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작품, NFT로 만들지 마!"… 규제 나선 이탈리아 정부
"다빈치 작품, NFT로 만들지 마!"… 규제 나선 이탈리아 정부
  • 김수경
  • 승인 2022.07.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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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메타버스 부상… 문화유산에 대한 국가의 통제권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커져
이탈리아 정부, 미술관에 당분간 NFT 관련 계약 삼가줄 것 요청
"걸작 바탕으로 제작한 NFT, 진품의 가치와 중요성 떨어뜨릴 수도"
미켈란젤로의 '도니 톤도(Doni Tondo)'.

전세계적으로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시장이 활기를 띄는 가운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 작품을 기반으로 한 NFT 제작에 제동이 걸렸다. 이탈리아 정부가 유명 미술작품을 대상으로 한 NFT 제작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예술계가 메타버스(Metaverse)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중요 문화유산에 대한 국가의 통제권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13일 광고·디자인·소셜미디어 전문 매체인 디자인택시(DesignTaxi)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와 미켈란젤로(Michelangelo)를 포함한 이탈리아 미술관 내 주요 걸작들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자산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이 미켈란젤로의 '도니 톤도(Doni Tondo, 1505-1506년 작품)'를 기반으로 한 NFT 작품을 24만 유로(한화 약 3억1555만원)에 판매해 화제가 되자 NFT 제작 중단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피치 미술관이 '도니 톤도' NFT와 같은 걸작의 디지털 자산 판매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미술관의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이 이르렀기 때문이다.

'도니 톤도' NFT 작품은 밀라노에 본사를 둔 '시넬로(Cinello)'가 제작한 것으로, 우피치 미술관은 해당 NFT 판매로 7만 유로(약 9203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NFT 제작비에 10만 유로(약 1억3148만원)가 소요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시넬로'는 '도니 톤도' 외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음악가의 초상(Portrait of a Musician, 1490년 작품)'과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의 '젊은 여성의 머리(Head of a Young Lady, 1915년 작품)'과 같은 명작을 기반으로 한 NFT 작품을 여럿 발표했다. 

이탈리아 신문 '레푸블리카(La Repubblica)'는 지난 5월, 미켈란제로의 '도니 톤도'에 대한 법적 권리를 진정으로 소유한 것은 누구인지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우피치 미술관이 실제로 '도니 톤도' 작품을 판매한 것은 아니지만, '도니 톤도'의 사본을 암호화해 정품으로 인증한 NFT를 판매한 것은 문화유산에 대한 국가의 통제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이탈리아 제너럴 뮤지엄(General Museums in Italy)의 마시모 오산나(Massimo Osanna) 이사는 "해당 사안의 복잡성으로 인해, 이탈리아 정부는 미술관과 고고학 유적지 등에 NFT와 관련한 계약을 당분간 삼가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우피치 미술관 측은 "도니 톤도의 복제품을 판 것이 아니라, 도니 톤도의 이미지 사용을 허가했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NFT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이탈리아를 비롯한 전세계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젊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NFT와 메타버스 등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한 NFT가 오히려 진품의 가치와 중요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앞으로의 향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