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조사'의 대명사 닐슨이 무너지고 있다… 새로운 블루칩은?
'시청률 조사'의 대명사 닐슨이 무너지고 있다… 새로운 블루칩은?
  • 권경은
  • 승인 2023.01.0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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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시청률 조사 시장에 생긴 변화 분석
'닐슨'은 지는 중, 경쟁자들은 뜨는 중
블루칩으로 떠오른 영상 시청 측정 및 데이터 회사
ⓒNielsen

미디어 조사 회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닐슨(Nielsen)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광고 전문지 애드에이지(Ad Age)는 미디어 조사 및 측정 시장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지난 14일(현지시간) 분석해 보도했다. 이를 정리하면 두 가지로 요약된다. 닐슨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으며, 경쟁 회사들이 기회를 잡고 있다. 또한 영상 시청 조사 및 데이터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것.

① '닐슨'은 지는 중, 경쟁자들은 뜨는 중
방송 및 영상 광고 시장에서 시청률은 광고 수주를 위한 잣대다. 언제, 어디서나, 또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영상 시청을 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을 측정하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시청률 조사 시장을 주도하던 닐슨은 경쟁 업체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지난해 위기를 맞았다.

닐슨은  패널 조사(동일한 대상자들에 대해 동일한 측정을 반복해 변화를 조사하는 방식)에 기반해 TV 시청률과 디지털 광고 시청률을 집계해 왔다. 그런데 지난 2021년 7월 미국의 MRC(Media Rating Council)에서는 닐슨의 TV 시청률 지표가 부정확하다고 보고 인증을 보류했다.

시청률 등 시청 데이터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광고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미디어 회사나 광고주가 아닌 제 3의 인증 기관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미디어 측정을 검증하기 위한 공적 기관이 바로 MRC다.

MRC에서 닐슨의 인증을 보류하면서 닐슨에서는 대안으로 여러 플랫폼을 오가는 시청 양상을 포착하기 위해 '크로스 플랫폼 패널'과 '닐슨 원(Nielsen One)'이라는 차세대 빅데이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닐슨은 이러한 대응 중에 있지만, 애드에이지에 따르면 닐슨의 재인증은 빠르면 내년 초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MRC가 닐슨에 대한 인증을 보류하자, 그 여파는 컸다. 우선 관련 협회 및 기관들에서 새로운 경쟁자들의 조사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미국의 광고주협회(Association of National Advertisers)에서는 내년 크로스 플랫폼 측정을 위해 인터넷 조사 및 마케팅 업체 컴스코어(ComScore)와 동영상 플랫폼 제공 및 조사 업체 비디오앰프(VideoAmp)의 측정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동영상 광고국(Video Advertising Bureau)에서도 폭넓은 관점에서 새로운 대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방송 채널들도 새로운 측정 방식을 도입해 시청자에 대한 새로운 프로파일을 구축하고자 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NBC유니버셜(NBCUniversal), 파라마운트(Paramount), 팍스(Fox), 디즈니(Disney) 등의 방송 채널 등도 새로운 회사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컴스코어, 비디오앰프뿐 아니라 아이스팟닷티브이(ISpot.tv), 삼바티브이(Samba TV) 등의 회사가 제안한 새로운 측정방식이 채택됐다.

NBC유니버셜의 경우, 시청자 측정을 위해 체결한 선불 계약 중 60%는 닐슨에, 40%는 나머지 회사들과 체결했다. NBC유니버셜은 시청 측정 방법에 대한 대안적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제네럴모터스(General Motors), T모바일(T-Mobile), 스테이트팜(State Farm) 등의 광고주들과 함께 지난 11월 광고지표위원회(A Currency Council)를 구성했다.

② 블루칩으로 떠오른 영상 시청 측정 및 데이터 회사
영상 스트리밍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영상 시청 측정 시장 및 수익도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미디어 조사 회사에 대한 투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헤지펀드 회사인 엘리엇인베스트먼스매니지먼트(Elliott Investment Management)가 주도하는 사모펀드 컨소시엄은 지난 3월 닐슨을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해 10월 160억 US 달러(한화 약 20조2880억원)에 닐슨을 비공개 인수했다. 닐슨은 새 소유주를 맞아 현재 조직 개편 중이다.

한편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에서는 지난 4월 아이스팟티브에 약 3억2500만 달러(약 4127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이 중 1600만 달러는 T모바일의 TV 및 스트리밍 서비스인 T비전(TVision)의 커넥티드 TV 패널 데이터 독점 사용료로 지불됐다.

또한 광고를 위한 시청 데이터 거래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영상 광고는 커넥티드 TV 환경의 맞춤형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추세로, B2B 광고 플랫폼인 트레이드데스크(The Trade Desk)를 통한 자동 입찰 형태로 구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시청에서는 닐슨의 지표나 연령, 성별 등 인구통계학적 속성이 아닌, 새로운 시청 지표뿐 아니라 방송 및 스트리밍 회사의 성과 지표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시청률이라는, 광고 거래의 기반이 되는 표준적 지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디어와 광고업계는 매출이나 다른 성과치에 기반해 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 스트리밍 시장이 커지고 시청률에 관심을 갖는 회사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표준'의 부재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