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디코딩] 우리는 왜 월드컵을 보는가?
[미디어 디코딩] 우리는 왜 월드컵을 보는가?
  • 권경은
  • 승인 2022.12.20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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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P 글로벌의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즐겨 시청하는 스포츠는 축구다.  또한 글로벌 스포츠 행사의 대명사는 월드컵이다. 올림픽도 글로벌 행사이긴 하지만, 부문과 종목이 많기 때문에 월드컵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FIFA(국제축구연맹)에 따르면 32개국 50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월드컵을 시청한다. 그리고 월드컵 매출 중 상당한 비중(약 50%)을 TV 중계료가 차지한다.

왜 우리는 월드컵을 즐겨 볼까? 스포츠 경기를 거의 보지 않지만, 유독 월드컵 경기는 시청하는 한 친구에게 물어봤다. 친구(여성)는 "손흥민이 멋있어서, 그리고 아마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답을 했다. 다른 친구(남성)에게도 물어보았다. "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할 수 있으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것 아닐까?" 다 일리가 있는 설명이다.

그런데 한 논문(Chisari, 2004)에 따르면, 전세계 사람들이 월드컵을 즐겨 보는 이유는 미디어 때문이다. 1966년 FIFA와 방송국들이 제휴해 월드컵을 TV에 최적화된 이벤트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FIFA에서는 유럽 방송 연합(European Broadcasting Union·EBU)에 독점 중계권을 줬다. 그리고 방송사들과 조율해 월드컵 행사의 형태를 TV 방영에 최적화된 형태로 정비했다. FIFA에서는 TV 편성을 위해, 중복된 시간의 경기들의 일정을 조정했고 미디어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경기장을 선택 및 변경했다.

월드컵 경기장에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카메라 배치 구역이 생겼고, 감독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인터뷰룸'도 처음 만들어졌다. 영국 방송사 BBC는 1966년 월드컵 경기 중계를 위해 '슬로우 모션'이라는 새로운 영상 재생 기술을 개발했다. 득점은 어렵지만 득점의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 때문이었다. 1966년 FIFA는 방송사들과 연계해 월드컵을 TV 매체에 최적화된 글로벌 이벤트로 만들었고, 이후 오늘날까지 시청 국가들 및 오디언스를 성공적으로 확장해 왔다.

올해 FIFA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파트너들과 손을 잡고 또 다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로블록스(Roblox) 등의 메타버스 플랫폼, '크립토닷컴(Crypto,com)‘ 등의 블록체인 기반 회사들과 함께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간과 디지털 자산들을 만들었다. FIFA에서는 오는 2026년부터 메타버스 기반의 월드컵 브랜드 마케팅 및 가상 자산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이라고 한다. 4년 후, 우리가 월드컵을 즐기는 모습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궁금해진다.

참고논문 Chisari, F. (2006). When Football Went Global: Televising the 1966 World Cup. Historical Social Research, 31(1), pp. 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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