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섭] AI로만 만든 최초의 광고 이야기
[이시섭] AI로만 만든 최초의 광고 이야기
  • 김수경
  • 승인 2023.08.01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 칼럼은 제일기획 매거진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놀라운 진화를 볼 수 있었다. 특히, Chat 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분야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으며 2016년의 알파고(AlphaGo) 같은 연구실 레벨의 딥 러닝 AI로부터 크게 진보된 수준이다.

생성형 AI는 자연어(일상어)를 해석하고 이를 글, 사진 등 원하는 형태로 디코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이로 인해, 일반 대중은 더 쉽게 AI에 참여할 수 있고 낮아진 진입 장벽이 상호 간의 기술적 한계선을 유의미하게 확장했다.

AI가 생각하는 방식, 광고인과 닮아

과거 많은 이들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산업으로 창의·예술 분야를 꼽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실제로 AI가 가장 먼저 뛰어든 시장은 창작의 영역이었다. 'Mid Journey', 'Stable diffusion' 등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모델이 대중화됨에 따라, AI 창작물들이 급속도로 양산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AI 스크립트(이미지를 생성하는 명령문)가 고도화되며 작업물의 퀄리티 역시 크게 높아졌다.

광고 업계 종사자로서, 생성형 AI의 발전은 꽤나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창의적 사고와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공존한다는 점, 순수예술과 달리 대중의 니즈가 기민하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 등 광고업의 특성이 AI의 사고 과정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나름의 연구를 이어가던 중, 삼성생명의 2023년도 신규 기업 PR 캠페인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안이 나왔고, 광고주도 이를 획기적 시도로 여기며 환영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AI를 활용하는 수준이 아닌 "광고의 모든 요소를 AI로 만들어 보자"는 기획으로 발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AI로만 만든 광고 '좋은 소식의 시작'은 성공적으로 온 에어 됐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AI로만 만든 최초의 광고

우리는 보험 회사를 광고함에 있어 AI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이 크게 세 가지 의의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첫째,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값을 산출하는 AI의 특성상, 특정 개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한눈에 식별할 수 있었다. 본 캠페인의 시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사람들이 보험을 떠올리는 순간'이라는 스크립트를 넣어 보니, '아플 때', '힘들 때' 등 부정적이고 어두운 이미지가 생성됐다. 이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삼성생명이 굿 컴퍼니(Good Company)가 되기 위해선 부정적인 상황에서만 떠오르는 보험을 넘어 먼저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분명히 표현할 수 있었다.

둘째, 보험이라는 추상적 상품을 시각화해 소비자와의 정서적 간극을 좁힐 수 있었다.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주얼 요소가 없다면 좋은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삼성생명의 의지는 명확히 전달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보험'이라는 개념을 직관적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그 논리로 AI를 사용했다. 이 같은 과정으로 탄생한 긍정적인 이미지들은 고객들에게 삼성생명의 철학을 잘 인식시켰을 뿐 아니라, 당사가 목표하는 '고객이 바라는 미래'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될 수 있었다.

셋째,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의 보험사가 새로운 기술로 광고를 시도했다는 점 자체로 긍정적인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광고주 및 제일기획 내부적으로 사내 뉴스 보도되는 등 높은 호응을 얻었을 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담당한 AE, 제작 임직원 모두 AI 기술 상용에 대해 업계로부터 열띤 문의를 받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캠페인 온 에어 직후부터 생성형 AI 기술의 얼리어답터로 불리는 테크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기업 보험사에서 도전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분명 괄목할 만한 시도"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 할머니를 그려 달랬더니 왜 기모노를?

물론, 광고에 사용될 수 있는 수준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AI 시장은 태동기에 있었기 때문에 이미지 생성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협력사가 많지 않았다. 가장 이해가 밝은 CG 모델링 업체와 협업했지만 좋은 AI 스크립트를 구현하는 일은 분명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또한 문화·지역적인 차이도 존재했다. 기존 웹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Mid Journey의 생성 풀 특성상, 원하는 이미지의 표본이 적은 경우에는 생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20대 동양인 여성을 생성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고령의 한국 할머니 모델을 생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했다. 웹 데이터상에 한국 노인의 이미지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아무리 스크립트를 교정해도 모든 할머니가 기모노를 입은 채 생성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외에도, AI가 수집하는 '미래' 키워드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디스토피아적이거나, 생성형 AI 프로그램별로 특유의 화풍이 존재하는 문제도 있었다. Mid Journey의 경우에는 채도가 과하게 높거나 세피아 톤의 이미지가 주를 이뤘고 DALL-E는 동화적인 이미지에 가까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그램 별 역할을 규정하고 원하는 데이터를 추려 학습시키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이후 3개월간 총 1만여 장의 이미지를 생성하며 제일기획과 광고주, 모든 협력사가 AI 개념에 대한 점진적 학습을 이뤘고 그 결과물은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AI는 광고 산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우리는 보험 업계 최초로 광고의 모든 요소를 AI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산업 전반으로 확대해 봐도 결코 늦은 발걸음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캠페인을 제작하는 데 있어 AI가 제공한 것 이상의 인력(人力)이 투입된 것 또한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AI에게 기대했던 '자동화 광고 공장'의 이미지와는 달리, 아직은 사람과 함께 힘써야 할 단계임을 실감했다.

하지만 AI 기술이 광고 업계를 비롯한 사회 모든 분야에서 크게 활약할 날은 멀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AI는 인간의 완벽한 대체제가 아닌 인류를 더 나은 미래로 데려다 줄 도구로써 사용될 것이다. 바퀴, 증기 기관, 컴퓨터가 그랬듯 말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마치 서로가 서로를 딥 러닝해 이전 세대의 프로그램이 도달한 지점으로부터 낭비 없이 출발하는 듯하다. 매주 새로운 기술이 발표되고 또 사라져간다. 그리고 우리는 이 도구의 스마트한 사용자로서 두려움보단 적극적인 호기심을 앞세워야 할 것이다. 아직 AI의 발전을 실감하지 못한 당신에게 한 가지 비밀을 고백하자면, 본 기고문의 주요 내용은 모두 Chat GPT가 작성했다. [제일기획 SOUTH 2팀 이시섭 프로]

이시섭 프로의 칼럼은 제일기획 블로그 '제일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