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디코딩] 군중은 위험할 수 있다
[미디어 디코딩] 군중은 위험할 수 있다
  • 권경은 기자
  • 승인 2022.1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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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소식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사태가 다시 발생하기 않기를 바라면서 10-20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필자는 현재 대학교에서 1학년 대상 수업을 맡고 있다. 이 아이들은 코로나 기간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대면으로 집단 수업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그만큼 군중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다.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하며, 현장에 있던 10-20대들이 군중이 밀집한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어, 밀어", 또는 "뒤로"라는 말이 구호처럼 오간 것을 보니 말이다.

현실 공간에서 군중이 모이면 치명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 속 세상에서 군중은 축제와 놀이를 즐긴다. 또 위험은 재미에 가려지고 위험에 대한 공포는 웃음에 묻힌다. 이 사건에 대한 영상들을 보면서, 2004년 칸 라이언즈 필름 부문 그랑프리작 '마운틴(Mountain)' 영상(소니 플레이스테이션 2 광고)이 떠올랐다. 다시 시청을 하니 이전에 별생각 없이 웃으며 보았던 광고 영상이, 무섭고 섬뜻하게 느껴졌다. 미디어 속 모습과 현실은 얼마나 다른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를 겪고 생존한 이선민 씨는 우리의 삶이 위험천만한 생존 게임을 매일 반복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온 국민이 오징어 게임을 실사판으로 함께 하는 것" 같은데도 "나와 내 가족은 안 죽을거야 막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마 그는 오징어 게임을 공포에 질려 보았을 것이다. 현실의 위험을 직접 겪어봤기 때문일 것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이 위로 받기를, 그리고 현장에 있던 생존자들이 잘 회복하길 기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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