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디코딩] 2023 키워드 '주인공 에너지', 소확행과 관종 사이 어디쯤
[미디어 디코딩] 2023 키워드 '주인공 에너지', 소확행과 관종 사이 어디쯤
  • 권경은
  • 승인 2022.1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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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Z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화된 시대, 세대론이 무용하다는 관점도 있지만 Z세대론은 젊은 층을 이해하기 위해 많이 쓰이는 접근법이다.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지난 달 발간한 2023년 전망 보고서에는 주된 이용자 층인, 미국 Z세대(16-24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 담겨 있다. Z세대에게 2023년을 표현하는 단어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가장 많은 응답을 얻은 단어는 '힐링', '활기(Energized)', '주인공 에너지(Main Character Energy)'로 나타났다. NHN에서 지난 12월 1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Z세대에게 가장 인기있는 앱은 '인스타그램'이다.

'주인공 에너지'가 뭐지? 검색을 해봤다. 미국 잡지 '뉴요커'의 기사(2021년 6월 23일자)가 나왔다. 기사에 따르면, '주인공'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자신을 특정한 스토리의 중심 혹은 관심의 초점으로 구성한 것'을 뜻한다. 이 용어는 2020년 5월 27일 업로드된 '틱톡' 영상으로부터 시작돼 퍼진 말이라고 한다. 내레이션과 함께 젊은 여성이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보는 모습이 담긴 짧은 영상이다. "너의 인생을 로맨틱하게 만들어야 해. 이제부터 너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봐야 해. 네가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 인생은 지나가 버리거든"

이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maincharacter)' 해시태그도 유명해졌다. 영상은 현재(12월 23일 기준) 조회수 310만회(3.1M), 54만 400개(540.4K)의 하트를 기록했다.

'뉴요커' 분석에 따르면, 두 가지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주인공 되기'가 유행처럼 퍼져 나가게 됐다. 코로나와 소셜 미디어 팬데믹 상황이다. 집 안에 고립된 생활로 인해 억눌린 욕구와, 이미지 기반의 소셜 미디어의 영향 때문에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에 자신을 캐스팅해 연출한 모습을 통해 주인공 기분을 느끼고자 한다. '주인공 에너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주인공의 기분 혹은 활력을 뜻한다. 

인스타그램에서 #maincharacterenergy 검색 결과를 캡처
ⓒ인스타그램에서 #maincharacterenergy 검색 결과를 캡처.

'주인공 에너지'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자신의 감정을 돌보는 자기 돌봄으로서 해석되기도 하고, 자의식 과잉 혹은 나르시시즘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보그(Vogue)'지에서는 "#주인공에너지의 의미는?(2021년 9월 23일)"이라는 기사를 통해 봉쇄와 격리의 시간, 사람들은 '주인공'이 됨으로써 사회적 교류의 공백을 메꾸고자 한다고 해석했다. '달고나' 커피 사진, 잔뜩 꾸민 모습의 사진, 춤 영상의 예를 들며 "자신을 영화 속 스타라고 생각한다면, 집에서 갇혀 있거나 줌 회의를 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날들을 덜 침울하게 보낼 수 있다"고 적었다.

한편 극단적인 경우, '주인공 에너지'는 '주인공 증후군(Main Character Syndrome)'의 증상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주인공 증후군'은 소셜 미디어 이용과 관련해 나온 용어로, 자신의 인생을 허구적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상상하거나 타인의 인생을 모방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해석이 맞는 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소셜 미디어 세상은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다중우주론(우리가 사는 우주 외에도 수많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각자가 주인공인 우주이다. 그런데 그것을 우주라고 불러야 할지, 무대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시청자와 관객이 필요한 경우라면 우주보다는 무대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할 듯 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주인공 에너지'는 소확행과 관종 사이 어디쯤에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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