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아니라는데, 파워 브랜드 된 이마트 'No Brand'
브랜드가 아니라는데, 파워 브랜드 된 이마트 'No Brand'
  • 김수경
  • 승인 2019.04.08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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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 교수의 '광고로 읽는 소비자 심리'
이마트의 'No Brand' 이야기
ⓒ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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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광고를 많이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관찰되고, 소비자들의 확실한 반응에 의해 오프라인 스토어의 증가세도 만만치 않은 강력한 브랜드가 눈에 띈다. 

스스로는 굳이 "우린 브랜드가 아니에요!"라고 말하지만, 어느덧 상당한 수준의 브랜드로 올라선 이마트의 서브라인, 노브랜드(No Brand) 이야기다. 

노브랜드의 캐치프레이즈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이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노브랜드 매장에서는 동일하게 위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중이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 브랜드들 가운데 상당한 파워를 가지고 성업 중인 이마트에서 비롯된 라인이 "우린 브랜드가 아니에요!"라며 외치고 있다는 사실과, 다양한 지표들을 근거로 평가해 봐도 브랜드 아닌 그 브랜드가 이미 소비자의 마음을 꽉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노브랜드의 성공에 상당히 고무되어 있으며, 향후 신세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소비자 심리 측면에서, 왜 굳이 "우린 브랜드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브랜드에 사람들은 애정의 정도를 더하고 있는지, 나름 아래와 같은 분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첫 번째는, 최근 1인 가구의 폭증과 함께 소포장, 소량으로 중심 트렌드가 흐르고 있는 분위기에서, 노브랜드는 도리어 '대용량' 즉 '덕용'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챈 것이 흥미롭다. 

물론 소량 제품도 다수 있기는 하지만, 특히 오프라인 스토어에서는 다량으로 판매하는 제품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관찰된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사실 요즘처럼 혼밥에 혼술, 심지어 혼코노(혼자서 코인노래방)까지 유행하는 마당에, 큰 용량의 제품들이 도대체 적절한 방향이었을까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노브랜드는 역으로 더 큰 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3만불 시대라고는 하지만, 젊어도 나이를 먹어도 개인의 삶은 대체로 퍽퍽한 것이 현실이고, 이런 상황에서 구매 후 한참 편하게 보관해도 그다지 문제없을 제품들은 차라리 꽤나 저렴한 가격에 '뭉텅이로' 사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하다고 여길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다가온 것이다. 

필자 또한 젊음의 거리 신촌 한복판에 위치한 노브랜드점을 지나며 "대용량만 잔뜩인데 젊은 친구들이 뭐 저리 많아...?" 중얼거리다가, "아하 그러니까 몰리는구나!" 라는 생각에 도달하였다. 

매장을 살펴보니, 노브랜드의 핵심 아이템들은 보관에 그리 내공이 필요하지 않은 '대용량'의 제품들이었다. 소비자들의 생활 행간을 제대로 읽어낸 반응형 (Responsive) 마케팅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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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경제적 여유가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싼' 제품만 찾긴 싫은 소비자들에게 쇼핑에 대한 '명분'과 약간의 자부심도 주었다는 진단이다. 

어차피 다수 청춘들은 결코 많지 않은 가처분 소득으로 현명한 소비를 해야만 한다. 엄연한 현실이라 견뎌내야 함을 알고 있지만, 어쩌면 그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싼 거'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걸 인지하는 타인들의 시선이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복잡한(?) 심리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 가지 방법은, 소비자의 마음에 불편함이나 생채기가 남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작업일 것이다. 노브랜드는 그냥 '싼' 브랜드가 아니라, '싸다'는 물성에 '당신은 현명한 소비자' 라는 명분을 부여했다고 믿는다. 

노브랜드를 고른 당신은 그저 덮어놓고 '브랜드'나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실속과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는 가성비의 화신이자 현명한 사람이라며 슬쩍 띄웠다는 말이다. 

이 같은 노림수는 결국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 라는 슬로건에 멋지게 녹아 오늘도 여기저기서 팬을 끌어 모으고 있다. 

노브랜드의 성공은, 미국에서 '싼' 걸로 유명한 월마트가 성공시킨 PB브랜드 'Value'를 떠올리게 한다. Value 브랜드가 붙은 상품은, 동일한 제품군의 여타 상품보다 상당히 저렴했다. 유사한 식빵이라도 다른 브랜드가 붙은 식빵이 3달러 정도라면 Value 제품은 1달러가 조금 넘는 식이었다. 

품질? 글쎄 자세한 차이야 있겠지만, '가치'라는 명분이 그걸 눌러 이마트의 Value를 찾는 소비자들은 결코 적지 않았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전략은 상당히 스마트해 보인다. 시장과 마음을 효과적으로 읽었다는 느낌이다. 향후 전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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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매스컴학 박사

전략커뮤니케션랩(SCL: Strategic Communication Lab)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