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저격한 구글… "아이폰 아이메시지는 구닥다리, 80년대 삐삐 수준"
애플 저격한 구글… "아이폰 아이메시지는 구닥다리, 80년대 삐삐 수준"
  • 김수경
  • 승인 2023.09.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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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플 아이폰의 구식 문자 기술 비판하는 'iPager' 캠페인 선봬
구글, 안드로이드 기기와 아이폰 간 문자 호환성 문제 계속되자 애플 비판
애플에 차세대 문자 메시지 표준 'RCS' 채택 압박… 애플은 아이메시지 유지 전망
데이비드 마이애미(David Miami) 대행
구글의 'Meet iPager' 캠페인. ⓒGoogle

구글(Google)이 애플(Apple) 아이폰(iPhone)의 문자 메시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iMessage)를 1980년대 통신 기기인 '삐삐(무선 호출기)'에 빗댄 신규 캠페인을 선보였다. 애플이 고집하는 독자적인 아이메시지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기 간의 문자 호환성 문제가 계속되자, 애플을 공개적으로 조롱한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 출시에 맞춰 'Meet iPager(아이페이저를 만나보세요)' 캠페인을 공개했다.

이 캠페인은 '아이폰15 시리즈는 최신 기술을 자랑하지만, 문자 서비스 기술만큼은 1980년대의 삐삐보다 더 나을 게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영상은 애플 아이폰의 신제품 출시 캠페인을 패러디하고 있다. 

구글은 "혁신을 기다려왔나요? 계속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아이페이저를 만나보시죠"라고 말한 뒤 삐삐 모양의 '아이페이저'를 공개한다.

이후 "애플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구식 메시징 기술로 안드로이드에 메시지를 보내면 끔찍한 문제가 발생합니다"라고 지적하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간 대표적인 문자 호환성 문제로 꼽히는 암호화 기능 부족, 그룹 채팅의 어려움, 사진 및 비디오의 픽셀 깨짐 현상, 악명 높은 아이폰의 녹색 문자 메시지 풍선(수신자가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아이메시지 기능을 켜지 않으면 메시지가 자동으로 SMS(일반 문자 메시지)로 전환됐을 때 나타나는 색상) 등을 꼽았다.

구글은 "이 모든 문제가 오래된 SMS 때문일까요? 맞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여전히 그걸 사용하고 있죠"라고 비판하며 "이제 SMS 대화를 종료할 때 입니다. 모두를 위해 문자 기능을 개선합시다. 애플이 메시지를 받을 수 있게 하고, RCS(리치 커뮤니케이션 스위트)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합시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캠페인 배경 음악으로는 지난 1992년 발매된 스테레오 엠씨스(Stereo MC's)의 노래 '커넥티드(Connected, 연결된)'가 삽입돼 옛 기술에 멈춘 아이메시지를 겨냥하고, 구글이 전하고자 하는 '모두가 연결되는 메시지'의 의미를 강조했다. 

'Meet iPager' 캠페인은 구글이 2022년 론칭한 안드로이드 캠페인인 #GetTheMessage의 일환으로, 최신 문자 표준인 RCS 채택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아이메시지만을 고집하는 경쟁자 애플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구글의 에이드리엔 로프턴(Adrienne Lofton) 글로벌 소비자 마케팅 부사장은 "오늘날 전세계 문자 메시지는 끊김이 없고 포용적이고 안전해야 한다. 고장나거나 기능이 저하되거나 구식이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애플은 VCR 시대의 기술을 고집하며 현대적인 메시지 표준을 채택하지 않고, 모바일 산업의 진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애플 사용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포용적인 세상에서의 의사소통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메시지 기능을 진전시키는데 애플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캠페인을 대행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데이비드 마이애미(DAVID Miami)의 라파 도나토(Rafa Donato)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 항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며 "메시지에 관해서는 과거를 뒤로하고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 삐삐 시대를 벗어나 모든 메시지를 받아야한다"고 덧붙였다.

구글의 계속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RCS 채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한 행사에서 이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아이폰 사용자들로부터 (RCS 채택과 관련한) 어떠한 요구도 듣지 못했다"며 "(RCS 채택을 바라는 사람들이) 아이폰으로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메시지 앱에 기본 옵션으로 채택한 RCS는 GSMA(세계이동통신협의회)에서 표준화한 최신 문자 메시지 기술이며, 삼성전자도 갤럭시의 기본 메시지 앱을 RCS와 호환되도록 했다.

구글은 '포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애플에도 RCS 채택을 압박하고 있지만,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들을 안드로이드에 빼앗기지 않고 묶어두기 위해 아이메시지를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애플이 RCS 채택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아이메시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