트 식당은 무대 배경이고, 시그니처 음식은 소품이이라고 생각했다. 음향과 소음 관리는 물론, 고객과 출연진들의 이동 동선까지 모두 고려하는 등 촬영 일정 동안 항상 현장에 대기하며 실시간으로 대응했다"며 "제작진과 한 뜻으로 세심하고 완벽하게 준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모든 것을 제작진의 입장에서 고려하되 단 한 가지, 그가 마케터로서 강력히 요구했던 사항은 '천국도' 호텔은 무조건 제주 드림타워&그랜드 하얏트 제주에서만 촬영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소비자와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혼동되지 않도록 명확한 이미지를 남기는 것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며 "솔로지옥은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것처럼, 천국도는 오직 제주 드림타워&그랜드 하얏트 제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다른 호텔은 제공하기 어려운 독보적인 우리 브랜드만의 이미지를 쌓고, 이를 확장시키는데 중점을 두고자 했다"고 역설했다. 

허영진 제주 드림타워&그랜드 하얏트 제주 마케팅 이사. ©브랜드브리프

허영진 이사는 과거 드라마 제작 프로덕션과 제일기획에서 쌓아 온 커리어가 이번 프로젝트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제일기획 재직 당시 선제안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WWF코리아의 'Fish Love Band' 캠페인과 이마트의 'Light Saver', 'Safe Sales' 캠페인은 대한민국광고대상 '대상'을 포함해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 애드페스트(ADFEST) 등 국내외 광고제에서 약 50개의 상을 수상하며 크리에이티비티 능력을 인정 받았다. 

허 이사는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도출해서 결과를 만들었던 성공 경험이 마케터로 일할 때 가장 큰 힘이 된다"며 "또한 프로덕션의 제작 방향과 예산 집행,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 브랜드의 니즈와 협업 방식 등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모두 시너지를 내 솔로지옥3의 마케팅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경험을 토대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해외 콘텐츠도 유치해서 새로운 콘텐츠 마케팅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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