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브랜드를 바꾸다"… 빅토리아시크릿, 트랜스젠더 이어 첫 플러스 사이즈 모델 발탁
"소비자가 브랜드를 바꾸다"… 빅토리아시크릿, 트랜스젠더 이어 첫 플러스 사이즈 모델 발탁
  • 김수경
  • 승인 2019.10.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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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자기 몸 긍정주의) 열풍에 변화하는 패션 브랜드
"신체를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의 움직임"
빅토리아시크릿의 첫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알리 테이트 커틀러(Ali Tate-Cutler). ⓒ빅토리아시크릿
빅토리아시크릿의 첫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알리 테이트 커틀러(Ali Tate-Cutler). ⓒ빅토리아시크릿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브랜드의 방향성을 바꾸고 있다.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마른 모델만을 고집해 온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s Secret)이 트랜스젠더 모델에 이어 이번엔 사상 첫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발탁했다.

1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빅토리아시크릿은 최근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알리 테이트 커틀러(Ali Tate-Cutler)를 신규 캠페인 모델로 기용했다. 이번 캠페인은 영국의 란제리 브랜드인 블루벨라(Bluebella)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행된다. 

테이트 커틀러는 미국 기준 14 사이즈다. 올 초 빅토리아시크릿의 새로운 '엔젤(Angel)'로 선정된 모델 모델 바바라 팔빈(Barbara Palvin)의 신체 사이즈는 6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선택으로 평가 받는다.

테이트 커틀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10대 때부터 우상이었던 브랜드와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며 "신체를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의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빅토리아시크릿의 첫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알리 테이트 커틀러(Ali Tate-Cutler). ⓒ인스타그램
빅토리아시크릿의 첫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알리 테이트 커틀러(Ali Tate-Cutler). ⓒ인스타그램

빅토리아시크릿은 전세계 패션업계에 열풍으로 번지고 있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자기 몸 긍정주의) 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태도를 보여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빅토리아시크릿의 모회사인 엘 브랜드(L Brands)의 에드 라젝(Ed Razek) 마케팅 최고경영자(CMO)는 "패션 쇼에 트랜스젠더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기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패션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선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빅토리아시크릿 속옷에 맞지 않으며 관객들도 그들에게 흥미가 없다"고 발언해 맹 비난을 받았다.  

이후 논란이 일자 에드 라젝 CMO는 이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소비자들의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결국 지난 8월 초 36년간 몸담아 온 빅토리아시크릿을 떠났다. 

빅토리아시크릿은 미국을 대표하는 란제리 브랜드지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그 사이 주가는 41% 폭락했다. 시장 점유율 또한 2013년 32%에서 지난해 24%로 쪼그라들었다. 

빅토리아시크릿의 첫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티나 삼파이우(Valentina Sampaio). ⓒ인스타그램
빅토리아시크릿의 첫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티나 삼파이우(Valentina Sampaio). ⓒ인스타그램

이에 빅토리아시크릿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변화에 동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엔 브라질 출신 트랜스젠더 모델인 발렌티나 삼파이우(Valentina Sampaio)를 캐주얼 속옷인 '핑크 라인' 모델로 발탁했다. 이번 플러스 사이즈 모델 발탁도 브랜드 변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세계 1등 브랜드라도 예외는 없다. 이제는 브랜드 중심의 메시지가 아닌, 소비자들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고객 중심의 메시지가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이키(Nike)와 팝가수 리한나가 론칭한 란제리 브랜드 '새비지X펜티(Savage X Fenty)', 돌체앤가바나(D&G), 자라(ZARA), H&M, 갭(GAP) 등은 보디 포지티브 운동에 동참해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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