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세일러문·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일본 만화에 빠진 명품 브랜드
슬램덩크·세일러문·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일본 만화에 빠진 명품 브랜드
  • 권경은
  • 승인 2023.02.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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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디코딩] 일본 만화·애니메이션과 명품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 열풍
지미추, 로에베, 코치, 구찌 등 협업 제품 인기
"향수와 팬덤 불러 일으키고 브랜드에 젊고 자유로운 느낌 더해"
지미추 X 세일러 문 컬렉션. ⓒ지미추

1990년대 연재 만화로 인기를 끌던 '슬램덩크'가 올해 극장가를 강타한 가운데 각종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이 나와 인기를 얻고 있다. 슬램덩크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소싯적 일본 만화·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패션업계 브랜드 마케팅에 소환되고 있다.

이번 달 초에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오래된 일본 애니메이션들과 협업한 제품들을 출시했다. 지미추(Jimmy Choo)에서는 1990년대 연재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인 '세일러문(Pretty Guardian Sailor Moon)' 컬렉션을, 로에베(Loewe)에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2004)' 컬렉션을 선보였다.

로에베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인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와 협업해 최근 3년 동안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 2021년 '이웃집 토토로(My Neighbor Totoro, 1988)' 컬렉션, 2022년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Spirited Away, 2002)' 컬렉션을 내놓아 큰 성공을 거뒀다.

럭셔리 브랜드 업계에 따르면, 협업 제품들이 고가에 재판매되고 있을 뿐 아니라 쇼핑백마저 온라인에서 수십만원 정도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난 2019년 코치(Coach)에서는 '나루토(Naruto, 1999-2014)' 컬렉션을, 2020년 100주년을 맞은 구찌(Gucci)에서는 '도라에몽(Doraemon, 1970~1996)'과 '원피스(One Peice, 1997~)' 컬렉션을 선보였다. 또한 2022년 JW 앤더슨(JW Anderson)은 한국 만화인 '달려라 하니' 가방을 출시했다.

로에베 X 하울의 움직이는 성 컬렉션
로에베 X 하울의 움직이는 성 컬렉션. ⓒ로에베

그럼 왜 갑자기 이 시점에서 예전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 속에 등장하고 있는 것일까? 업계지의 보도 내용을 살펴 보면 넷플릭스, 미국 및 유럽 소비자들의 변화, 럭셔리 브랜드 전략 등 3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 번째 요인은 넷플릭스, 더 크게 보면, OTT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배급망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영어판 중국 명품 업계지 징데일리(Jing Daily)의 지난해 기획 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에서 일본 애니메이션들에 다양한 언어 자막을 붙여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에 방영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장르에 대한 서구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위에 언급된 일본 만화·애니메이션들이 제작됐던 당시에는 해당 작품들이 일본이나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영어권 국가에서 아동·청소년 콘텐츠로 간주되던 일본 애니메이션을 성인들이 시청하기 시작했고 서구에서 뒤늦게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아시아 및 외국 문화에 대해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의 개방성과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인간의 탐욕, 자연 파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등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현재에도 시사점이 있고, 이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에게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 만화·애니메이션들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에 기반한 럭셔리 브랜드 가치는 한편으로는 고루한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매우 좋은 콘텐츠다.

징데일리(Jing Daily)>에서는 럭셔리 브랜드에게 있어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은 향수와 팬덤을 불러 일으키는 한편,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들어 젊고 자유로운 느낌을 더해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럭셔리 브랜드와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은 의외로 찰떡궁합인 면이 있다. 따라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만화·애니메이션 팬덤을 이해하고 따라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모스키노(Moschino)처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2020년 모스키노는 일본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1972~1973)'와 유사한 '앙투와네트 애니메이션' 콜렉션을 런웨이 쇼에 올렸다가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아무리 옛날 옛적 만화·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무단 도용하는 것과 2차 창작인 컬래버레이션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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