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의 여성 맨가슴 광고, 변화를 위한 시도일까 선정적 전략일까?
아디다스의 여성 맨가슴 광고, 변화를 위한 시도일까 선정적 전략일까?
  • 김수경
  • 승인 2022.02.1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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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신규 스포츠 브라 컬렉션 홍보 위해 여성 25명의 가슴 사진 공개
각기 다른 가슴 형태와 사이즈 보여주며 '다양성' 메시지 전달
"발가벗은 여성의 몸 보여주는 선정적 광고" 비판도
TBWA\Neboko 대행
Support is everything 캠페인. ⓒ아디다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Adidas)의 스포츠 브라 캠페인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디다스는 최근 새로운 스포츠 브라 컬렉션을 출시하면서 다양한 형태와 사이즈의 가슴을 보여주기 위해 여성 25명의 맨가슴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아디다스가 밝힌 의도와는 달리, 벌거벗은 여성의 사진으로 관심을 끌기 위한 전형적인 선정적 광고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6일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에이지(Ad Age) 및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영국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익명의 여성 25명의 가슴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

아디다스는 "모양과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의 가슴은 지지받아야 하고 편안해야 한다"고 밝히며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43개 스타일의 새로운 스포츠 브라를 선보였다. 모두 자신에게 잘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브레스트 갤러리(Breast Gallery)'로 불리는 이 광고는 네덜란드의 광고대행사 TBWA\Neboko가 대행한 캠페인으로, 아디다스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비롯해 독일 헤르초겐아우라흐에 있는 아디다스 본사에 옥외광고로도 내걸었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는 너무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광고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디다스의 Breast Gallery. ⓒ아디다스

TBWA\Neboko에 따르면 이 캠페인은 약 90%의 여성이 자신에 체형에 맞는 스포츠 브라를 착용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기반해 기획됐다. 이 광고는 여성이 이끄는 팀이 제작했으며 여성의 몸을 신체적·정서적으로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소피 에브라드(Sophie Ebrard)의 사진이 사용됐다.

아디다스가 소셜미디어에 이 광고를 게재한 뒤, 소비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일부는 여성의 몸에 대한 솔직한 아디다스의 표현에 지지를 보냈지만, 일부는 "경계가 모호한 소프트 포르노"라고 비판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브랜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MakeLoveNotPorn'의 설립자이자 BBH의 전 경영진이었던 신디 갤럽(Cindy Gallop)은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을 통해 아디다스의 이번 광고가 "완전히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애플, 코카콜라 등의 광고를 만든 마케팅 및 브랜드 전문가 데이비드 플라섹(David Placek)은 "아디다스의 광고는 선정적 광고의 대표적인 예"라며 "여성의 맨가슴을 보여주는 것은 누군가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실제 제품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들이 새 스포츠 브라를 착용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덜 충격적이면서도 아디다스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디다스 소셜팀은 이번 광고를 선정적이라고 비판한 트위터 사용자에게 "가슴은 우리 신체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해 여성의 가슴에 관한 수치심을 제거하고 여성의 몸을 축복할 때"라고 답변하며 맞섰다.

아디다스 측은 또한 CNN을 통해 "스포츠 브라는 가슴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운동복이다. 그것이 주는 자신감과 지지는 누군가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광고는 가슴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신에게 꼭 맞는 브라가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가슴 모양과 크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광고를 담당한 애니 추(Annie Chiu) TBWA\Nebok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진정한 변화를 위해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을 항상 바라왔다"며 "스포츠 부문에 있어 여성들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러한 시도가 여성 스포츠의 더 나은 미래로 향하게 하는 단계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캠페인 속 여성의 가슴 사진을 본 모든 여성들이 '내 몸은 정상이고, 있는 그대로 완벽하다'는 사실을 나와 마찬가지로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나탈리아 포스터(Natalia Forster) TBWA\Neboko 글로벌 비즈니스 디렉터는 "이 캠페인은 '스포츠는 삶을 바꿀 힘이 있다'는 아디다스의 브랜드 목적에 충실한 동시에, 여성들이 자신의 몸매나 사이즈에 상관없이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디다스 광고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분분하지만, 트위터 상에서 3만2000개 이상의 '좋아요'와 1만개 이상의 '인용'을 기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디다스의 새로운 스포츠 브라에 대해 그 어느때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여성의 맨가슴 노출과 관련한 적절성은 광고 업계의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아있다.

아디다스뿐만 아니라 임산부 용품 브랜드인 프리다맘(Frida Mom)은 지난해 모유 수유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광고에서 여성의 맨가슴을 노출시켰고, 유아용품 브랜드 토미 티피(Tommee Tippee) 또한 여성의 모유 수유 장면을 공개해 소비자들의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아디다스의 경쟁 업체인 나이키(Nike)는 이에 훨씬 앞선 1999년 스포츠 브라 제품을 알리는 인쇄 광고에서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을 등장시킨 적이 있다. 당시 한 신문사는 해당 인쇄 광고에서 여성의 유두를 가려줄 것을 나이키에 요구하는 등 여성의 맨가슴을 노출시킨 광고는 매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로부터 약 23년이 지난 2022년 현재까지도 여성의 가슴 노출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비슷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디다스와 TBWA\Neboko는 최근 'Support is Everything' 캠페인을 추가로 선보이며 새로운 스포츠 브라 컬렉션 홍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광고는 다양한 체형의 여성들이 아디다스의 새로운 스포츠 브라 컬렉션을 착용하고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광고는 'Support(지지)'라는 단어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조명한 후 'Support is Everything(지지는 모든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아디다스 광고가 여성의 신체 일부인 가슴을 선정적이며 수치스러운 것으로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될 지,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선정적 전략으로 남을 것인지는 이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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