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싸게 만든 수퍼볼 광고, 그 효과는?
가장 싸게 만든 수퍼볼 광고, 그 효과는?
  • 유현재 (전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8.06.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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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칸 라이언즈 특별세미나 지상중계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일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건 아마도 팩트일 것이다. 수퍼볼 광고, 더욱 정확하게는 매년 수퍼볼이 진행되는 바로 그 날, 그 시간대에 미국인은 물론 세계 많은 시청자들에게 노출되는 광고물들은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일단 매체 혹은 비클(Vehicle)을 계약하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며, "수퍼볼은 안봐도 수퍼볼 광고는 본다"는 말이 있듯, 온 관심이 집중될 것이 확실한 광고물 제작에 인력과 재력 등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광고주와 대행사는 광고 아이디어에 대한 필사적 노력은 물론, 돈과 관련된 노력(?)도 엄청나게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수퍼볼 광고를 생각하는 모든 광고 담당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스키틀즈 (Skittles)는 조금 삐딱한 발상을 했으며, 중요한 케이스 스터디가 되어 2018 칸 라이언즈에서 특별세미나로 꾸며졌다. 

세미나에는 광고주를 대표해서 랜킨 캐롤(Rankin Carroll, 리글리 사), 제작 전반을 지휘한 DDB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리 와이스(Ari Weiss),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미드 '프렌즈'로 유명해졌으며, 이번 스키틀즈 수퍼볼 광고에 모델로 등장한 데이빗 쉼머(David Schwimmer)가 등장했다. 

랜킨 캐롤은 수퍼볼 광고를 제대로 제작하고 싶었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대행사에게 전하며 본 광고의 기획이 시작되었다고 고백했다. 이 같은 한계사항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제작팀이 생각해낸 발상은, '말로만' 수퍼볼 광고라고 소문을 내고, 매우 독특한 형식의 광고를 제작하여 수퍼볼이 벌어지는 바로 그 시간에 색다른 방식으로 온에어 하자는 것이었다. 

스키틀즈는 수퍼볼 한참 전부터 데이비드 쉼머가 등장하는 티저 광고들을 통해, 이번 스키틀즈의 수퍼볼 광고는 스키틀즈의 골수팬인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기획 및 제작될 뿐만 아니라, '그 사람만을 위해 방영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물론 수퍼볼이 방영되는 TV채널이 아니라 페이스북을 통해 단 한번 방영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듣고 보면, 상당히 다른 방식이기는 해도, 결국 '수퍼볼 광고'는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르코스 메넨데즈 (Marcos Menendez) 라는 청소년을 일단 스키틀즈 광고를 최종적으로 누릴 주인공으로 비밀리에 정했으며, 그를 위한 깜짝 쇼(?) 혹은 깜짝 수퍼볼 광고를 제작하였다. 

광고에는 물론 데이비드 쉼머가 등장했고, 메넨데즈의 엄마와 아빠가 재미있는 분장으로 나름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정확한 광고의 스토리는 스키틀즈가 약속한 것처럼 메넨데즈에게만, 수퍼볼 시간대에 한 번 공개되었기 때문에 구전으로만 알 수 있다. 스키틀즈가 주장하듯, '역사상 가장 배타적인 (Exclusive) 수퍼볼 광고"의 사례가 되어 회자되고 있다. 

올해 수퍼볼이 벌어진 2월 5일, TV에서는 예전의 '시끌벅적한' 방식으로 재작된 '비싼' 수퍼볼 광고들이 노출되고 있을 때, 또 다른 수퍼볼 광고인 스키틀즈-메넨데즈 편은 소년을 특정한 장소로 불러서 깜짝쇼를 진행해 주었으며, 메넨데즈가 흥분하고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이 약속대로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었다. 이로써 스키틀즈가 공언했던 '세상에 없던 수퍼볼 광고' 프로젝트는 완료된 것이다.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담당자와 출연진이었던 헐리우드스타가 직접 설명하며 뒷이야기 등을 들려주었다. 그렇다면 효과는? 세미나에 출연한 출연진들이 밝혔듯, 객관적인 성과 혹은 수적인 측면에서 결과는 그다지 획기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니, 수퍼볼 광고는 꼭 수퍼볼 시간 대에 나와야 하나?" 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시도는 꽤 특이하긴 했던 것 같다.    

유현재
전)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