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패션 선택권, 하티스트가 첫 걸음이죠"… 조항석 삼성물산 마케팅 팀장
"장애인들의 패션 선택권, 하티스트가 첫 걸음이죠"… 조항석 삼성물산 마케팅 팀장
  • 김수경
  • 승인 2019.10.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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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패션부문, 사회공헌 브랜드 '하티스트' 론칭
"진정성·지속가능성 두 축 삼아 성장할 것"
조항석 삼성물산 패션부문 하티스트 팀장. ⓒ정상윤 기자
조항석 삼성물산 패션부문 하티스트 팀장. ⓒ정상윤 기자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멋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만 충분한 선택지가 없고 일반 의류는 기능적으로 불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은거죠. 하티스트는 장애인들에게 패션 선택권을 주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국내 의류 업계 최초로 장애인을 위한 브랜드 하티스트를 론칭했다. '모든 가능성을 위한 패션(Fashion for All Abilities)'을 콘셉트로 휠체어 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보였다.

삼성물산은 패션회사로서의 정체성과 명분까지 담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내부적인 고민과 성찰을 거듭했다. 오직 삼성물산만이 할 수 있고 또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고민하다 패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을 위한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일치시킨 삼성의 사회공헌브랜드 하티스트는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됐다. 

뉴데일리경제 브랜드브리프팀은 하티스트 기획부터 론칭까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항석 삼성물산 마케팅1팀 팀장을 최근 삼성물산 본사에서 만났다.

조항석 팀장은 "국내 장애인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소득수준도 올라가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전용 의류 브랜드가 없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패션을 통해 장애인들에게도 동등한 패션 선택권을 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티스트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티스트는 삼성물산의 사회공헌활동 브랜드로 탄생했지만 본질은 패션이라고 조 팀장은 강조했다.

그는 "빈폴과 구호 같은 우리의 대표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하티스트도 동급의 소재와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한다"며 "장애인들이 일반 의류에서 불편하게 느꼈던 점을 개선하고 빈폴이나 구호 제품 가격의 50~60%대로 책정한 점이 하티스트만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겉으로 보기엔 일반 의류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트렌드하고 멋진 소재와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며 "패션전문가를 비롯해 재활의학과 전문의, 장애인단체, 여러 장애인들과 협력해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항석 삼성물산 패션부문 하티스트 팀장. ⓒ정상윤 기자
조항석 삼성물산 패션부문 하티스트 팀장. ⓒ정상윤 기자

하티스트의 코트와 재킷, 셔츠의 어깨 부분엔 잘 늘어나는 소재의 '액션밴드'가 숨겨져 있다. 바지 양 옆엔 지퍼를 달아 휠체어에 앉은채로 쉽게 입고 벗을 수 있으며 지퍼를 혼자서도 쉽게 올렸다 내릴 수 있도록 긴 고리를 달았다.

하루종일 앉아있어야 하는 휠체어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두꺼운 코트와 재킷의 뒷 단을 짧게 디자인하고 청바지 뒷허리 부분엔 밴드를 달고 면적을 넓게 디자인했다. 혼자서도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윗 단추 대신 자석을 단 셔츠도 선보였다. 

겉 보기엔 잘 갖춰입은 정장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기능성 소재와 디자인을 추가해 장애인들의 활동성을 높였다. 최근엔 인기 유튜버인 위라클(박위)이 하티스트 의류를 직접 입고 체험한 영상을 공유해 화제를 모았다. 

조항석 팀장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착용성 테스트를 거치면서 이를 하티스트 제품에 적용해나가고 있다"며 "일반 의류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가 만들지 않는 의류,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티스트 의류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피콜을 진행해 피드백을 꼭 받고 있다"며 "고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기록으로 남겨 다음 시즌 상품 제작에 참고하는 등 관련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티스트 화보. ⓒ삼성물산
하티스트 화보. ⓒ삼성물산

조 팀장은 진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하티스트가 추구하는 최대 브랜드 가치로 꼽았다. 

그는 "하티스트를 기획하고 론칭하기까지 1년 반이 걸렸고 론칭 후 현재까지 제품을 알리고 판매하면서 가장 중심에 둔 것은 진정성"이라며 "장애인들에게 정말로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고 장애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모든 과정에 있어 진정성을 우선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티스트의 브랜드 목적 자체가 이익은 아니지만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많이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꾸준히 선보여야 한다는 과제를 갖고 있다"며 "마진을 줄이더라도 상품 개발에 많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항석 팀장은 하티스트가 국내 장애인 의류 시장의 첫 걸음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유럽과 북미, 일본 등 선진 시장엔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가 많고 제품도 세분화 돼 있다"며 "반면 국내엔 참고할만한 자료 자체가 없을 정도로 장애인 의류 시장은 불모지와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티스트가 그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뜻에 동참할 기업들이 시장을 함께 키워가길 바란다"며 "하티스트는 장애인 의류에 관심있는 디자이너와 기능성 소재 업체, 관련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와의 협업에도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얼마 전 한 고객이 하티스트 메인 모델들이 입은 옷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그대로 주문한 적이 있었다. 확인해보니 휠체어 장애인 부부가 행사에 입고 나가기 위해 커플룩을 주문한 것이었다"며 "하티스트 브랜드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진심으로 뿌듯했다. 앞으로도 하티스트는 장애인들이 친구처럼 느끼는 편안한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