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크릿이 달라졌다… "외모지상주의→자기 몸 긍정주의로"
빅토리아 시크릿이 달라졌다… "외모지상주의→자기 몸 긍정주의로"
  • 김수경
  • 승인 2022.10.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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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디파이너블' 캠페인, 여성이 갖는 진정한 의미에 대한 메시지 전달
"틀에 박힌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깨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축복"
퍼블리시스 디지타스, 미디어 바잉 대행
빅토리아 시크릿의 신규 캠페인 모델 (왼쪽부터) 페미타 아이안베쿠(Femita Ayanbeku), 팔로마 엘세서(Paloma Elsesser),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 ⓒVictoria's Secret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마른 모델만을 고집해 온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이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자기 몸 긍정주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다.

11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age) 보도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은 최근 글로벌 캠페인 '언디파이너블(Undefinable, 정의할 수 없는)'을 선보이고 '여성' 개개인이 갖는 의미에 대한 진정성있는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다.

60초 분량의 광고에는 브랜드 애배서더인 가수 브리트니 스펜서(Brittney Spencer), 모델 벨라 하디드(Bella Hadid), 베단 하디슨(Bethann Hardison), 아두트 아케치(Adut Akech), 운동선수 로즈 나마주나스(Rose Namajunas) 등 여러명의 여성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에게 누군가가 "여성에 대해 정의할 수 있나요?"라고 묻자 이들은 "아무것도 우리를 정의할 수 없다. 당신의 기준과 당신의 고정관념, 당신의 환상이 우리를 정의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라울 마르티네즈(Raúl Martinez)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Head Creative Director) 겸 부사장은 "빅토리아시크릿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패션 업계에서 여성들은 틀에 박힌 원형과 고정관념에 갇혀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세상이 변했다. 우리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자신 뿐이다. 여성과 남성 모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축복해줄 수 있는 브랜드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룩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Look Creative Agency)가 대행한 '언디파이너블' 캠페인은 빅토리아 시크릿의 브랜드 캠페인으로, 올 시즌 내내 광범위하게 집행될 예정이다.

빅토리아 시크릿 앤드 코(Victoria’s Secret & Co.)는 올 1분기 매출이 증가했으나, 2분기 매출은 15억 달러(한화 약 2조13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700만 달러(약 955억4200만원)로 전년 동기인 1억5100만 달러(2153억2600만원)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마틴 워터스(Martin Waters) 최고경영자(CEO)는 실적에 대해 "2022년에는 고객들이 인플레이션 등 재정 압박 문제를 계속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는 성장 계획을 위한 지속적 투자를 유지하면서 재고 관리와 원가 구조를 조정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빅토리아시크릿은 그간 과도한 성(性) 상품화 마케팅을 지속해오면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자기 몸 긍정주의를 옹호하는 쪽으로 브랜드 방향성을 전환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적극 꾀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2019년에는 브랜드 사상 최초로 트랜스젠더 모델과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여왔으며, 이번 캠페인은 빅토리아시크릿의 리브랜딩 전략 발표 후 15개월 만에 등장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리브랜딩을 발표하면서 여성에 초점을 맞춘 계획과 다양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벤처 캐피탈 회사인 앰플러파이허 벤처스(AmplifyHer Ventures)와 파트너십을 맺고 여성이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는 사업에 2500만 달러(약 356억5000만원)를 투자한다고 밝혔으며, 회사 내 모든 성별과 인종, 민족 간 임금 형평성 100%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마르티네즈 부사장은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제 막 발을 뗐다"며 "브랜드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를 내부적으로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최근 틱톡(TikTok) 인플루언서 잭스(Jax)는 빅토리아 시크릿을 비판하는 노래 'made up by a dude(남자가 만들어 낸 것)'를 발표했다. 잭스는 "나는 빅토리아의 비밀을 알아. 완전히 믿기는 힘들 걸. 그녀는 사실 오하이오에 사는 나이 든 남자야. 나 같은 여자애들 돈을 벌어 먹고 살지. 몸매에 대한 콤플렉스를 이용해 돈을 벌고 가슴만 큰 삐쩍 마른 몸매를 팔고 있네. 나는 빅토리아의 비밀을 알아. 그녀는 남자가 만들어 낸 허상이지"라는 가사로 빅토리아 시크릿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 노래는 빌보드 톱100(Billboard’s Top 100)에서 48위를 차지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 모았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획일화 된 여성상(女性像)을 강조해 온 빅토리아 시크릿이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대중의 인식을 바꿔나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언디파이너블' 캠페인을 틱톡과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채널과 미국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집행할 예정이다. 이번 광고의 미디어 집행은 퍼블리시스(Publicis)의 디지타스(Digitas)가 대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