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석·박병준] 처음 만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애드페스트
[엄준석·박병준] 처음 만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애드페스트
  • 김수경
  • 승인 2023.04.1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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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페스트 2023 참관기
올해 최대 주제는 '기술', '포스트 코로나', '환경문제'
빅밴드 캠페인 2본부 엄준석 본부장, Studio B 박병준 팀장
애드페스트 2023 현장. ⓒ엄준석·박병준

지난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광고제인 '애드페스트(ADFEST) 2023'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이번 광고제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오프라인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개최 발표 때부터 많은 광고인들의 관심을 모은 행사였다. 더욱이 해외 광고제는 첫 방문이기도 했던 터라 내심 기대가 컸다.

타국의 광고인들은 각기 다른 문화와 언어, 사회적 문제를 바탕으로 어떻게 광고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했다. 또, 우리에게 접목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것들이 있을지 설렘 반 기대 반으로 파타야로 출발했다.

애드페스트 2023 현장. ⓒ엄준석·박병준

#1. 소셜미디어의 진화
첫 날 세션 중 가장 관심이 많았던 세션은 '소셜미디어'였다. 소셜미디어의 대표주자인 메타(Meta)와 틱톡(TikTok)의 공통 키워드는 '엔터테인먼트'였다.

애드페스트 2023 메타 세션. ⓒ엄준석·박병준

메타는 세계적인 소셜미디어인 만큼 많은 관람객들이 세션에 참여했다. 메타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광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애드버테인먼트(Advertainment)'였다. 캠페인 사례로 AR(Augmented reality)과 릴스를 활용해 사용자들에게 애드버테인먼트를 제공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AR 인스타그램 필터를 만들고 사람들이 셀카를 찍게 한 뒤, 그 결과물을 소셜미디어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브랜드를 함께 녹였다. AR기능을 통해 셀카에 브랜드를 노출하고 게임화했으며,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쿠폰 발급까지 이어졌다. AR이라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소셜 플랫폼 이용과 브랜드 매출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사례였다.

애드페스트 2023 틱톡 세션-영화 '탑건'의 콘텐츠 재가공 사례. ⓒ엄준석·박병준

틱톡 세션의 첫 질문은 '틱톡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인가'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TikTok is entertainment that connects.'였다. 관심사에 대한 해시태그를 통해 사용자들을 연결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재가공한 콘텐츠들이 공유·확산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재가공(Recut, Remix, Reimagine)이다. 브랜드들은 틱톡을 통해 캠페인 메시지를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로 재가공 할 수 있으며, 오히려 브랜드 필름보다 내추럴한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광고업계에서는 캠페인 영상과 현장 스케치 등의 영상을 활용해 숏폼 콘텐츠를 추가로 릴리즈해 화제가 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VERO는 다른 길을 택했다. 테크놀로지에 집중하기보다 소셜 네크워크의 사회적인 역할과 공동체와의 유대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에 집중했다. VERO는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The 7 Sins of Greenwashing' 캠페인을 사례로 들고,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지역문화 프로젝트 참여자와 그 변화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2. 무대의 확장
이튿날 진행된 '브랜드 경험을 위한 무대 연출*(PLAYING WITH SCENOGRAPHY FOR BRAND EXPERIENCE)' 세션에서는 테크놀로지와 결합돼 발전하고 있는 신제품 론칭 행사 연출 사례와 이를 통해 확장된 브랜드 경험에 대해 다뤘다. (*SCENOGRAPHY는 무대 미술을 뜻하는 단어이나, 실제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해 '무대 연출'로 의역했다.)

'브랜드 경험을 위한 무대 연출' 세션의 삼성 갤럭시 론칭 사례. ⓒ엄준석·박병준

이전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를 기억해보면, 스티브 잡스가 무대 중앙에 서고 그 뒤에는 프리젠테이션이 위치한다. 무대 앞에는 관객들이 앉아 있다. 이것이 전통적인 무대 연출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발표자, 제품, 그리고 가상의 공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제품 특징과 제공자 중심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무대 연출의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활용해 관객에게 다층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동시에 공간을 통해 전달되는 브랜드 메시지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구현할 수 있는 무대 형태는 무궁무진하다. 콜로세움과 같은 원형 경기장부터 오페라 극장까지 모든 공간이 무대다. 무대의 형태에 따라 관객의 배치도 바뀐다. 전면을 바라보는 것부터 관객이 중앙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경우까지. 이런 공간에 가상공간을 어떻게 배치해 극적인 효과를 최대화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볼 수 있는 세션이었다.
 

RGA-캠페인-사례-스타워즈
R/GA의 '스타워즈' 캠페인 사례. ⓒ엄준석·박병준

이어진 R/G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웨어링의 '스토리텔링' 세션에서는 완전한 가상공간의 활용사례를 경험할 수 있었다. 클레어 웨어링은 스토리텔링이 모바일, 메타버스, AR, VR 등의 테크놀로지와 결합했을 때 만들어 내는 시너지에 대해 강조했다.

아티스트는 신곡 홍보를 위해 메타버스에서 고객을 찾아간다. 아티스트는 거대한 그네를 타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관객들은 그 주변에서 아티스트와 신곡을 경험한다. 영화는 어떨까. 단순 영화 포스터가 아니라 스타워즈의 우주선이 우리 집 위에 떠 있다면? 혹은 백악관 위에 떠 있다면? R/GA는 스타워즈 영화 홍보를 위해 AR을 이용한 우주선을 구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좋은 아이디어였고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마케팅이었다.

어느새 뉴미디어가 전통적인 매체가 됐고, 또 새로운 뉴미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이 뉴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 볼 수 있던 세션이었다.

#3.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크리에이티브 키워드 '해방'
마지막 날 진행된 포스트 코로나 관련 세션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 인상적인 크리에이티브들이 줄을 이었다. 다리에 롤러가 달린 거북이가 온 도시를 누비는가 하면, 사람과 사람이 공원에서 만나 진한 스킨십을 나누기도 했다. 모델들이 들판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버버리 광고는 해방과 역동성을 아주 강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모두 해방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장기간의 클로징을 경험했던 다른 나라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공감 포인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종이의집' 광고 캠페인. ⓒ엄준석·박병준

#4. 인상적이었던 넷플릭스 '종이의 집' 캠페인
광고제에 출품한 크리에이티브들 중에 특히 영감을 받았던 것은 넷플릭스의 '종이의 집' 광고 캠페인이었다. 도둑을 소재로 다룬 '종이의 집'의 콘셉트를 전달하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의 광고 위에 '종이의 집' 크리에이티브를 추가로 얹힌 옥외광고(OOH)는 마치 실제로 이 제품들을 훔친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또한, 넷플릭스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선언했던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잠이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종이의 집 커피(BLEND)'를 배포한 이벤트도 기억에 남았다.

넷플릭스 '종이의집 커피'. ⓒ엄준석·박병준

이번 애드페스트 2023의 큰 주제는 '기술(Technology)',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환경문제(Environment)'로 요약할 수 있다.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브랜드에 메타버스, VR, AI와 같은 테크놀로지를 결합하고 있었고, 코로나 시대를 마무리하는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였다. 또한 지속가능한 환경과 발전에 대한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들의 고민이 담긴 행사였다.

이 세 가지는 우리가 직면한 주제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어떻게 브랜드들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빅밴드 캠페인 2본부 엄준석 본부장, Studio B 박병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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