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라이트의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왜 실패했을까?
버드라이트의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왜 실패했을까?
  • 권경은
  • 승인 2023.04.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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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디코딩]
AB인베브 '버드라이트',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기용해 논란 커져
보수 정치인과 유명인사의 '보이콧'으로 버드라이트 판매 급감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 '디인플루언싱' 유행으로 번져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 ⓒ인스타그램

미국 최대 맥주 회사인 앤하이저부쉬 인베브(Anheuser-Busch InBev, AB인베브)가 자사의 맥주 브랜드인 버드라이트(Bud Light)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으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버드라이트의 4월 셋째 주 매출은 지난 해 같은 주 대비 17%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인 쿠어스 라이트와 밀러 라이트 판매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 가까이 늘었다. 버드라이트 불매운동으로 인해 주가도 하락하면서 AB인베브의 임원 2명은 휴직에 들어갔다.

이번 불매 운동은 버드라이트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인해 촉발됐다. 버드라이트는 최근 26살의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인 딜런 멀베이니(Dylan Mulvaney)를 모델로 기용했다. 멀베이니는 지난 해 여성처럼 보이기 위한 '성형 수술 과정'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으며 틱톡(TikTok)에서만 10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멀베이니가 트랜스젠더로서 틱톡에서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지만, 버드라이트의 주력 소비자층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멀베이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버드라이트 홍보 영상을 올리자, 미국 내 보수 정치인들과 유명인사들은 버드라이트에 대한 보이콧(boycott, 불매운동) 의사를 밝혔고 일부 소비자들은 버드라이트의 마케팅에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대립구조가 펼쳐졌다.

이에 AB인베브의 브렌단 위트월스(Brendan Whitworth)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우리는 맥주 한 잔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사업을 할 뿐, 편을 가르기 위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미디어 메시지는 자신에게 중요한 누군가를 통해 전달될 때 영향력이 발생한다. 매스 미디어 시대에도 그 누군가를 적절히 기용하는가에 따라 미디어 효과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나오는 메시지보다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를 통해 메시지를 들을 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리더는 그 사람의 준거 집단이라는 점에서 영향을 미친다.(이러한 내용이 고전적 미디어 이론인 '2단계 흐름 이론'의 주장이다.) 소셜 미디어 환경이 되면서 오피니언 리더는 소셜 미디어 상의 인플루언서의 모습으로 변화했고,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대세가 됐다.

관련 보도를 통해 보면 멀베이니는 '워크(Woke·잠에서 깨어나다)' 문화를 강하게 주장해, 호응과 함께 반감을 얻기도 한 인물이다. '워크' 문화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ctedness·PC)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문화다. 최근 미국 내에서 PC에 신물을 내는 사람이 많아진 상황에서 멀베이니를 홍보 모델로 기용한 버드라이트가 표적이 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퍼지고 있다.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명세를 얻고 상업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최근에는 과소비를 조장하는 인플루언서에 반발하는 디인플루언싱(deinfluencing)이 유행하고 있다. 디인플루언싱은 과잉 소비를 부추기는 인플루언서들의 제품 홍보에 반대하며 '형편없는 물건을 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버드라이트의 실패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있어 모든 브랜드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중요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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