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아닌 퀄리티로 승부, 명품과의 경쟁도 자신 있어"… 정구호 존스 CD
"라벨 아닌 퀄리티로 승부, 명품과의 경쟁도 자신 있어"… 정구호 존스 CD
  • 김수경
  • 승인 2022.1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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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스엔에이와 손잡고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 '존스' 론칭
샤넬·디올 등 수입 명품에 맞서는 K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등장
"라벨 없이도 정체성 드러나는 브랜드 캐릭터 중요… 한국형 디자인하우스 꿈 꿔"
정구호 JON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 ⓒ정상윤 기자

라벨을 떼고 오직 디자인과 색감, 소재, 퀄리티만으로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패션 브랜드는 과연 몇개나 될까. 라벨에 의존하는 내수의 한계를 넘어 수입 명품과의 경쟁에 뛰어든 여성복 브랜드가 등장했다.

브랜드브리프는 구호(KUHO)와 르베이지(LEBEIGE)를 선보이며 국내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를 만나 올 초 론칭한 '존스(JONS)'의 브랜드 철학과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철 입고 버리는 저렴한 패스트패션(fast fashion)과 고급 수입 명품 사이에서 국내 여성복 브랜드는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구호 CD는 이같은 패션 업계의 상황이 '존스'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르베이지 론칭 초기(2009년), 수입 명품과 경쟁해 이겼던 경험이 있다. 그 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명품과 견줄만한 국내 브랜드는 등장하지 않았다"며 "명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해가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꼭 시작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품과 경쟁이 가능한 퀄리티있는 여성복을 만들고 싶었고, 그게 존스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배우 강소라와 함께 한 존스(JONS) 22FW 시즌 캠페인. ⓒ존스

글로벌세아의 계열사인 에스앤에이에서 론칭한 '존스'는 1950~1960년대 패션 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은 수트와 셋업,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클래식, 모던, 글램, 프리미엄, 데코레이션 5개 라인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최고급 소재, 과감한 색상과 디자인, 장인의 손맛이 들어간 핸드메이드 터치로 완성된 '존스'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오픈 열흘만에 매출 1억원을 달성하고,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여성복 MD 톱 순위권을 기록하며 국내 여성복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 6월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어머니이자 유명 모델인 메이 머스크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존스'의 의상을 입어 화제를 모았다. 명품 브랜드 디올(Dior)의 앰배서더인 메이 머스크는 다양한 한국 브랜드들이 제안한 의상 중 '존스'의 수트를 직접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구호 CD는 "세계적인 패셔니스타 메이 머스크로부터 인정 받았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커졌다. 사실 핫핑크 수트, 레드 블라우스, 플라워 와이드 팬츠 등 국내 브랜드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았던 과감한 색상과 디자인을 선보이자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모두 완판됐다"며 "존스의 주요 고객들은 '제발 존스의 캐릭터를 희석시키지 말아달라'는 피드백을 가장 많이 남긴다. 라벨 없이도 존스의 옷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도록 고유의 브랜드 캐릭터를 계속 지켜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화점 여성복 코너를 돌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옷을 팔고 있다. 많은 내수 브랜드들이 론칭 초기에는 각각의 캐릭터를 내세우지만, 매출이나 유행의 영향을 받아 결국엔 비슷해진다"며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브랜드 캐릭터를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존스는 그러한 가치를 단단히 쌓아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정구호 JON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 ⓒ정상윤 기자

'존스'의 마케팅 전략 또한 캐릭터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직접 입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존스'의 퀄리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고, 톱스타가 등장하는 TV 광고나 소셜미디어 광고 보다는 살롱쇼와 스타일링 클래스 등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퍼스널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구호 CD는 "쉽게 버려질 옷이 아닌, 오래 간직될 옷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 올라가는 외국의 유명 디자인 하우스 브랜드들처럼, 존스는 사라지지 않는 디자인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싶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날로그하고 수공예적이며 개인화된 고객 접점 마케팅을 추구한다"고 전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수입 브랜드와 견줄 수 있는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존스는 한국형 디자인 하우스 브랜드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구호 JON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 ⓒ정상윤 기자

마지막으로 그는 "샤넬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스타일은 영원히 남아있고, 톨스토이의 작품도 지금까지 계속 읽히고 있다. 좋은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는 오랜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며 "오래도록 남아서 가치를 인정 받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는 좋은 크리에이션(creation)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한 정구호 CD는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와 '르베이지'를 연달아 성공시키고, 휠라와 제이에스티나의 리뉴얼을 맡아 브랜드의 부활을 이끈 국내 패션 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그는 '정사', '스캔들', '황진이' 등 영화 의상부터 국립 무용단 공연 연출, 서울패션위크 총감독(2015~2019년), 공예트렌드페어(2021년) 총감독까지 영역을 뛰어넘는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정구호 JON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 ⓒ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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