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잘리고 싶어? 로고를 자르게
너 잘리고 싶어? 로고를 자르게
  • 양웅 (동서대학교 교수/전 칸광고제 심사위원)
  • 승인 2018.06.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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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지도 못하고 내용도 파악이 안 되는 고속도로 주변의 빌보드 광고들. 반면 교통표지판은 그 단순함으로 정보를 순식간에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어떤 브랜드든 교통표지판처럼 단순해질 수는 없다. 맥도날드라면 모를까. 캐나다의 맥도날드는 새로운 황금 아치 캠페인을 통해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 매장으로 차를 몰고 달리게 한다.

독창적인 'M'자 모양의 맥도날드 아치는 나이키의 스워시(Swoosh) 디자인만큼이나 상징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모두들 성역처럼 지키고 싶어 하는 로고의 일부를 절단 내면서도 말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로고의 일부만 보더라도 맥도날드의 아치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하다.

이러한 자신감에는 유쾌한 장난도 살짝 느껴진다. 이 역시 맥도날드라면 용서가 된다. 네 편의 광고물에서 유일한 그래픽 요소는 황금색 아치 로고의 잘린 일부분이며, 이것이 간단한 매장 안내 카피와 결합하여 강력한 브랜드의 무기가 되었다. ‘오른쪽에 있음’, ‘왼쪽에 있음’, ‘다음 출구로 나가시오’, ‘유턴하시오’ 이러한 단순명쾌한 메시지는 향후 전 세계 어떠한 언어로도 실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생기니 마니 하는 평양매장만 빼고.

실제로 이 빌보드들은 캐나다 전역의 주요 도시는 물론 작은 마을에서까지 그 많은 존과 브라운을 가까운 맥도날드로 안내했다. 대도시인 토론토의 경우 시내 전역의 교통 체증이 심한 지역을 놓치지 않았고. 이제 우리가 아는 넛지(Nudge)의 좋은 예가 하나 늘었다. 이 캠페인에서 소비자들에게 맥도날드 빌보드는 교통 표지판과 같다. 소비자도 브랜드도 올바른 방향으로 달리기 위한 안내판이다. 그리고 아치는 올해 칸 라이언즈 옥외(Outdoor)부분 그랑프리로 우리를 안내했다.

양웅
동서대학교 교수
전 칸광고제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