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돌 맞은 '비비고'의 변신… 가정간편식,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다
10돌 맞은 '비비고'의 변신… 가정간편식,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다
  • 김수경
  • 승인 2021.05.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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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었습니다' 캠페인 기획한 TBWA코리아 남현우 CD 인터뷰
빅모델이 전하는 제품 메시지 대신, 소비자들의 일상 속 '진정성'에 집중
"정성 담아 만든 한식 브랜드 비비고, 광고에도 그 진심 담고파"

올해 론칭 10주년을 맞은 CJ제일제당의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비비고가 달라지고 있다. 국내 HMR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주도하며 '한식의 자존심'을 지켜 온 비비고가 이제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넘어 마음까지 공략하는 브랜딩 전략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비비고의 새로운 캠페인 '잘 먹었습니다' 시리즈를 담당한 TBWA코리아의 남현우 CD(Content Director)를 만나 비비고의 새로운 브랜딩 전략을 공유했다. TBWA코리아는 지난 2017년부터 비비고의 광고 캠페인을 대행하고 있다. 

남현우 CD는 "지난 5년 간 비비고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성장을 넘어 1위 브랜드로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전까지의 광고가 마케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비비고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간 비비고는 싸이, 손흥민, 박서준 등 빅모델을 앞세워 제품의 차별화 된 맛과 품질을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당시 광고모델이었던 싸이는 '비비고 왕교자'를, 손흥민은 '비비고 삼계탕'을, 박서준은 '비비고 김치'와 '비비고 국물요리', '비비고 밥', '비비고 죽' 등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전략을 택했다.

다양한 HMR 브랜드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비비고는 '제대로 만든 한식의 자존심'이라는 콘셉트로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칸타월드패널(KWP)과 닐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한식 브랜드로서 비비고의 최초 상기도(TOM)는 65%를 기록했으며 국내 냉동만두와 상품죽, 한식 국·탕·찌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비비고의 주력 제품인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조3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식품 역사를 새로 쓰는 등 독보적인 브랜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 CD는 "비비고의 제품력과 품질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었다"며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비비고를 접하는 상황과 그 상황에서 일어나는 진짜 일상의 모습 속에 비비고만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남현우 TBWA코리아 CD. ⓒ정상윤 기자

비비고의 신규 캠페인은 코로나19로 집밥의 의미가 커지는 요즘 "잘 먹었습니다"라는 따뜻한 인사를 확산하고 비비고가 추구하는 한식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진정성있게 전하기 위해 빅모델 대신, 일반 모델들을 선정했다. '프리론칭' 편에 등장한 학생들은 물론 '신혼부부' 편과 '부자' 편, '노부부' 편 속 모델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광고는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퇴근 후 저녁을 차리는 남편의 모습, 아들의 식사를 챙기는 젊은 아빠, 아내가 설거지하는 동안 바닥을 닦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요즘 시대상을 반영한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이들은 모두 정성스레 차려진 음식을 먹은 뒤 "잘 먹었습니다"라는 진심어린 인사를 건넨다.

남현우 CD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진정성있게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연출이나 장치를 최대한 배제했다"며 "광고 속 배경은 만들어진 세트장이 아닌 실제 가정집이었고, 프리론칭 편에 등장한 중학생과 대학생들은 모델의 진짜 친구들을 섭외해 촬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에는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럽게 요리를 해 주는 사람의 마음과, 그 음식을 맛있고 감사하게 먹는 사람의 마음이 모두 녹아있다"며 "자주 쓰는 흔한 말이지만 진심을 담아 전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비비고를 통해 그 한 마디에 담긴 진심을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남현우 TBWA코리아 CD. ⓒ정상윤 기자

남현우 CD는 과거 비비고 캠페인을 준비하던 중 '비비고 해물완자' 제조 공장을 방문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한 연구원이 완자의 반죽 온도는 항상 12.6도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를 묻자 제품에 생선살이 들어가기 때문에 바다와 똑같은 온도를 유지해야 더 신선하고 맛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정성을 다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라는 확신이 생겼고, 그때부터 비비고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비고라는 브랜드를 단순히 좋아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비고가 정말로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리는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며 "광고는 결국, 브랜드의 본질과 가치를 발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남 CD는 "좋은 광고를 만드는 힘은 그 브랜드에 얼마나 깊이 몰입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브랜드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