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에 울려 퍼진 우크라이나의 눈물과 젤렌스키의 호소
프랑스 칸에 울려 퍼진 우크라이나의 눈물과 젤렌스키의 호소
  • 김수경
  • 승인 2022.06.21 0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칸 라이언즈 2022] Creativity under Bombs 세션
젤렌스키 대통령, 영상으로 참여해 전세계 크리에이티브 업계에 호소
우크라이나 출신 크리에이터 4명 무대에 올라 전쟁의 참상 공유하며 도움 요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랑스 칸 = 이기륭 기자

[프랑스 칸 = 김수경 기자]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의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자유뿐만이 아닌, 전세계인의 자유를 위해 용기를 내 주십시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열린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2 무대에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 업계에 도움을 호소했다.

이 날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통하면서도 강건한 표정으로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모든 것이 변했고 많은 사람들이 폭력과 살인 등의 위험에 노출 돼 있다"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여러분과 같은 크리에이티비티 전문가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과 죽음을 끝낼 수 있는 여러분의 용기를 보여달라. 여러분의 캠페인과 작업물들이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자유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위한 자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의 전문적인 능력인 크리에이티비티는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하다"며 "전쟁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 시기가 빠를수록 좋다. 수천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도록 크리에이티비티의 힘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상이 끝난 직후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응원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칸 라이언즈 2022 'Creativity Under Bombs' 세션. ⓒ프랑스 칸 = 이기륭 기자

이후 무대에 선 우크라이나 출신의 크리에이터 4명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에 대해 얘기하며 다시 한 번 업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올레그 토민(Oleg Tomin) 바트&핀크(Bart&Fink) CD. ⓒ프랑스 칸 = 이기륭 기자

올레그 토민(Oleg Tomin) 바트&핀크(Bart&Fink)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는 "전쟁이 시작된 2월 24일은 나의 39번째 생일이었다"며 "전쟁 이후 전기와 가스, 식수 공급 등이 모두 끊겼고, 24시간 내내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끔찍했다"고 말했다.

그는 "CD로서 그간 재밌는 광고를 주로 만들어왔는데, 전쟁이 터진 후엔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광고 이상의 무언가를 찍어야 했고 처음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할 때 나의 삶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크리에이티비티의 힘은 정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먹을 것이 없어 힘들었을 때 나를 잘 모르는 이웃들이 음식을 가져다줬다"며 "그 때의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give(주다)'라는 의미를 담은 문신을 몸에 새겼다. 이 끔찍한 상황을 끝내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파샤 브르제쉬(Pasha Vrzheshch) 반다 에이전시(Banda Agency)의 공동 창립자 겸 CD는 "전쟁 전까지 우리는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누렸다"며 "우버,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과 일했고 칸 라이언즈를 포함한 다양한 국제 광고제에서 상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브랜드를 위해 일을 해왔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로서 과연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며 "우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아이디어를 담은 디지털 캠페인과 영상을 만들고, Be Brave like Ukraine 캠페인을 제작했다. 미디어 예산 없이, 오직 지원 요청만으로 140개 도시에서 캠페인을 펼쳤다. donatemedia.brave.UA 펀딩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좌측부터) 파샤 브르제쉬(Pasha Vrzheshch) 반다 에이전시(Banda Agency) CD, 가수 겸 작곡가 자말라, ⓒ프랑스 칸 = 이기륭 기자

가수 겸 작곡가인 자말라(Zamala)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음악을 할 수 있는 곳이 아예 없어졌다. 우리의 삶과 희망도 함께 사라졌다"며 "이 곳 칸에는 전세계 최고의 스토리텔러들이 있다. 지금의 비극과 폭력, 살인, 죽음을 모두 멈출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역설했다.

이어 "크리에이티비티 업계 전문가들은 힘있는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터"라며 "한 명의 인간으로서 침묵하지 말고, 음악, 이미지, 영화 등 여러분의 전문 분야를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길 바란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삼키며 발표를 마쳤고, 이후 간절한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르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마지막으로 발표에 나선 야로슬라바 그레스(Yaroslava Gres) 유나이티드24(UNITED24) 코디네이터 겸 PR&마케팅 스페셜리스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해외 광고제에서도 수상했던 나의 파트너는 지금 우크라이나를 위한 최고의 일을 하기 위해 군인이 됐다"며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했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UNITED24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을 전세계에 알리고 커뮤니케이션하고 통역하기로 했다"며 "또한 전쟁의 참혹성을 알리기 위해 수천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죽음' 시위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u24.gov.ua 펀딩을 통해 현재까지 72개국에서 6000만 달러(한화 약 77억5800만원)의 기금을 기부했다"며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다시 자신이 살던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여러분의 크리에이티비티 자산을 활용해 달라"고 역설했다.

이번 세미나는 칸 라이언즈 2022 첫째날 행사 중 관람객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세미나가 열리는 뤼미에르 극장 밖으로 긴 대기행렬이 줄을 이었으며, 우크라이나 크리에이터들의 발표를 듣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칸 라이언즈 2022 세미나는 오는 22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온디맨드 서비스 된다. 칸 라이언즈 2022 참관단은 무료로 볼 수 있으며, 라이언즈 멤버십(LIONS Membership)을 구독하면 모든 세미나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칸 라이언즈는 오는 24일까지 프랑스 칸 현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 페스티벌로 열린다. 올해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 CNS, 제일기획, 이노션 월드와이드, HS애드, 엘베스트, CJ ENM, SBS M&C, SO&company, KT, KT Seezn, SK브로드밴드, 크래프톤, 브라이언에잇의 마케팅·광고·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프랑스 칸을 방문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