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디코딩] 요즘 애들의 재미, 옛날 애들의 재미
[미디어 디코딩] 요즘 애들의 재미, 옛날 애들의 재미
  • 권경은
  • 승인 2022.11.0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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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요즘 애들은 어떤 것을 재미있어할까?' 라는 질문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차창 밖을 내다 보던 중 옆 차선에 신호가 걸려 서 있던 유치원 버스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아이와 눈이 마주치게 됐다. 무료하던 차에 나는 살짝 손을 흔들어 보았다. 그 아이는 수줍어하면서 손을 흔들었고 이어 그 앞에 앉은 아이, 그 앞의 앞 아이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모두 신나서 손을 흔들었다. 예상치 않게, 여러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해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생각나는 영상이 있었다. 아이들은 자동차를 좋아하고 같이 놀이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나온 프로젝트다. 2016년 칸 라이언즈와 클리오 광고제의 수상작인 '화성으로의 현장학습(Fieldtrip to Mars)'이다. 군수 및 우주선 개발 회사인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의 가상현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을 버스에 태워 현장학습을 가게 했다. 학생들이 버스 창으로 목도한 풍경은 화성의 풍경이었다. 우주 탐사 기기 개발을 주도하는 회사인 '록히드 마틴'에서는 자사의 데이터를 활용해, 버스의 움직임에 맞춰 화성에서 이동할 때 보게 될 화성 풍경을 구현해 보여주었다. 화성에 실제 간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 외에 이 프로젝트가 극찬을 받은 이유는 최초로 그룹 VR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가상 현실은 대체로 헤드셋 같은 기기를 통해 구현되며 그런 경우 혼자만의 경험이 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아이들이 함께 경험할 때 더 즐거워한다는 점에 기반해 집단 VR 경험을 제공했다.

함께하는 경험이 즐거운 것은 같이 웃고 떠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PR 프로젝트인 '재잘재잘 스쿨버스'는 이러한 즐거움을 청각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맛보게 해주고자 했다. 2018년 칸 라이언즈 수상작이기도 한 '재잘재잘 스쿨버스'에서도 스케치북 윈도우 기술을 기반으로 버스의 창을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하는 여행'이라는 소재는 꽤 역사가 깊다. 넷플릭스에서는 '신기한 스쿨버스(The Magic School Bus)'라는 시리즈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미국과 한국에서 인기를 끌던 TV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전은 1980년대 학습용 그림책이다.

'신기한 스쿨버스', '화성으로의 현장학습', '재잘재잘 스쿨버스'의 핵심 아이디어들을 연결시켜 보면, 미디어 기술이라는 옷은 달라지지만 아이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경험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는 바뀌었지만, 아이들의 필요는 같지 않을까?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시간 말이다. '어른의 책임'에 대해 말이 많은 오늘, 어떻게 하면 어른답게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