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전쟁 중에 SNS를 할 수 있었다면?… 광고가 참전용사를 기억하는 방법
1945년 전쟁 중에 SNS를 할 수 있었다면?… 광고가 참전용사를 기억하는 방법
  • 김희연
  • 승인 2022.01.1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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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라이언즈 수상작으로 살펴보는 참전용사들의 이야기
전쟁과 참전용사들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크리에이티비티 선봬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가 '영령 기념일을 기리다(MARKING REMEMBRANCE DAY)'를 주제로 참전 용사를 다룬 캠페인 다섯 작품을 선정해 더 워크(The Work)에 소개했다.

영령 기념일은 제1차 세계 대전을 비롯한 전쟁 중 희생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영국 연방 국가들과 주요 유럽 국가에서 기리는 기념일이다.

1. 잊쳐지지 않는 병사들(UNFORGOTTEN SOLDIERS, 2016)
출품사: DDB 오클랜드(DDB AUCKLAND)
브랜드: 스카이 TV(SKY TV)
수상: 2016년 칸 라이언즈 다이렉트(Direct) 부문 실버 라이언 외 6개 수상  

스카이 TV와 대행사 DDB 오클랜드는 제1차 세계 대전에 대한 기억이 점차 사람들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오늘날 제1차 세계 대전에 대한 유일한 연결고리는 흑백사진으로만 남아있다. 

대행사는 오클랜드 거리에 제1차 세계 대전 흑백 사진의 한 장면을 무언과 부동의 상태로 연출하는 타블로 비방(Tableau Vivant) 방식으로 보여주며 잊혀가는 역사와 뉴질랜드 사람들을 연결하고자 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8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진행된 공연은 새벽 일과부터 전투, 업무, 식사, 소등 전노래하는 모습까지 제1차 세계 대전 군인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참호에 있는 모든 것은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 모노크롬(Monochrome 흑백 톤)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또한 실제 전쟁과 같은 사운드트랙, 병사들의 경험담과 참호에서 쓰인 편지 속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강력하며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잊혀지지 않는 병사들' 캠페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국내외로 알려져 2283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도달했다. 이는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5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이 캠페인은 역사 채널 브랜드의 가치가 수익이나 구독을 창출하는 데 있지 않고 젊은층과 노년층이 역사적인 사건을 함께 기억하도록 도운 것에 있다. 캠페인 하루 만에 RSA(Royal New Zealand Returned and Services' Association)에는 평소보다 3배 많은 기부금이 모였다.

2. 에버트_45(EVERT_45, 2017) 
출품사: N=5 암스테르담(N=5 AMSTERDAM)
브랜드: KPN(KPN)
수상: 2017년 칸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부문 그랑프리 외 2개 수상

'에버트_45'는 '잊혀지지 않은 병사들'과 같이 전쟁의 목격자가 점차 줄어듦에 따라 잊혀 가는 전쟁을 새로운 세대와 연결시키고자 기획된 캠페인이다.

네덜란드 통신 회사인 KPN은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 KPN은 어떻게 그 당시의 세대와 오늘날의 세대를 연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이 젊은이들의 감정을 끌어들이고 오늘날의 사고방식과 연결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대행사는 1945년의 이야기를 소셜미디어로 전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독일 노동 수용소를 탈출한 후 숨어있는 동생을 찾기 위한 한 사람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를 인스타그램, 유튜브 및 웹사이트(evert45.com)에서 공개했다.

이 이야기는 제2차 세계 대전 참전용사, 역사가 및 교사와 수많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획됐으며 2017년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3.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UNTOLD STORIES, 2018)
출품사: 영&루비캠 프라하(YOUNG & RUBICAM PRAGUE)
브랜드: 포스트 벨룸(POST BELLUM)
수상: 2018년 칸 라이언즈 필름 크래프트(Film Craft) 부문 브론즈 라이언 수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캠페인 속 한 장면. ⓒCannes Lions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캠페인 속 한 장면. ⓒCannes Lions

광고대행사 영&루비캠 프라하가 출품한 캠페인 영상은 폭풍우와 비를 피하기 위해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헛간으로 달려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은 할아버지는 자신이 참전했던 전쟁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며 두려움을 느낀다.

이 캠페인은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투에 대한 기억이 때론 고통스럽지만 가장 가까운 친척들도 그 이야기를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캠페인은 미래 세대를 위해 이러한 기억을 수집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자 했다.

대행사 측은 "현시대의 모습과 회상 장면 사이에 뚜렷한 대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며 "이를 위해 현대적인 장면은 자연스러운 그레이딩(Grading)으로, 회상 장면은 거칠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4. 증오에 맞서 싸우는 참전용사들(VETS FIGHT HATE, 2017)
출품사: 윙 뉴욕(WING NEW YORK)
브랜드: 남부빈곤법률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
수상: 2017년 칸 라이언즈 사이버(Cyber) 부문 본선 진출

미국은 이민자에 대한 인종주의 공격과 차별을 부추기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남부빈곤법률센터는 이민자 포용의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존경받고 명예로운 참전 용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참전 용사들은 트위터에서 인종 차별을 옹호하는 하는 사람들과 이민자를 싫어하는 사람을 찾은 후 관용과 포용을 담은 개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캠페인 공개 후 주요 신문과 TV 채널에서 이를 다뤘으며 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여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검증했다.

5. 트라우마의 소리(SOUNDS OF TRAUMA, 2017)
출품사: 헤레지 파리(HEREZIE PARIS)
브랜드: 데이비드 린치 재단(DAVID LYNCH FOUNDATION)
수상: 2017년 칸 라이언즈 디자인(Design) 부문 실버 라이언 외 2개 수상

'전하지 못한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전직 군인들이 겪고 있는 일상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캠페인이 또 있다. '트라우마의 소리'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소리들이 전직 군인에게는 전쟁터에서 들었던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대행사는 헬리콥터가 하늘을 날고, 군인들이 총을 쏘고, 폭탄이 터지고, 도시가 폭발하는 등 전쟁터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그리고 "이 장면들은 전쟁터에서 찍은 것이다. 그러나 소리는 그렇지 않다. 다시 한 번 들어보라"고 권유한다. 이후 알람 시계가 울리고, 선풍기가 돌고, 세탁기가 회전하고, 불꽃이 터지는 등의 소리가 담긴 일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앞서 봤던 전쟁 장면의 오디오가 실제로는 일상에서 흔하게 들리는 소리를 녹음한 것이었다.

이 캠페인은 "일상 속 소음은 전직 군인들을 다시 전쟁터로 데려 놓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람들에게 전직 군인의 입장을 경험하게 해 기부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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